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마지막 협상 결렬.. 노조, 쟁의 찬반 투표 돌입
'성과급 0'에 노조가입 2만명대로 급증.. 전직원의 16%
업황 회복 국면 공장 가동 중단 우려.. '극적 합의' 주목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삼성전자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실적 부진 여파로 임금 인상률 등을 놓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있는 탓이다.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위기가 닥친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9차례 임금 협상 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세 차례 조정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 전날 마지막 대화에서도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측은 최종 협상이 결렬된 이유로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률이 작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임금 인상률 외에 삼성전자가 성과급 지급 제도 개선안과 함께 2023년 임금 협상을 진행하지 않은 대가인 휴가제도 개선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아 협상에 대한 논의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지난해 임금 공통 인상률 2.5%에서 2.8%로 조정했다가 전날 0.2%p 더 상향한 3%를 제시했으며 여기에 성과인상률 2.1% 인상 방안을 더했다. 이에 반해 전삼노 측은 당초 8.1%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다가 사측과 간극이 크자 6.5%로 조정했으며 이후 5%대 임금 인상률을 제시한 상태다. 여전히 사측이 제시한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장기근속휴가, 난임휴가, 재충전휴가 등 휴가 관련 개선안을 요구하고 있다.

전삼노 측이 임금 인상률과 휴가 개선안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로는 지난해 부진했던 반도체 실적 탓에 계열사간 성과급 등의 편차가 심했던 점이 거론된다. 반도체 담당 직원들의 지난해 성과급이 0%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부문은 매년 연봉의 40~50%를 초과이익성과급(PS, 현 OPI)으로 지급받아 왔는데 올해 지급이 처음 0%로 결정되면서 불만이 높아진 상태다. 실제로 전삼노에는 이번에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한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DS부문 직원들이 과반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날 협상이 결렬되면서 전삼노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찬반 투표에 돌입하게 됐다. 투표는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되며 전삼노측은 조합원 찬성률이 80%를 넘겨 파업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본래 50%만 넘어도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지만 노조의 의지를 더 강하게 보여주기 위해 80% 찬성률을 목표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전삼노가 강하게 파업 의지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는 2020년 무조노 경영 폐기 선언 이후 노조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긴 하지만 2022년부터 2년 간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했음에도 실제 파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성과급 예상 지급률이 공지된 이후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전삼노 가입자 수가 증가한 것이 올해 변수가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합원 수가 9000명 정도였던 전삼노는 지난해 12월 말 처음 1만명을 넘긴 이후 현재 2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석 달도 되지 않은 새 조합원 수가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4000여 명 중 16% 수준에 달하는 인원이다.

전삼노가 이같이 불어난 조합원수에 힘입어 강하게 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실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1969년 창사 55년 이래 처음 일어나는 일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전삼노는 일단 파업에 앞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행동부터 진행할 전망이다. 전광판을 단 홍보 트럭 2대를 포함해 현수막, 대자보, 피켓 등을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서울 용산구 이태원 자택 앞, 신라호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이 있는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등에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업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D램 가격이 상승하는 등 반도체 업황이 회복 국면에 들어선데다 삼성전자로서는 지난해 1년간 이어진 적자의 고리를 끊고 분기 흑자전환을 전망하고 있는데, 노조 파업으로 인해 반도체 공장 가동이 멈추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삼성전자는 D램 내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관련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기업의 비중이 크며 향후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2년 800억 달러, 2023년 518억 달러였던 D램 업계 매출이 2024년 말 기준 842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는 한편 이 기간 동안 HBM 매출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 8.4%에서 20.1%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트렌드포스는 "HBM의 높은 평균판매단가(ASP)와 수익성 때문에 메모리 부문에서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며 "올해 HBM의 연간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26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삼성전자로서는 노사 간 합의점을 서둘러 찾아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떠오르는 HBM 분야를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소폭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승기를 잡아야하는 중요한 시기를 노사갈등으로 허비하는 것은 큰 손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임금 협상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여파가 파업으로까지 이어지려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전삼노 인원 중 DX(디바이스경험)사업부 소속 노조원이 절반 조금 안되는데, 이들 직원들은 만족할 만한 성과급을 받은 만큼 해당 인원이 파업에 찬성할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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