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는 정제마진 강세와 유가 안정화 등으로 내년 실적도 낙관적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메리츠·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 등 4개 증권사는 최근 열린 '2018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망을 내놨다.

내년도 전망과 관련해서는 정제마진 강세, 유가 상승 및 안정화 등으로 호실적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유통 가격 등을 뺀 이익을 뜻하며 마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기업의 수익이 좋아진다고 보면 된다. 

올해의 경우 미국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공급감소 및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아 지난 7월 배럴당 7달러(싱가포르 복합마진 기준)를 찍은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정제마진은 8월 1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안정세를 보여 지난달까지 9달러를 유지하다 최근 8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제마진도 7달러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내년도 정제마진 전망에 대해 양호한 수준을 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정제마진이 양호한 수준에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업계, 유가 흐름에 촉각

화학, 제품별 희비 엇갈려

SK이노베이션 측은 내년도 정제마진 전망에 대해 "전 세계적인 신증설 규모보다 글로벌 경기호조에 따른 수요 증가로 우호적인 정제마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심사는 국제 유가의 안정세다. 

국제 유가는 최근 사우디의 원유 수출 축소 계획 발표,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 고조 심화, 미국 달러화 약세 등으로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유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경우 정유업계의 실적은 크게 뛰는 구조다. 낮은 가격에 미리 사뒀던 원유에 대한 재고평가액이 올라 영업이익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유가 상승은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를 줄여 장기적으로 볼 때 정유업계에는 직접적인 타격을 줄 여지가 많다. 

정유업계가 유가 상승보다 유가의 안정화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가가 적당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지속될 때 이익률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체적인 견해는 중동의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면 다시 미국 셰일업계가 개입해 유가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도에도 최저 50달러 이상의 유가가 지속,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파라자일렌(PX) 등 비정유 부분에서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정유업계에 고민이다. 

중국, 인도 등에서 PX 등 비정유 제품 공급을 위한 생산설비가 다수 들어서 국내 정유사들이 판매하는 제품 가격 자체가 하락해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화학업계는 북미발 공급 과잉 등으로 시황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매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유가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아 매출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부딪히는 형국이다. 

매출 하락세 전망은 매년 에틸렌의 글로벌 수요 증가가 500만~600만t 수준으로 이뤄지는데 향후 1년간 신증설된 북미 에탄분해시설(ECC)에서 1000만t의 공급이 증가할 수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면 내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북미발 수요 증가가 글로벌 에틸렌 시장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미발 공급 과잉 우려가 없는 ABS(고부가합성수지), PVC(폴리염화비닐) 등은 구조적인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는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이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수 있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메리츠·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 등 4개 증권사는 최근 열린 '2018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를 통해 올해 높은 에틸렌 스프레드의 영향으로 실적 고공행진을 벌였던 화학업계의 실적 악화를 예상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5년 이후 호황을 누렸던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가 북미발 에틸렌 공급과잉의 영향을 받아 내년에는 올해보다 t당 122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화학업체 측에서는 북미 ECC가 가동된다고 해도, 글로벌 에틸렌 시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아 실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북미 ECC 증설이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북미 ECC 증설 물량은 연 960만t 나온다. 올해 하반기는 500만t"이라며 "신증설에서 나오는 물량 대부분이 기존 북미 시장에 공급된다. 아시아 역내 영향은 상당히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ECC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폴리머 제품으로 생산, 판매되지만 남미와 유럽으로 공급이 먼저 이뤄지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되는 물량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발 수요 증가로 내년도 매출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정책을 내년부터 실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업체에 신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편 우리나라 제품 가격 경쟁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 전망과 관련해서는 저유가 지속 여부 등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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