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문중원 합의" 공증 했지만 시민단체 개혁 요구 여전
2월 23일~3월 12일 경마중단으로 6000억원 이상 손실 예상
'온라인 마권' 발매 사업은 국회 상임위 소위 문턱도 못 넘어

한국마사회가 연초부터 시민단체의 개혁요구와 온라인 마권 도입 실패, 코로나로 불거진 경마 중단 등 대형 악재에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마사회 홈페이지.

고(故) 문중원 사고를 계기로 개혁에 대한 거센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가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발목이 잡혔다. 또 기대했던 '온라인 마권' 발매 사업은 관련법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경마시스템을 혁신하고 건전성 확보 등을 통해 새로운 100년의 기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신년사(2020년)를 통해 포부를 밝혔던 김낙순 회장 입장에서는 연초부터 가시밭길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12일 한국마사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 11일 부산광역시에 소재한 한 법무법인에서 '한국마사회 적폐권력 청산 문중원 열사 노동사회장 장례위원회(장례위원회)'와 ‘부경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서’에 공증했다. 이날 공증에는 마사회 측에서 김홍기 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장, 장례위원회는 석병수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고 문중권 기수' 문제는 모양상 일단은 봉합되는 모습. 다만, 공공운수노조가 "공증 절차는 마쳤지만 합의 내용이 잘 지켜지는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민노총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들의 마사회 적폐권력 해체 요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앞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코로나 사태도 갈 길이 바쁜 마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경마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12일까지 경마를 일시 중단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오는 26일까지 2주 더 중단한 상황이다.

경마는 주 3회(금·토·일) 열리기 때문에 마사회 입장에서는 4주 정도의 매출이 사라지게 된다. 경마 관련 하루 매출이 500억원 조금 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미 6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사회의 최근 매출액을 보면 지난 2017년 7조8447억원, 2018년 7조5754억원이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경마 중단 사태가 길어질 경우 마사회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때에 따라서는 올해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게 마사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매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문제는 이를 보완해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과 홍콩 등은 '무관중 경마'를 진행하면서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이용한 마권 판매로 손실을 어느 정도 방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다르다. 우리는 법적으로 경마장과 장외발매소를 통해서만 마권을 판매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되레 코로나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국민적 공감 속에 임대료 감면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마사회 역시 경마 중단으로 피해가 불가피한 입점 사업체 등에 대해 임대료 인하나 감면,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해 금액은 크지 않지만 수입은 더 줄어들 상황이다.

악재는 또 있다. 기대했던 온라인 마권 도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온라인 마권은 불법 사설 경마 시장의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합법 경마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한편으로는 '불법'에서 '합법'으로 수요를 유도함으로써 불법 범죄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지난해 11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국회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게 사실. 하지만 부풀었던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돌아왔다.

지난 3월초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 소위원회의 문턱 조차 넘지 못한 것. 소위원회에 참석한 일부 여당의원이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소위도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계속되는 시민단체의 개혁요구에 기대했던 온라인 마권 도입 실패, 코로나로 불거진 경마 중단 등 대형 3대 악재에 막힌 한국마사회. 그리고 김낙순 회장이 가시밭길에 처한 한국마사회를 구해내고, 다시 달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리더십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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