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드라마 같은 접전의 승부를 보이며 환환 웃음을 지은 후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눈물을 흘려야 했던 후보도 있었습니다. 선거구민들로부터 누가 조금 더 사랑을 받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셈입니다.

이 같은 선의의 경쟁은 어느 곳에서도 존재합니다. 선출직이든 공모직이든, 결국 경쟁을 통해 최후의 승리자가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얘기의 초점을 살짝 돌려보면, 취임 3년차를 맞는 6개 발전공기업 CEO(최고경영자)들에게도 2020년은 '승부의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일궈내는 성과에 따라 내년 봄 '자리'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전공기업은 지난 2001년 정부의 전력사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전으로부터 분할된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과 한국남동발전(유향열), 한국중부발전(박형구), 한국서부발전(김병숙), 한국남부발전(신정식), 한국동서발전(박일준) 등 6개 기업을 말합니다. 한전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한전의 자회사인 것이죠.

그리고 6개 발전공기업을 이끌고 있는 현재의 CEO는 2년 전인 지난 2018년 2월부터 4월 사이에 취임했습니다. 임기도 대부분 3년이다 보니, 임기의 3분의 2가 훌쩍 지나간 셈입니다. 이들 CEO의 올해 경영성적표가 더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금융감동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6개 발전공기업의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지난해(2019년) 성적만 놓고 보면 마음이 편해 보이는 CEO 보다는 걱정이 많은 CEO가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이끌고 있는 정재훈 사장은 지난해 매출 8조9826억원을 올렸습니다. 2018년과 비교하면 275억원 늘어난 것인데, 별 차이가 없다고 봐야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783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2%나 감소했습니다. 13%에 육박했던 영업이익률도 8.7%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본 서부발전 수장인 김병숙 사장도 편치 못할 것 같습니다. 2018년 4조8691억원이었던 매출은 4조4685억원으로 4000억원 정도 줄었고, 영업이익도 1405억원에서 74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당연히 영업이익률도 2.9%에서 1.7%로 낮아졌습니다. 6개 발전공기업 중 1%대 영업이익률은 서부발전이 유일합니다.

유향열 사장이 이끄는 남동발전은 어떨까요. 남동발전은 매출 5조4204억원으로 1200억원 정도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1567억원에서 1249억원으로 20%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도 2,8%에서 2,3%로 떨어졌습니다.

신정식 사장의 남부발전은 매출 5조4394억원으로 전년대비 5300억원 정도, 영업이익은 1861억원에서 1519억원으로 342억원 감소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실적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밑바탕에는 기본적으로 발전산업을 둘러싼 정책 등 대내외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고, 각 발전소별 특징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원자력 비중이 큰 한수원이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CEO평가에서 환경 탓만은 할 수 없겠죠.

반면, 중부발전의 박형구 사장은 조금은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중부발전의 매출은 4조5474억원으로 서부발전에 다음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2018년에 비하면 9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221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90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무려 세 배나 늘어난 것이죠. 0.5%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도 2.0%로 급등했습니다.

중부발전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박일준 사장이 이끄는 동서발전의 약진도 눈에 띄는데요. 동서발전은 지난해 매출 4조896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67억원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86억원에서 1229억원으로 110%나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률 역시 1.2%에서 2.5%로 높아졌습니다.

정부의 '탈(脫)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라 발전공기업들의 움직임이 바빠진 것도 사실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하고, 대부분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률을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기일 때 지도자의 능력이 발휘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 발전공기업 CEO들이 일궈낼 성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고, 또 한 편으로는 응원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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