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CCSI)4개월 만의 하락 전환
신용잔고는 증가 추세… 밸류업 ‘빚투’ 부추겨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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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낮은 가치 종목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반도체 투자 현상까지 맞물렸지만, 연구계에선 “지나친 빚투를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11월(97.3) 이후 4개월 만의 하락 전환이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지수 등 15개 소비자동향지수(CSI) 항목으로 구성된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시각이,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고 해석된다.

특히 이번달 CSI 중 ▲현재생활형편지수(90→89) ▲생활형편지수(94→93) ▲가계수입전망지수(100→99) 등이 하락했다. 금리수준전망CSI 역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98을 기록했다.

금리수준전망CSI가 낮아진 이유는 한국은행이 상반기 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식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소비심리는 위축됐지만,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공시를 보면, 이번달 초 부터 22일까지 집계된 유가증권 코스닥 합산 신용공여 잔고(신용잔고) 평균 규모는 18조99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꺾였던 국내 신용잔고 규모는 최근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신용거래 융자란, 증권사가 고객의 보유 주식 및 현금 등을 담보로 잡고 일정 기간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을 일컫는 말이다.

신용공여 잔고 평균 규모는 지난해 3월 18조7000억원에서 8월 20조20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하반기에는 10월 17조원까지 떨어진 후 다시 반등해 2월 18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1년 간 집계된 월별 신용공여 잔고 평균 규모.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공시.
최근 1년 간 집계된 월별 신용공여 잔고 평균 규모.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공시.

이 밖에 개인이 증권시장에서 상장주권 등을 매도한 후 결제일에 증권사로부터 상장주권을 대여 받아 결제하는 대차거래 규모의 이번달 평균치는 59조8000억원 규모다.

주식 투자자들의 빚투 규모가 반등하는 현상은 최근 소비심리가 부진한 것과 대조된다.

연구계에선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이 개안투자자의 빚투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적으로 주가순자산 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의 가치 제고를 독려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차익실현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빚투를 늘린다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밸류업 기대감으로 최근 낮은 PBR의 종목을 포함한 신용거래가 증가했다”면서 “PBR이 낮은 이유가 기업가치가 저평가돼서일 수도 있지만 실적이 부진하거나 건전성이 나빠져서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 신용공여잔고는 올해 초 880억원에 불과했지만, 기업 밸류업 발표 후 이달 11일 기준 145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 신용공여잔고도 101억원에서 2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가증권에 상장된 상위 종목의 신용잔고도 증가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1등 종목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21일 기준 약 52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5464억원을 기록한 2022년 10월 25일 이후 1년 5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 신용잔고 역시 3126억원으로 2021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빚투족의 참여로 삼성전자 주가는 치솟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0시17분 기준 삼성전자는 장중 8만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가 장중 8만원에 오른 건 2021년 12월29일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17만81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가치 부담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며 “반도체 관련 국가 증시들의 고평가 우려와 연동돼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가 신용공여를 중단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4월 한국투자증권은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됐다”며 일시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신용융자 잔고가 21조원대로 치솟았던 2021년에도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등이 신용융자 및 증권담보융자 등을 중단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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