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피곤함’을 위한 숙련의 기술…”훔치고 요약해 실천하라”
좋은 파트너와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위한 바르게 묻고 답하기

출간된지 23년, 한국에서 출판된지 18년 만에 복간된 '일류의 조건'. 사진 장석진 기자.
출간된지 23년, 한국에서 출판된지 18년 만에 복간된 '일류의 조건'. 사진 장석진 기자.

새로운 책이 나오면 한가지 공포가 생긴다. 그럴싸한 마케팅에 속아 소중한 나의 시간을 빼앗기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다. 특히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을 단 책들이 주는 공포가 최고다. 작은 성공에 도취돼 “나같이 하면 성공한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자기 자랑에 인상을 찌푸리고 책장을 덮게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신간 ‘일류의 조건’은 안심하고 집어도 좋은 책임을 미리 밝혀둔다.

처음엔 이 책이 동경대 법학과 출신에 교육학을 전공한 꼰대 교수님이 쓴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말하는 교육의 주된 역할, 즉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학생이 무언가에 숙달되기까지의 과정과 원리를 보편적인 형태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란 정의를 이 책을 통해 실천했다.

그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어했던 것은 일류라는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 즉 어떤 일을 대할 때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인 ‘빠르게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기술’이다.

책 말미 에필로그에서 공개한 집필의 이유가 감동스럽다. 우리 인간이 가진 에너지를 올바로 소비하지 못할 때 저지를 수 있는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란다. 숙달의 요령을 파악하지 못해 동일한 노력을 통해서도 숙련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 짜증을 내며 분노하다 사고를 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우리 인간이 살아있다는 느낌과 안정감을 주는 ‘기분 좋게 피곤한 감각’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그래서 어떤 일이든 일정 경지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줘 에너지를 잘 소진하고 남아도는 에너지로 엉뚱한 사고를 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다소 형이상학적이지만 한편 매우 실용적인 이유가 집필의 변이다.

저자가 23년 전 이 책을 처음 내고 1000만 독자들에게 설파한 ‘일류의 조건’은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를 위해 갖춰야 할 요소가 ‘기술 훔치기’, ‘훔친 기술 요약하기’, ‘요약한 내용 실행하기’다.

기술을 훔치기 위해선 예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제대로 훔치기 위해선 올바른 질문을 통해 올바른 답변을 받아야 한다. 훔쳐온 기술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요약해 차별화된 스타일로 만들고 이를 추진하는 힘을 갖추는 것이 일류가 되는 길임을 저자는 설파한다.

다만 기술을 훔치더라도 기본기는 완벽히 익혀야 하고, 요약의 과정은 핵심에 집중해 주변요소는 과감히 버리고 에너지를 분배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선택과 집중이다. 또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반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질문력’과 ‘코멘트력’의 중요함도 저자의 강조 사항이다.

특히 기술을 훔치는 방법의 핵심은 ‘암묵지’를 활성화시켜 ‘형식지’로 만들고 형식지에서 다시 암묵지를 만드는 순환의 과정이다. 이를 위해 자기의 상태를 잘 판단해 줄 파트너를 골라 그와 가르치며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당부다.

우리는 가끔 “알긴 아는데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다. 어떤 개념을 명확히 구술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또 가끔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개념이 더 명확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과외를 오래하다 보니 실력이 더 늘었다는 대학생의 고백과 같은 일이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어떤 경지에 빠르게 다가가는 기술. 그를 통해 기분 좋은 피곤함을 느낄 수 있는 삶. 저자가 우리와 나누고 싶은 삶이다.

고전(Classic)이란 시대를 초월해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이 책이 23년 전에 나왔음에도 인공지능(AI)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 지 알 수 없는 지금 의미를 가질 수 있어 독자들의 요청으로 다시 복간됐다.

기술과 인성, 문과와 이과,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깨야 한다는 저자의 철학이 강대국들의 치킨게임 속에 길을 잃은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길 기대한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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