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10년만에 피의자 신분 전락

워크아웃 조기졸업·개성공단 대표기업으로 성장

 8일 검찰에 소환된 박성철(75) 회장은 패션기업 신원그룹을 국내 100대 기업 반열에 올린 사업가다.

사세를 키워가던 신원그룹은 1990년대 후반 국내 재계 순위 31위, 국내·외 계열사 20여개, 연간 총매출 2조원을 기록하며 유명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1억5000만달러의 부채를 떠안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박 회장은 4년만에 1조원이 넘는 빚을 모두 갚아 화제가 됐으며, 워크아웃 또한 5년만에 졸업했다. 당시 박 회장은 "골프장을 비롯해 건설, 전자, 전기 부문 등 팔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팔았다"며 "44개 채권단이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그 때부터 개성공단과 중국 등에 진출해서 재도약에 성공했다. 박 회장은 2005년부터 공격적인 경영에 들어가 그해 개성공단에 입주한 대표 기업이 됐다. 같은해 5월 박 회장은 개성공단 공장에서 '신원 개성공단 준공 기념' 패션쇼를 열고 화려한 재기를 선언했다. 2년 뒤에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 중 최초로 제2·3공장을 지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의 이면에는 박 회장의 세금 탈루와 회삿돈 횡령, 사기파산 및 사기회생이 있었다. 그 결과 박 회장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주로 자신에게 급여를 제외한 재산이 거의 없는 것처럼 꾸며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 또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한 신원의 주식을 가족 명의로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 등으로 내야하는 세금 수십억원을 탈루하고, 실질적인 경영권은 자신이 확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3~4년 전에는 저당잡힌 재산이 없는 것처럼 법원을 속여 개인 파산·회생 절차를 밟기도 했다.

박 회장은 계열사 등과 거래하며 회삿돈 10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횡령자금의 용처를 추적 중이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를 마치고 이날 밤 늦게나 다음날 새벽께 검찰청사를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회장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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