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국회 / 일본불매운동 / 조국 사태 /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검거 / 부동산 대책 / 김지영 신드롬 / 고위공직자·재벌가 자녀 마약 / 버닝썬 게이트 / 아이돌 가수 사망 / K팝·K무비·스포츠 스타 활약

#1 역대 최악의 국회 - "지금까지 이런 국회는 없었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은 30.6%(27일 현재)로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예정입니다. 연말까지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안건을 두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여야간 극한 대치, 총선 의석수를 둘러싼 당리당략, 야당의 장외투쟁과 필리버스터 등으로 시급한 민생법안들이 외면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보수단체의 국회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 교통 안전에 관한 법안들은 겨우 통과하고 '유치원3법' 등을 포함한 굵직한 현안은 여전히 국회를 맴돌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밥그릇 쟁탈전은 요란합니다. 하루 이틀 보는 풍경이 아니라서 새삼스럽지도 않지요.

 

#2 일본 불매운동 - “8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심기가 틀어져 반도체 주요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로 '땡깡'을 부렸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 폐기로 맞서고 우리 국민들은 'NO JAPAN(일본 불매운동)'으로 응수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일본계 의류유통업체 유니클로의 간부가 "불매운동 오래 못 간다"는 발언으로 불편한 우리 국민들 심기에 불을 질렀고 위안부 조롱을 의심케 하는 광고로 다시 한 번 더 기름을 부었습니다.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던 일본 맥주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일본으로 가는 한국 관광객은 눈에 띄게 줄고, 일본산 수입차를 타는 오너는 눈치를 보면서 다니게 됐습니다.

지난 24일 중국에서 마련된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일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로 풀자'는 립서비스를 주고 받긴 했지만 꼬일대로 꼬인 한일관계가 하루아침에 쉽게 풀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3 조국 사태 - "짜장면 먹고 따따블로 가"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자 마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휘둘렀습니다. '가족 사모펀드' '딸 입시비리' 동생의 ‘교사채용 비리 및 횡령’ 등에 이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까지 '따따블'로 먼지털이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걸린 시간은 11시간, 그 동안 '아직도 배가 고픈' 검찰은 짜장면 9인분을 시켜먹었다고 합니다. 본질보다 현상을 보도하기 급급한 기자들은 애꿎은 중국집 배달원을 붙잡고 메뉴를 캐묻습니다.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은 기소권 남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국에 대한 기소를 별건으로 밀어붙입니다. 

그러나 성탄절 다음날인 26일, 어떻게든 조국을 감옥에 집어넣겠다는 검찰의 집념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스타일 구긴 검찰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지만, 당사자인 조국의 운명도 궁금합니다.

 

#4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검거-"밥은 먹고 다녔다"

영원히 미제로 남을 것 같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이 잡혔다고 합니다. 경찰은 “진범이 확실”하다며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의 얼굴까지 공개했는데요, 이춘재의 얼굴은 영화 '살인의 추억' 대사처럼 그저 평범한 얼굴이었습니다.

심층 수사를 진행하다보니 당시 수사과정에서 헐거웠던 부분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8번 째 살인사건 수사과정에서 국과수 감정 조작이 있었다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경찰은 결과적으로 사건을 서둘러 수습하고 앞뒤를 맞추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은 셈입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그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해온 사람만 억울하게 됐습니다. 검찰은 법원에 8차 사건에 대해 재심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5 부동산 대책 - "불패 신화 강남, 마동석보다 무서운 마용성"

이곳은 '범죄도시'가 아닙니다. 강력반 형사 마동석이 등장해 주먹 한 방으로 조직폭력배를 일망타진하는 그런 스토리를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된통 당하기 일쑤입니다.

아무리 건드려도 끄덕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조직이 있으니 바로 투기세력 부동산마피아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지난 9.13 부동산 대책에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니 내가 누군지 아니?" 하면서 세를 과시합니다.

다른 지역이 눈치를 슬슬 보는 동안 강남에는 갭투자 열풍이 일면서 다른 지역에까지 집값 상승 바람을 일으킵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종부세 강화를 골자로 한 추가적인 12.16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고가주택 소유자는 종부세가 과도하다고 죽는 시늉을 합니다. 어깨를 툭 건드렸을 뿐인데 고꾸라져서 거품을 뭅니다. 과연 그럴까요? 부동산 불패 신화는 내년에도 이어질까요? 아니면 이번에는 정부의 '약발'이 먹힐까요?

 

#6 김지영 신드롬 - "지영이 하고 싶은 거 해"

작년부터 거세게 불어닥친 ‘미투’ 열풍은 올해도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소설 '82년생 김지영'은 베스트셀러로 등극해 서점가를 휩쓸고 영화로도 개봉되어 관객 37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지영이'는 억울합니다. 밥은 전기밥솥이 해주고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데 여자가 뭐 힘들 게 있냐고,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집에서 편하게 먹고 사는 게 뭐가 그리 힘드냐고 힐난하는 사람들의 편협한 시각이 두렵습니다.

평생 남편과 자식 뒷치닥거리하다가 폭삭 늙어버린 어머니가 불쌍합니다. 사회의 주체가 아닌 그림자로, 누군가의 부속품으로 밀려나 주저앉기에는 아직 할 말이 많습니다.

'김지영'이 말하는 방식과 표현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상존합니다. 완성도와 개연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도 엇갈립니다. 그러나 '김지영'이 추구한 것이 젠더 갈등이 아니었던 것만큼 혐오로 점철된 손가락질은 그만 두어야 할 것입니다. 

 

 #7 고위공직자·재벌가 자녀 마약 - "너는 빠져나갈 계획이 다 있구나"

방송인 로버트 할리와 박유천의 마약 투약 소식으로 연예가가 들썩였습니다. 거기에 더해 남양유업, CJ, SK 등 알만한 대그룹 일가의 자녀와 전 정치인의 딸도 이 '마약사범의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필로폰, LSD, 신종 마약까지 종류도 가지가지 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유층 자녀에 대한 법원의 판결입니다. 약속이나 한 듯이 가볍게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납니다. 마약만 투약한 게 아니라 '밀반입' '유통'까지 했다는 혐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집안은 다 빠져나갈 계획이 있나 봅니다. 몇 해전 모 씨는 라면 한 봉지 훔쳤다가 3년 6개월의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상습범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전 12월 초에는 어느 30대 아버지와 아들이 우유와 사과 1만 원어치를 훔치다가 마트 직원에게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딱한 사정을 들은 경찰이 국밥을 사주고 20만원 건넸다는 훈훈한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보좌관회의에서 언급했다는 이른바 '인천 장발장' 사연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민의 온정에만 기대지 말고, 복지제도를 통해 제도적으로 도울 길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쪽은 부유층 자녀가 아니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일 것입니다.

 

#8 버닝썬 게이트 - "불타는 태양, 불타는 의혹"

강남 나이트클럽 '버닝썬'에서 김상교씨가 버닝썬 직원과의 폭행에 휘말립니다. 경찰은 김씨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체포합니다. 김씨는 경찰의 유착관계와 버닝썬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과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김씨 주장에 의하면 버닝썬은 마약, 성폭행, 경찰 유착으로 점철된 복마전에 다름 없는데요. 그렇게 일파만파 번진 버닝썬 사건은 클럽 '바지사장'인 승리(이승현)를 넘어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양현석에까지 불똥이 튀었습니다.

승리의 SNS 대화방 맴버였던 정준영, 최종훈 등도 성폭행과 불법촬영, 유포 등으로 체포되고 1심에서 실형을 받습니다. 승리와 양현석에 대한 성접대 의혹은 무혐의로 드러났지만, 도박과 배임 혐의는 아직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버닝썬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저 너머에 있습니다.

 

#9 아이돌 가수 잇단 비보 - " 꼭 그렇게 악플을 달아야만 속이 시원했니?"

그룹 f(x) 출신 설리와 카라 출신 구하라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비보가 연이어 들려왔습니다. 그들을 죽음으로 이끈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바로 도넘은 악성 댓글.

두 가수를 떠나보낸 후 언론의 자정 분위기와 포털사이트의 댓글창 폐쇄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여전히 연예인들은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의 극단 선택은 엊그제 일 뿐만은 아닙니다. 2008년 세상과 이별한 최진실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최진실도 무수한 악성댓글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하여 '사이버명예훼손죄'와 '사이버모욕죄'라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고인의 이름을 따서 일명 '최진실법'이라고도 합니다.

악플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적용되는 엄연한 범죄입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 사이버 모욕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됩니다.

지금 이 순간 익명에 기대어 인터넷과 SNS로 누군가를 근거없이 욕하고 있다면 당신은 범죄자인 것입니다.
 
 

#10 K팝, K무비, 스포츠 스타의 해외 활약

궂긴 소식이 더 많았던 2019년 올해, 그나마 문화예술과 스포츠 분야에서 들려오는 희소식에 잠시 시름을 잊을 수 이었습니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 대중가요 시장을 휩쓸었습니다. 지난 4월에 ‘빌보드 200’에서 1위를 거머쥐었고, 11월에는 '2019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2019 American Music Awards)'에서 3관왕에 올랐습니다. 월드투어도 성공리에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K팝 열풍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2004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2010년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시'에 이은 쾌거입니다.

K팝 말고 K무비의 힘도 대단했습니다. '로컬 영화제(봉준호 감독의 표현)'인 미국 헐리우드의 아카데미상에도 예비후보로 올라있다고 하는데, 내년 2월에 있을 시상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스포츠선수의 활약도 눈부셨습니다. LA다저스의 류현진 선수는 평균자책점 2.32라는 수려한 성적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투수 최초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갈채를 받으며 시즌을 마감한 류현진은 4년 8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연봉을 받기로 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팀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도 속된 말로 '국뽕'을 선사했습니다. 70m를 넘는 거기를 질주해 넣은 '원더골'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입니다.

2019년 한 해 안 좋았던 기억은 묻고, 다가오는 2020년 새해는 희망을 '따따블'로 안고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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