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양 전 대법원장 외 2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시작했다.

이날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로 양 전 대법원장은 불출석했다. 아울러 함께 불구속기소 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등 각종 사법농단 범행에 직권을 남용해 개입·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을 비롯해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 47개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 요지를 들은 뒤 이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 측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향후 정식 재판에서 조사할 증인 등을 정리하는 등 심리계획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 만기가 6개월로 한정된 만큼 신속한 재판을 요청할 전망이다. 검찰은 수사만큼 공판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해 부장검사들이 직접 공판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증거에 대한 의견과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주장에 대한 의견 등을 종합한 설명서를 지난 20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법정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중간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은 이번주부터 속도를 내 주 2회씩 진행되며 증인 신문도 들어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오는 26일과 28일에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3·4차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 전 차장의 1심 구속 만기가 오는 5월 13일인 만큼 매주 화·목요일마다 기일을 진행한다. 

오는 28일에는 첫 증인 신문이 시작된다. 이날은 시진국 판사가 법정에 나온다. 시 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1심의관으로 재직하던 2015년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상고법원 관련 BH 설득 방안' 등을 작성·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측은 현직 법관 100명 이상의 진술조서에 부동의하며 검찰 측 증인들을 직접 법정에 불러 부동의한 진술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다. 시 판사에 대한 증인 신문을 시작으로 다음달 2일과 4일에는 정다주·박상언 판사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사법농단 의혹을 실행에 옮기고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바 있다.

또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를 위해 직권을 남용하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개입하거나 법관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도 받고 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추가기소된 전·현직 법관 10명에 대한 재판은 아직 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오는 27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다음달 10일로 기일이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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