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수차례 권고에도 '불수용' 입장...담당 직원 징계 회부 안돼
-긴 법적다툼에 민원인 생계곤란...권익위, 긴급구조금 2년간 지급 건수 '0'건

 

[김학철 기자] 국민이 정부기관의 부당한 행정처리에 이의를 제기할 때 믿고 의지하게 되는 기관인 국민권익위의 의결 사항에 국토정보공사가 반복적으로 불수용 입장을 밝혀 권익위의 존재이유를 의심케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논란은 지난 2015년 10월 강원도 홍천군의 한 펜션 공사현장이 인접 토지를 침범하고 있다며 홍천군이 M씨를 비롯한 공사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공사현장이 공사 전에 경계복원측량을 하지 않아 인접토지의 일부를 절토해 불법으로 전용하고 있다는 이유다.

약 5년에 걸친 재판결과 지난달 M씨 등의 공사 관계자들은 지난 올해 2월 무죄를 확정 받았다. 그러나 길고 지루한 법정다툼 과정에서 지칠대로 지친 M씨의 배우자는 스트레스성 당뇨병을 얻어 투병중이고 다툼의 대상이었던 공사현장은 경매에 의해 타인의 손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정부기관과의 법정다툼은 상처뿐인 영광으로 M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한때 ‘잘 나가던’ 사업가 M씨는 5년간의 법정다툼 끝에 승소 했으나 현재 기초생활 수급자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의결서 ⓒ스트레이트뉴스
국민권익위원회 의결서 ⓒ스트레이트뉴스

M씨와 정부기관과의 공방은 홍천군과의 재판만이 아니었다. 법정다툼 과정에서 측량과 지적도에 대해 조사를 하던 M씨는 해당지역 일대의 지적도 작성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홍천군에 민원을 제기했다.

M씨의 민원은 여러 기관을 거쳐 국민권익위에 전달됐고, 권익위는 지난해 7월 8일 국토정보공사에 경계측량의 오류를 정정하도록 시정권고했다.

하지만 국토정보공사는 ‘지적측량적부심사’와 ‘지적측량적부재심사’에서 두차례 각하됐다는 이유를 들어 권익위의 권고에 불수용 입장을 고수했다.

M씨는 이후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측량도와 다른 도면으로 심의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M씨는 “지적에 관한 유일한 국가기관인 국토정보공사가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각 기관에 ‘각하’인 결과를 정식 심의 의결처럼 포장하고 의견을 제출해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려 한 것”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M씨의 주장에 따르면 권익위는 이러한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재차 시정권고를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토정보공사는 이후에도 그대로 주장하며 ‘불수용’ 입장을 고수, 권익위의 2차례 추가 권고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권익위는 ‘재권고를 하는 것은 불수용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재권고를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어 ‘권익위의 재권고에도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불수용을 고수할 경우 권익위가 행사할 수 있는 제재권한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없다, 재권고만 계속 할 수밖에 없다”며 무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방적부심사 의결서 ⓒ스트레이트뉴스
지방적부심사 의결서 ⓒ스트레이트뉴스

국토정보공사의 안하무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7년 3월 국토부는 M씨에게 국토정보공사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 회부와 통보 처리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내왔다. 그러나 2년 후인 2019년에서야 M씨의 정보공개 요구를 통해 확인 바에 의하면 징계 회부가 시행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해당 공문에 국토부장관 직인 날인을 결재한 사무관 A씨는 ‘당시 징계회부가 이뤄졌나’라는 질문에 “징계에 회부되지 않았다”며 그 이유에 대해 “공문 작성 이후에 지적적부심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장관 명의로 발송된 공문인데 공문 내용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내용만 보면 그렇다”며 “사건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M씨의 질문에 회신한 국토교통부 공문 (직인부분 편집해서 합침) ⓒ스트레이트뉴스
M씨의 질문에 회신한 국토교통부 공문 (직인부분 편집해서 합침) ⓒ스트레이트뉴스

한편, M씨는 자신의 사건을 진행하며 알게 된 주변 토지의 부당한 행정처리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백여 명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공도화, 건축법위반, 농지법위반, 하천법위반, 국토이용계획 관련법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에 수십 건의 공익신고를 감행했다.

정부기관과의 긴 법적·행정적 다툼에 생계가 곤란해진 M씨는 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긴급구조금을 신청했으나 “심사 후 지급 여부를 결정 하겠다”는 입장을 통보 받고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공익신고자 긴급구조금은 공익신고자가 생계에 곤란을 겪을 경우 심사 이전에 먼저 구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2018년 5월 1일부터 시행중이다.

기자가 권익위 담당자에게 M씨의 경우가 긴급구조금 지급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묻자 “심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며 “먼저 지급했다가 심의결과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하면 회수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지급 받은 금액을 쓰면 곤란하다”며 긴급구조금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답변을 했다.

긴급구조금 지급 홍보 포스터
긴급구조금 지급 홍보 포스터

담당자는 제도 시행 후 현재까지 긴급구조금이 몇 건이 지급 됐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0건"이라고 답했다.

취재를 통해 알게 된 M씨의 경우가 지급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정 지을 수 없으나 제도 시행 후 2년간 긴급구조금 지급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은 국민고충 해결을 위해 도입한 긴급구조금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행정소송, 지적적부심사, 국민권익위의결 등으로 이어진 사건을 취재하며 관계 공무원과 인접토지의 부당한 행정처리와 관련해 감사원, 국토부, 대검찰청에 접수한 사건들과 M씨의 지적적부심사에 대한 상세자료를 보강 취재해 연속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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