기업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황 연체) 비율↑
지난해 가계대출 3.5% 느는 동안 기업대출 6.6% 증가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 입구에 나란히 놓인 주요은행 ATM. 사진 장석진 기자.

은행들이 정부의 창구지도로 가계대출 억제에 동참하는 가운데, 지난해 기업 대출이 크게 늘었다. 다만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지는 상황이다.

17일 연합뉴스가 사업보고서 공시를 마친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 세 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NPL)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기관은 빌려준 돈(여신)을 차주의 상환 능력과 금융거래 실태(상환 상황 포함)에 따라 정기적으로 평가해 분류한다. 통상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뉘는데, 3단계인 고정(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 연체 여신), 4단계인 회수의문(3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연체이면서 회수예상 초과액), 5단계인 추정손실(12개월 이상 연체로 회수불능 확실시) 등 3가지를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해 위험을 관리한다.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 여신 비율을 은행별로 2022년과 2023년을 비교해 보면, 국민은행(0.26%→0.42%), 하나은행(0.24%→0.29%), 우리은행(0.23%→0.23%)를 기록했다.

사업보고서 공시가 예정된 신한은행(18일), NH농협은행(29일) 등도 흐름이 비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민·하나·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총 587조9772억원으로, 이 중 고정이하여신이 1조8593억원(0.32%)이었다. 반면 가계대출 총액(432조1484억원) 가운데 고정이하여신이 7399억원(0.17%)으로 기업대출 고정이하 비율이 가계대출 고정이하 비율보다 두 배에 육박했다.

기업대출 부실화는 전체 기업대출 규모 증가와 더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기업대출은 2022년 말 1170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247조7000억원으로 일년 새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1058조1000억원에서 1095조원으로 3.5% 증가에 그쳤다.

5대 은행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해 기업대출이 832조6000억원에서 888조2000억원으로 6.7% 느는 동안 가계대출은 694조7000억원에서 694조4000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이러한 양상은 올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한 달 새 8조원 증가했으며, 이는 2월 기준으로 2021년(+8조9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 증가 폭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강하게 억제하니 주요 은행들이 그 대신 기업대출을 늘려 이자이익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라며 "기업대출 건전성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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