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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경심 교수 1심 선고, 핵심 쟁점과 검찰의 모순
[기고] 정경심 교수 1심 선고, 핵심 쟁점과 검찰의 모순
  • 정한중(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jhj3240@hufs.ac.kr)
  • 승인 2020.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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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대학의 추정적 승낙 관행과 표창장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1심 선고일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재판 심리에 따르면 검찰이 기소한 15개 공소사실 중 사모펀드 등 주요 범죄사실은 사라지고,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 부분(사문서위조)이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남았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 되었는데 검찰은 뛰어나온 쥐조차 잡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사문서는 남의 명의를 거짓 사용하지 않는 한 허위로 사문서를 작성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으므로 조국 전 장관과 정 교수의 딸이 실제로 봉사활동을 했다는 법정 진술이 있었지만 그 진실 여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문서위조죄의 위조가 되려면 문서 작성의 권한 없는 자(정교수)가 타인(최총장) 명의를 거짓 사용하여 타인 명의의 문서(최총장 명의 표창장)를 작성하여야 한다.

우리 대법원에 따르면 ‘작성권한 없는 자란 타인 명의 문서를 작성할 정당한 권한이 없는 자를 말하는데, 정당한 권한이 있는지는 법규, 계약, 거래 관행, 당사자의 의사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 사문서를 작성함에 있어 그 명의자(최총장)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이 있었다면 사문서 위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서 행위 당시 명의자의 현실적인 승낙은 없었지만 행위(문서 발행) 당시의 모든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명의자가 행위 당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승낙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경우, 역시 사문서의 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전˙현직 동양대 교수나 직원들이 법정에서 “교수들 사이에서 조씨에게 표창장을 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2012년 당시에는 총장, 부총장이 표창장 발급권한을 각 담당 교수에게 위임 전결했다. 표창장 일련 번호 양식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필자가 아는 지방 사립대 교수가 “나도 학과장 시절 총장 도장을 학과에 보관하여 내가 날인하였다,”는 진술이나 조 전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공개된 바 있지만, 언론 보도 후 정교수가 최총장에게 보낸 문자 “‘실제로 많은 일은 부서장 전결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의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

정한중(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정한중(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이러한 법정진술은 거래(학교 업무) 관행 등에 비추어 정교수가 총장 명의 문서를 작성할 정당한 권한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증거다. 비록 사전에 총장의 현실적인 승낙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정교수는 총장이 교수들의 의견 등 사정을 알았다면 당연히 승낙하였을 것이라고 믿고 한 행위일 수 있으므로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추정적 승낙의 존재 여부는 현재 총장의 진술이나 사후적 승낙 여부를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 표창장 발행 당시 다른 학과 등 학교 사정이나 업무 관행, 직인이 법인인감인지 사용인감인지 여부, 문서에 따른 학교의 책임 여부, 총장과 학교 입장에서 문서의 중요도와 문서에 대한 관심 여부, 문서(상장 등 포함) 수여자가 내˙외부 인사인지 여부, 정교수와 총장의 당시 친소관계, 총장이나 정교수의 근무 행태 등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해 판단하여야 한다.

헌법의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변호사들이 정교수가 작성할 정당한 권한이 있었다는 점과 최총장의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판사에게 확신을 심어줄 필요는 없고 오히려 검사들이 정교수가 정당한 권한이 없었다는 점과 총장의 묵시적 승낙도 없었다는 점에 대하여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이 없는 상태, 즉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증인들의 진술 등은 적어도 이러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에 대하여 판사들이 합리적 의문을 갖게 하는 자료임에 충분해 보인다.

만약 사문서위조가 무죄가 된다면 그 파생 사건인 증거인멸 교사 여부만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수사나 기소가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진실의 발견 보다 다른 목적이 있었음을 방증한다고 할 것이다. 이 재판은 검사는 객관의무가 있으므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수집하고 제출하여야 한다는 원칙이 검찰이 직접 수사 개시하는 권한을 가지는 한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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