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해산 하는 자 헌법을 제멋대로 바꾼 자의 종말은?

「미쳐버린 언론, 정권의 척후를 자임하다」
「한홍구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상 빨갱이?」
「또 하나의 역사전쟁, 반헌법행위자 열전」
「국정 교과서로 건질 것은 ‘쓰리 고에 피박’ 아니면 ‘설사’뿐」

 

미쳐버린 언론들

TV조선과 조선일보, 채널A, 연합뉴스, 한국경제TV가 완전히 미쳐버렸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에 대한 보도 얘기다. 왜곡의 수준이 판매부수 증대를 노리는 옐로우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따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가히 정권의 척후라 할 만하다.

그들이 갈겨댄 한홍구 교수는 필자가 잘 아는 ‘강단 있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빨갱이 중에 상 빨갱이요,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역사의 이단아이자 ‘대한민국 헌법을 부인하는 놈’이다.

무슨 말이 어떻게 뒤바뀌었고, 어떤 논조가 조작 또는 왜곡되었는지 한번 살펴보자. 다음은 그가 강연에서 실제로 했던 발언이다.

▲ 일본군 헌병 오장(하사관) 출신 김창룡

“저놈(김창룡)이 정말 많은 사람을 죽였거든요. 그런데 그때 죽여도 될 사람을 하나 살려줬어요. 남로당이 한국 군부에 침투시킨 최고위 프락치였으니까, 그때 기준으로 치면 뭐 죽여도 여러 번 죽였어야 할 자인데, 그 자를 만주에서 같이 놀던 놈이라고, 그놈이 잡히니까 ‘김창룡을 만나게 해 달라’, ‘김형 나 좀 살려주쇼’, 그랬더니 이제 살려줬어요. 아 그때 딱 죽여 버렸으면 우리 역사가 조금은 바뀝니다. 대통령이 두 자리는 확실하게 바뀌어요. 박정희니까. 박정희 그때 죽여 버렸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죠. 우리 언니는 태어나기도 전이에요. 태어나 보지도 못하는 거였는데, 살려줬습니다. 오늘의 박근혜를 있게 한, 오늘의 박근혜가 있기까지는 뭐 이런 분들의 다 은덕이 있는 거죠.”

숙군 책임자였던 김창룡이 사람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는 말은 팩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실체가 남로당이 군부에 침투시킨 프락치fraktsiya였다는 것도 세상이 다 아는 팩트고, 여러 번 죽였어야 할 자라는 발언도 당시 김창룡이 휘둘렀던 총살 기준으로는 너무도 지당한 팩트다.

그리고 여순반란 사건 관련자들이 무더기로 총살당하던 시절에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었으나, 원용덕, 백선엽, 정일권 등 만주군 선배들의 구명요구 덕에 죽어 마땅한 프락치 박정희가 살아났다는 것도 팩트다. 그때 박정희가 죽었더라면 태어나지도 않은 딸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겠는가. 이것도 팩트다.

▲ 여순사건 자료 공개 기사

그런데 종편인 TV조선은 “강남 고교서 ‘박정희 더 일찍 죽였어야’ 수업... 학생 반발”이라는 제목으로 단독 기사를 내보내면서,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태어나기 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고 날조했다.

이후 조선일보와 채널A, 연합뉴스, 한국경제TV가 이 기사를 받아 “박정희, 만주서 죽였어야... 막장 수업 논란”, “영상에 ‘박정희 더 일찍 죽였어야’ 내용도”, “한홍구 ‘이승만은 세월호 선장과 같아’ 동영상 봤더니 경악” 따위의 제목으로 휘갈겨댔다.

TV조선은 여기서 더 나갔다. ‘이슈해결사 박대장’이라는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한홍구 교수의 발언을 17분가량 다뤘는데, 패널로 나온 월간조선 권세진 기자의 “김일성이 얼마나 훌륭한 독립운동가인가 이런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한 교수의 집안은 법학계, 정계와 제약계의 혼맥으로 이뤄졌다”느니, 출판계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한 교수의 급진적이고 튀는 사상 때문에 집안 다른 형제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는 편”이라느니 하며 인신공격성 기사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홍구 교수의 발언 어디에 ‘박정희를 더 일찍 죽였어야 한다’거나 ‘만주서 죽였어야 한다’거나 ‘박정희를 살해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가? 그리고 ‘김일성이 훌륭한 독립운동가다’라는 말이 도대체 두 시간 분량의 강연 영상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가? 필자가 본 영상에는 김일성과 독립운동을 연결한 발언 자체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기자들이 영상을 확인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들은 분명 봤다. 아마도 다른 어떤 기사거리보다 더 꼼꼼하게 챙겼을 것이다. 그리고 기사를 승인하는 데스크와 흔히 ‘게이트gate’로 불리는 언론사 수장 및 임원들은? 역사전쟁으로 한창 민감한 시기에, 또 다른 역사전쟁의 서막이 될 기사를 허술하게 다뤘다? 지나가던 개가... 지나가던 개가... 정말로 지나가던 개가...

그럼에도 대놓고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press. 유언비어로 입을 화보다 유언비어가 선사해줄 실과가 더 달콤함을 믿기 때문이리라. 이쯤 되면 프레스press는 구로공단 작업장에 있는 200톤급 프레스press 기계 밑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구차한 밥숟가락 계속 들고 있지 말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만 내려놓으라는 소리다.

또 하나의 역사전쟁

왜곡의 대열에 합류한 자들은 언론뿐만이 아니다. 제337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이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전현직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비난하는 내용의 한홍구 교수 강연 동영상” 운운하자,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해당 학교 조사와 해당 교사에 대한 엄정한 징계뿐 아니라 한홍구 교수에 대한 징계 의사까지 표명했다.

관료들, 언론들이 왜들 이렇게 개떼처럼, 그것도 거의 동시에 한홍구 교수를 물고 늘어지는 걸까?

해당 동영상은 한홍구 교수가 지난해 11월 문화다양성 포럼 초청 강연에서 ‘세월호를 통해 본 한국현대사’라는 제하로 강연한 동영상이다. 1년여 전 강연이 새삼 문제가 되는 이유의 내막은 또 하나의 역사전쟁 때문이고, 그 전쟁의 본격적인 서막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없는 간첩 만들어내기’ 신공의 대가들 중 대표 격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등장하면서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이 발생하자, 과거 국가폭력의 가해자들에 대한 조사 및 기록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2014년 3월, (사)평화박물관 총회에서 한홍구 교수가 제안한 ‘열전 편찬 사업’이 추진 승인되었다. 2015년 10월 현재 편찬위원회를 출범시키며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그 사업의 명칭은 ‘(가칭)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사업’이다.

일제의 국권침탈과 식민통치에 참여한 자, 항일운동을 방해한 자, 내란이나 부정선거, 학살, 고문, 인권유린 등을 지시 교사한 자, 그런 행위를 직접 수행하거나 묵인 또는 은폐한 자, 그리고 적극 비호한 자들이 반헌법행위자 열전에 실릴 예정이다.

생각해보자. 누가 있을까? 완장 찼다고 온 동네를 헤집고 다녔던 얼치기들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수만 명이다. 그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과연 누가 장식하게 될까...? 방금 독자 제위의 머리에 언뜻 떠오른 인물, 바로 그 사람들이다. 만약 독자 제위의 부친이 그 명단의 첫머리를 장식한다면 어떤 심정이 될까?

관료와 정치인 및 언론들이 개떼처럼, 그것도 거의 동시에 한홍구 교수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 그리고 한홍구 교수를 ‘대한민국 헌법을 부인하는 놈’이라고 몰아붙이는 핵심 이유는 바로 이것, 반헌법행위자 열전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전쟁 때문이다.

 

역사 조작의 일타쌍피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바꾸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거리에 걸어놓은 현수막이다. 오랜만에 참 잘 고른 문장이다. 되새김질을 하고 또 해봐도 기가 차게 바른 말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교과서 국정화’라는 기나긴 역사전쟁의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예상대로 국정화를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너무도 높다. 게다가 학생들은 국정화 반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웬만한 역사학자들도 대부분 집필을 거부하고 있다. 그들이 집필을 거부하는 이유는 깔끔하다 못해 투명할 지경이다. 새누리당이 수권정당의 지위를 빼앗기는 순간, 조작되고 왜곡된 국정 교과서는 어용 교과서로 전락할 테고, 집필진은 깡그리 어용 역사학자로 낙인찍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 역사의 눈, 진실의 시선

‘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소재일 뿐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역사 및 이념 논쟁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집필하고 제작하는 데 최소 2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과서를 제멋대로 조작 또는 왜곡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언제든 수권정당의 입맛에 따라 다시 바뀔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단기적인 아젠다Agenda에 정권의 목줄까지 걸다니,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이게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여당이 포장해서 만들어낸 ‘올바른’ 한국사 교과서? 그런 건 있을 수 없다. 왜냐고? ‘합리적 의심’이라는 걸 한번 해보자.

“친일행위가 만천하에 이미 드러난 자, 그리고 유신과 같은 초헌법적 행위를 일삼은 자의 자식이 통수권자이고, 그 통수권자가 친일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난 자, 그리고 유신과 같은 초헌법적 행위를 일삼은 자와 함께 일했거나 최소한 우호적인 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친일행위와 유신은 얼마나 ‘올바른’ 역사이겠는가! 그렇지 아니한가?”

잘못 건드린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부심하던 박근혜 정권, 그들이 이번에 찾아낸 ‘쉴드shield’는 연예인 이혼과 같은 ‘생뚱맞음’이 아니라, ‘또 하나의 역사전쟁’이라는 정공법이다.

그 정공법을 수면위로 부상시키기 위해 ‘기레기’라는 폄하 발언도 과분한 언론의 저열 충성경쟁까지 동원했다. 아니면 언론 스스로 그 더러운 구덩이로 들어갔거나. 어쨌거나 잘못된 아젠다를 잘못된 방식으로 건드렸으니 결론은 명약관화하다. 친일인사들이 자주 썼던 전문용어로 ‘오사마리終結’ 지으려다가 국정만 농단 낼 뿐이라는 말이다!

국회가 시끄럽다고 시끄러움을 없애기 위해 국회를 해산해버렸던 자가 있다. 헌법이 귀찮다고 귀찮음을 없애기 위해 제멋대로 헌법을 바꿔버린 자가 있다. 이 정권

은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교육에서도 논쟁적인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시민교육의 세계적 원칙, 보이텔스바흐 합의안Beutelsbacher Konsensus을 철저히 무시한 채 다양성을 획일화로 대체하면서, 국회를 해산해버린 자, 헌법을 제멋대로 바꿔버린 자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런 정권의 종말은 어떨까. 국회를 해산한 자, 헌법을 제멋대로 바꾼 자의 종말, 역사는 알고 있다.

잘못 건드린 역사전쟁을 또 다른 역사전쟁으로 뚫어보기 위해 이 정권이 휘두르고 있는 일타쌍피 전법. 역사전쟁에서 승리하기는커녕 총선 패배와 대선 패배로 이어지며 민심까지 잃어버릴 악수 중에 최악수다. 결국 이 정권이 맞닥뜨릴 가까운 미래의 현실은 ‘쓰리 고에 피박’ 아니면 ‘설사’뿐이다.

이보시오, 버스 운전사 양반.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히 비틀면, 승객들이 왼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왜 모르시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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