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건축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 제주도 손 들어
논란 됐던 '경관 사유화' 문제 관련 '공익' 폭넓게 인정
종합휴양시설 '부영랜드'도 투자진흥지구 해제로 '위기'
이중근 회장의 '제주 부영왕국' 건설 꿈도 사실상 멀어져

부영그룹이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인근 29만3897㎡ 부지에 지을 계획이었던 호텔 4개동(부영호텔 2·3·4·5) 조감도.
부영그룹이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인근 29만3897㎡ 부지에 지을 계획이었던 호텔 4개동(부영호텔 2·3·4·5) 조감도.

부영그룹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중문관광단지 내 부영호텔 건축허가 관련 소송 2건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모두 패소하면서 호텔은 물론, 부영랜드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야심찬 꿈을 꾸었던 제주도 중문관광단지 내 호텔과 종합휴양업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제주도와 업계에 따르면 이번 소송의 쟁점이 됐던 사업은 부영그룹의 주력사인 부영주택이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주상절리대 인근 29만3897㎡ 부지에 객실 1380실 규모의 부영호텔 4개 동(2·3·4·5동)을 짓는 사업이다.

◇ "공익상 필요 인정"…'경관 사유화' 제동 건 대법원

대법원은 부영주택이 중문관광단지 2단계 지역 내 호텔 4개 동에 대한 제주도의 건축 허가 신청 반려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제주도가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할 만큼 정당하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부영주택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환경영향평가법의 규정 취지는 주민들이 환경침해를 받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개별적 이익까지도 보호하려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발사업 시행승인 이후에 주상절리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최초 승인 후 약 19년이 경과하며 기존 계획에서 중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해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영주택은 대포동 주상절리 해안에 사업비 9179억원을 투자해 1380실 규모의 호텔 4개 동을 짓겠다며 2016년 2월 도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해당 사업지는 주상절리대 해안과 불과 100∼15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고, 호텔 4개 동의 건축 고도 35m(지하 4∼5층, 지상 8∼9층)로 경관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제주도는 부영주택이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2017년 12월 건축 허가 신청을 최종 반려했고, 부영주택은 이에 불복해 같은 해 12월 제주도를 상대로 환경 보전 방안 조치(이행) 계획 재보완 요청 취소와 건축 허가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도 패소함에 따라 부영주택이 호텔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앞서 사업을 진행했던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제주도와 환경보전방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부영호텔은 건축물 높이 등을 고려한 대폭적인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계획을 수정해 건축허가를 다시 신청한다고 해도 쉽게 건축허가가 날지도 미지수다.

이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제주의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려는 시도에 대해 국내외 자본을 가리지 않고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힌 제주도 발표문에서도 감지된다.

더군다나 그 동안 논란이 됐던 '경관 사유화' 문제에 대해 대법원이 폭넓게 인정함에 따라 부영주택의 입지도 더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이 제주도 중문에서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추진 중인 사업 현황. 2013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됐지만 장기간 공사를 하지 않아 회복 명령까지 내려졌던 부영랜드는 지난 8월 12일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됐다.
부영그룹이 제주도 중문에서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추진 중인 사업 현황. 2013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됐지만 장기간 공사를 하지 않아 회복 명령까지 내려졌던 부영랜드는 지난 8월 12일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됐다.

◇ 투자진흥지구서 해제된 중문 '부영랜드' 사업도 위태

이중근 회장이 실형을 받아 옥중에 있는 가운데 부영호텔 소송전에서도 최송 패소하면서 워터파크와 승마장 등을 갖춘 종합휴양시설을 짓는 부영랜드 사업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영랜드는 부영호텔과 함께 부영그룹이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중문동 2530번지 일원 16만7840㎡에 966억원을 투입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워터파크와 승마장 등을 조성하려던 사업으로 2013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았다.

하지만 부영은 토지매입비 396억원과 기초공사비 37억원 등 총 406억원만 투자한 채 7년째 투자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청문절차 거쳐 지난 8월 지구해제를 최종 결정했다.

부영랜드 투자진흥지구가 해제됨에 따라 부영주택은 '도세감면조례'에 의거, 지정해제일로부터 3년간 소급해 감면해준 취득세와 재산세는 물론, 개발사업 부담금 등도 도로 납부해야 한다.

부영호텔(2·3·4·5)과 부영랜드 위치도. 특히, 호텔 부지는 주상절리대 해안과 불과 100~15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부영호텔(2·3·4·5)과 부영랜드 위치도. 특히, 호텔 부지는 주상절리대 해안과 불과 100~15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 멀어지는 이중근 회장의 '제주 부영왕국'

부영그룹은 중문에서 부영호텔(면적 2만1000㎡)과 부영리조트(면적 3만2000㎡), 부영청소년수련원(면적 2만㎡), 부영호텔 2,3,4,5(면적 29만4000㎡), 부영랜드(면적 16만8000㎡) 등 5개 사업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을 받아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 중 부영호텔과 부영리조트, 부영청소년수련원은 사업은 완료됐지만, 핵심인 부영호텔2·3·4·5와 부영랜드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들 5개 사업의 부지 면적이 53만5000㎡에 달하는데, 이는 중문관광단지 전체면적(356만㎡)의 15%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제주에 부영왕국'을 건설한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영의 중문에서 대형 사업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관광레저산업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설정한 이중근 회장의 의중이 컸다.

이 회장은 2011년 중문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을 인수한 뒤 부영호텔로 개장했고, 인근에 리조트와 청소년수련원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영호텔2·3·4·5와 부영랜드 사업이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제주 부영왕국'을 건설하려던 부영그룹과 이중근 회장의 꿈도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