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을 하루 앞두고 불출석하겠다고 밝혀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법원이 전씨의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보완을 강화하는 등 원활한 재판 준비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재판 불참을 결정한 전씨 측에 대한 비난 여론은 증폭될 전망이다.

26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27일 오후 지법 201호 법정에서는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 심리로 전씨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전씨는 지난해 4월 3일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고 기술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평생을 5·18민주화운동과 함께 해온 고 조비오 신부는 생전 1980년 5월 헬기사격을 주장해왔다. 오월단체와 유가족은 지난해 4월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검찰은 수사 끝에 지난 5월 3일 전 씨를 불구속기소했고, 27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전두환씨 측은 입장문에서 "(전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정상적인 진술과 심리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가족들이 왕복하는데만 10시간 걸리는 광주 법정에 무리하게 출석하는 것을 걱정해 재판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씨는 이날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전 전 대통령이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뒤 지금까지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복용해 오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현재 인지 능력은 회고록 출판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어도 잠시 뒤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아울러 1995년 옥중 단식과 2013년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재산 압류 소동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발병의 배경으로 밝힌 뒤 "그동안 적절한 치료덕에 증세의 급속한 진행은 피했지만, 90세를 바라보는 고령 때문인지 최근 인지능력이 현저히 저하됐다"고 밝혔다.

전씨의 불출석으로 조 전 신부의 유족과 5월 단체, 광주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드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광주 용봉동성당 주임신부는 "전씨가 끝내 재판에 불참한다는 그것은 5·18에 대한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오월영령을 비롯해 유족, 지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5월 단체들도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고 이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전씨는 이제라도 광주시민과 역사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번 재판은 전씨에게 책임 회피와 부정의 연극무대가 아니라 뉘우침과 회개의 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5·18재단 이사장은 "무력 진압의 주도자인 전씨가 광주법정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를 지닌다"며 "더 이상 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증언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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