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증권사 코스피 예측 상향, 글로벌 키높이 맞출지 관심
삼성전자 등 반도체 회복이 관건…금리, 밸류업 등 순풍 변수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수익률 저조 원인으로 지목되는 삼성전자 실적. 삼성전자가 살아야 코스피가 산다. NH투자증권 제공.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수익률 저조 원인으로 지목되는 삼성전자 실적. 삼성전자가 살아야 코스피가 산다. NH투자증권 제공.

“이미 코스피는 연초 우리회사가 제시한 밴드(범위)를 벗어났습니다. 이제 주총 마무리 후 주주환원 상향분과 실적 추정을 반영해 코스피 밴드 상향 여부를 검토해야할 것 같습니다.” (A증권사 투자전략팀장)

지난해 반도체 발 수출에 먹구름이 끼면서 기업 실적에 대한 낮은 기대치가 과도했다는 분위기가 여의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당초 2300~2750으로 제시했던 코스피 밴드를 2500~3000으로 높여 잡았습니다.

이 회사 김대준 연구원은 코스피 3000의 가정을 12개월 선행 ROE(자기자본이익률) 9.0%, COE(자기자본비용) 8.75%(PBR 1.03배)로 잡은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기업 실적 회복이 나타나지 않고, 기대하는 금리하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한 수치가 2500입니다.

쉽게 말해 국내 수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의 실적이 살아나면 코스피가 살아날 것이고, 여기에 금리까지 하락하며 도와준다면 코스피 3000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인 NH투자증권도 코스피 상단 전망을 3100으로 제시하며, 아예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수익률이 저조한 원인을 ‘삼성전자의 부진’이라고 콕 집어 말했습니다. 보고서 제목이 아예 “3000P, 남은 허들은 삼성전자 실적”입니다.

이 리포트를 작성한 김병연 투자전략 총괄 이하 연구원들은 향후 코스피 3100 전망의 근거로 첫째, 3월 미FOMC 이후 감소한 10년 실질금리 재상승 위험, 임금상승률 하락 등 물가에 대한 의구심 진정, 글로벌 시장 대비 한국 시장 저평가 원인인 삼성전자의 실적 확대 가능성,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PBR 1배의 하방 경직성 강화 등을 제시하며 12개월 선행 PER 12.5배를 적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회사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코스피 지수 예측 상향의 근거는 “다른 나라보다 주가가 오르지 못했는데, 이는 실적이 불투명해서이고 그 원인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가 문제지만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코스피 상승에 대한 본격적인 기대감 상승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0일 삼성전자 주총때부터입니다.

시대의 화두인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HBM) 시장의 출현을 내다보지 못해 하이닉스가 핵심기업 엔비디아의 파트너로 낙점돼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상황에 화가 난 삼성전자 주주들의 성토 이후 주가는 빠르게 회복 중입니다.

주주총회 전일 엔비디아의 젠슨황 CEO가 삼성전자를 파트너로 삼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중이며, 마치 절차를 통과한 것 같은 서명 이벤트를 벌이고 이것을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재용 회장이 SNS에 실어 나르면서 주가가 급등세입니다. 26일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8만원을 돌파하며 7만9900원(+2.17%)으로 마감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역시 코스피도 이에 힙입어 장중 2779.40(+0.81%)까지 올랐습니다. 2022년 4월 5일 이후 약 2년 만에 2750을 돌파했습니다.

코스피의 역사적 고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한가운데였던 2021년 6월 25일이었습니다. 전대 미문의 역병으로 무너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차별 돈풀리가 시작되자 자산 버블에 올라탄 개인투자자들이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라는 이름으로 출현하며 장중 3316.08까지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신규상장종목,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기업 등 외생변수를 제외하고 현재 주가는 당시 고점 대비 약 20.27% 하락한 상황입니다.

연도별 순이익 추이. 반도체 이외의 순이익이 견조한 가운데 반도체가 지난해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연도별 순이익 추이. 반도체 이외의 순이익이 견조한 가운데 반도체가 지난해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메리츠증권 이진우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 은행, 자동차 등 대표 섹터가 벌어들이는 이익이 전체의 약 60%에 해당하는데 연간 최대 80조 가량을 벌던 반도체가 그 이익을 모두 반납한 결과가 지금의 주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하,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책적 구체화 여부가 또 다른 동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외국인들이 일본판 밸류업을 경험하며 큰 수혜를 입지 못했던 것을 교훈삼아 연초 이후 시장을 공격적으로 견인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26일까지 약 석달 동안 외국인은 14조1148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은 6조1717억원 순매도, 기관은 8조3914조원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우울했던 1분기를 예상했던 개인과 기관들이 지수 상승에 신나게 매도를 하는 동안 일본 시장의 변화에 대한 학습효과를 가진 외국인들이 주식을 주워담았다는 말입니다.

오는 4월 10일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입니다. 그동안 표심을 얻기 위해 크고 작은 약속들이 있었고, 그 약속의 이행 여부가 총선에 의해 일정부분 좌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가 의지가 있어도 의석수가 모자라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밸류업 프로그램의 완성은 지켜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본부장은 “상속세라는 부분이 기업 승계라는 관점에서 암묵적으로 주가를 짓누르는 요소로 작용해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가 우리 시장이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그저 선거용 사탕발림으로 끝날 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왜 알짜 회사들을 분할 상장하는지, 왜 끊임없이 계열사 부당 지원의 의혹이 나오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코스피 상위 1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평균 연봉 1억이 넘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30%에 육박하는 제조업 비중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우리와 GDP규모가 유사한 호주의 제조업 비중도 10%대 초반에 불과합니다.

선진국들이 걸었던 서비스업으로의 전환,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도 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주주환원, 수긍할 수 있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율(ROE)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코스피는 3000이 아니라 4000, 5000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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