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라임이 약속데로 자산을 운용하지 않은 것...책임 없어"
감독당국 "자산 운용 과정서 사기 여부는 법원의 판단 필요"
피해자들 "어디에도 책임 물을 수 없어 답답, 빨리 대책 나와야"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은행에서 가입한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펀드 대신 판매한 것 일뿐, 자금을 당초 설명한 곳에 투자하지 않은 라임자산운용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독 당국자의 입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이 문제가 된 펀드에 자금을 편입한 것과 관련한 '사기' 여부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투자자는 분명 투자금 손실을 봤거나 앞으로 볼 것이 불보듯 뻔하지만 책임을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물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통상 법적 공방은 진행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들고 결론이 나오는데까지 시간이 오래걸린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굴지의 금융사를 상대하기로 소송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아 손실금을 돌려 받는게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라임 관련 피해자 중 한명인 투자자 ㄱ씨(남·광명)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강남 소재 신한은행 한 지점에서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인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드(CI) 1호'에 가입했다. 

ㄱ씨는 은행 쪽에 "투자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은행 담당자는 "정기예금보다 이율이 높으면서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설명하며 해당 상품을 추천해줬다.

당초 이 라임 펀드는 싱가포르 매출채권에 투자할 목적으로 조성된 사모펀드로 투자위험 등급은 3등급이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DLF(파생결합펀드) 같은 초고위험 파생상품의 투자등급은 1등급으로 통상 등급이 올라갈수록 투자 위험이 높아진다.

ㄱ씨는 이 펀드가 어디에 투자되는 상품인지 설명을 들었고 은행 쪽의 투자성향 분석에 응한 뒤 이 펀드에 5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문제는 운용사인 라임이 이 펀드로 조성된 자금을 당초 투자하기로한 투자처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곳에 자금을 편입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사기성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인 이 상품은 위험등급이 1등급인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였다. 이 펀드는 해외 폰지 사기 등에 연루돼 자산이 동결, 지난해 10월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은 이 문제의 펀드를 실사 중에 있으며 업계에서는 전액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삼일회계법인은 라임 펀드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의 손실률을 각각 -46%와 -17% 수준으로 조정했던 바 있다.

신한은행 측은 당초 라임에서 설명한데로 고객에 설명하고 판매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라임이 투자금을 약속데로 운용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으니 판매처인 은행은 사실상 책임이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라임 쪽의 책임이 큰 만큼 은행 쪽에서 먼저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 준 뒤 은행이 라임 쪽에 손해 보전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투자 자금의 규모가 큰 만큼 고객의 손해를 은행이 보전해 주면 경영진의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은행 쪽의 주장과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ㄱ씨는 "어디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런 사태에서 금융당국이 빨리 대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라임펀드와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500여건"이라며 "사례마다 가입 펀드와 경로 등이 매우 다양해 일괄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부터 분쟁조정을 위한 조사가 시작된다"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손실율이 확정되고 분쟁조정 결과가 나와 사례별 조정 주체들이 조정 결과에 대해 불복할 경우 민·형사상 법정 분쟁으로 가게 될 수 있다"면서 "위 사례와 같이 명확히 불완전판매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 분쟁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손실율이 결정되고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와 가이드 라인이 나온 이후 고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현재로써는 금감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은행과 투자자 뿐만 아니라 사실상 문제의 핵심 주체인 라임이 당초 약속한데로 자산을 운용하지 않았으니 라임이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감독 당국의 얘기는 아예 그 맥락이 다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예를들어 펀드 상품 설명서에 'A라는 투자처에 투자 예정'이라 쓰여 있고 단서조항으로 '사정에 따라 투자처 변경 가능'이라는 문구가 명시 돼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 경우 사기 여부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라임 피해자인 ㄱ씨는 "은행의 이름을 보고 투자했다"며 "앞으로 누구가 은행을 믿고서 투자 상품에 가입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라임 관련 투자자은 책임소재 규명을 놓고 감독 당국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감독 당국의 말처럼 다양한 사례가 많은 만큼 사기 혹은 불완전 판매로 최종 결론나는 사례 역시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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