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메가캐리어 실현' 성큼
지분 부족·입지 불안 등 여전.. 산은 한진칼 지분 매각 여부 관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고지에 다다른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개인 최대주주이긴 하나 지분율은 6% 미만으로, KDB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지분이 우호세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62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앞서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을 이유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기도 했으나 무사히 통과한 모습이다. 이날 한진칼 제11기 정기 주주총회도 진행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제공

조 회장은 대한항공 주총에서 인사말을 통해 "2024년은 대한항공에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과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에 돌입하는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됐지만 두 항공사의 통합은 장기적으로 큰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합병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에 재선임하면서 향후 남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절차 마무리에 더욱 속도가 날 전망이다. 현재 양사의 합병 승인 관련 절차는 필수 신고국 14곳 중 13곳이 완료된 상태로 미국의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조 회장의 오랜 숙원인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코 앞에 다가온 것이다.

다만 조 회장으로서는 인수합병 완수와 함께 경영권 지키기가 눈 앞에 놓인 큰 과제다. 그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개인 최대주주이나 올해 3월 기준 지분율은 5.78%에 불과하다. 델타항공과 GS리테일 등 우호세력 지분을 합해도 아직 경영권 분쟁에 있어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다.

2019년~2020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결성해 한진칼 지분을 45% 넘게 확보한 뒤 조 회장을 압박한 바 있다. 이에 조 회장에게 우호적이었던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10.58% 확보하는 등 '백기사' 역할로 힘을 실어줬고 조 회장은 경영권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산은 입장에서는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개입하고 조 회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산은은 한진칼 지분분을 사들이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하는 등 뒤로 물러나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했다.

다만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완료 시 산은 입장에서도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줄 명분이 없어진다. 이에 산은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 회장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산은이 합병 후에도 경영 감시 등의 이유를 내세워 한진칼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조 회장이 메가 캐리어를 운영하는 데 있어 산은이 간섭이 늘어난다면 온전한 경영권에 방해가 될 수 있는 탓이다.

사실 현재도 백기사 건으로 인해 산은이 한진칼 사외이사 3명의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등 영향력이 크다.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3인이 모두 이날 한진칼 주총에서 교체되면서 산은이 지명한 배성례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홍동표 법무법인 광장 고문, 송백훈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가 한진칼 사외이사로 새롭게 합류했다.

이에 조 회장에게는 합병뿐 아니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세력 구축과 입지 다지기, 나아가 산은과의 관계 정립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산은과 산은이 보유 중인 지분의 향방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

한진칼 주요 주주 지분 현황
한진칼 주요 주주 지분 현황

조 회장은 앞서 언급한대로 한진칼 지분 5.78%를 가지고 있으며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하면 18.74% 수준이다. 이외 우호세력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은 ▲미국 델타항공 14.9% ▲LX판토스 3.8% ▲GS리테일 1.0% 등이다. GS리테일은 2020년 고 조양호 전 회장이 유산으로 남긴 (주)한진 보유 지분(6.87%)를 취득하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팬오션이 양도한 주식을 더해 한진칼 지분 17.44%를 보유 중으로, 2대 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호반건설은 항공업에 관심이 많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 회장과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 국민연금이 5.05%의 지분을 보유 중인데,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도 7.61%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 건을 반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소 출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미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강화를 위해 조 회장이 메가 캐리어의 수장으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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