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을 회장·배민규 부사장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남양유업 실적부진 타개·이미지 회복 등 과제 산적

29일 서울 강남 남양유업 본사에서 남양유업 제60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남양유업 제공
29일 서울 강남 남양유업 본사에서 남양유업 제60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남양유업 제공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 새 주인으로서 본격적인  경영정상화에 나선다.

남양유업은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1964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한앤코 측 인사를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이 각각 남양유업 기타비상무이사가 됐고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이 선임됐다.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기존 이사진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60년 오너 경영체제가 막을 내린 것이다. 이날 홍 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주총은 지난해 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소집돼 최대 의결권자는 홍원식 회장 측이었으나 홍 회장 측이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만약 홍 회장 측이 이날 반대표를 들었다면 한앤코는 다음 달 초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경영진 교체에 나설 계획이었다. 앞서 한앤코의 신청에 따라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남양유업의 임시 주총 소집을 허가한 상태였다.

남양유업은 고 홍두영 창업주가 '이 땅에 굶는 아이들이 없게 하겠다'는 신념으로 1964년 남양 홍씨의 본관을 따 설립한 기업이다. 오랜 기간 유업계 1~2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각종 논란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했다.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고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됐으며 이후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일가 관련 리스크가 이어져 왔다.

2021년 4월에는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 보건당국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그해 5월 회장직 사퇴를 선언하고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지분 53%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한앤코와 소송전을 시작했다.

수년간의 분쟁 끝에 지난 1월 4일 대법원이 홍 회장 측이 계약대로 한앤코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판결을 하면서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53%를 확보하고 같은 달 31일 남양유업 최대주주에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을 확보한 한앤코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남양유업 실적 개선이 급선무다. 남양유업은 불매운동 등의 여파로 2020년 적자로 전환하고서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 지난해 724억원 등이다.

이미지 제고도 큰 과제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남양유업 사명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앤코는 지난 1월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앤코가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했다가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한 사례를 들어 남양유업이 '제2의 웅진식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남양유업은 2022년부터 2030세대와 시니어 소비자를 위한 단백질브랜드 '테이크핏', 건강 트렌드에 발맞춘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 등을 선보이며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대형 유통기업 자체상표(PB) 제품군도 늘리는 등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도 의결했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제안에 따라 남양유업 발행주식을 10대 1로 액면 분할하는 안건도 다뤘으나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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