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한계가격(SMP) 급락으로 발전자회사 올해 영업이익 급감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3086억원이었던 남동발전 적자전환
동서발전도 지난해 1523억원 흑자에서 올해 마이너스 640억원
전력구입비 지출 크게 줄어든 한전은 영업이익만 3조1526억원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으나 화력발전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발전자회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계통한계가격(SMP)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코로나19로 전력수요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는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등 6곳이다. 이 가운데 원자력 발전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한수원을 제외한 5개사의 영업실적을 보면 중부발전을 제외한 4개사가 지난해보다 실적이 악화됐다.

26일 전자공시스템 자료를 보면 중부발전은 올해 3분기까지 23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77억원)보다 167% 늘어난 것이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최근 준공한 제주와 서울 LNG(액화천연가스) 복합발전소 가동에 들어가면서 수익성이 개선됐고, LNG 직수입을 통한 연료비 절감 효과가 영업이익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 22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남부발전은 863억원으로 62% 감소했고, 서부발전도 915억원에서 361억원으로 60% 줄었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3086억원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가장 컸던 남동발전은 올해 146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동서발전도 지난해 1523억원에서 올해는 마이너스 640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한전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한전은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전기판매수익은 각각 43조8770억원과 41조61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546억원, 4162억원 줄었다. 코로나19로 전력수요가 줄어든데다 여름장마가 길어지면서 냉방전력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매출과 판매수익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조152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전년동기대비 무려 2조8419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한전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저유가로 발전연료비가 싸지면서 전력시장 거래가격 SMP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기 판매가격은 그대로인데 SMP 하락으로 발전자회사로부터 사들인 전력구입비가 떨어진 만큼,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 계속되는 SMP 하락…전력거래소, 정산조정계수 조정 작업 착수

SMP란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는 단가로 전력도매가격이라고도 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가중평균SMP는 지난 9월 기준 kWh(킬로와트시)당 55.94원이다. 지난 1월 84.54원이었던 가중평균SMP 지난 4월 75.39원, 7월 71.25 등 꾸준히 떨어졌다. 올해들어서만 33.8% 하락했고, 지난해 1월(111.28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발전공기업들의 수익성이 문제가 되자 전력당국이 한전 발전자회사들에게 적용하는 정산조정계수를 조정하는 내용의 '전력시장운영규칙'을 손보기로 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20일 7차 긴급 규칙개정위원회를 열고 ‘발전공기업 정산조정계수 예측오차 정산을 위한 규칙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27일 열리는 전기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고, 내달 초 산업부장관이 승인하면 시행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정산조정계수를 소급 적용하는 것이다.

정산조정계수는 발전자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모회사인 한전이 얼마에 매입할지 정하는 값이다. 한전 발전 자회사의 초과이윤을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8년 도입됐다. 당시에는 발전원별로 계수를 적용하다가 전원믹스에 따라 자회사별로 수익차가 크게 벌어지자 2015년부터 발전자회사별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전력시장은 예상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투입된 발전기 중에서 전력생산단가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단가 즉, SMP를 시장거래가격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정산조정계수(0.0001~1)를 적용한 후 최종 정산단가를 결정한다.

정산조정계수는 연 1회 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분기 단위로도 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정산조정계수는 일반(LNG, 국내탄) 1, 석탄(유연탄 평균) 0.88, 원자력 0.56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발전사가 1만원어치를 팔았는데 정산조정계수가 0.5라면 5000원만 가져가는 꼴이다. 정산조정계수가 올라가면 한전의 전력구입 비용이 늘어나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계수가 내려가면 발전 자회사의 이익이 줄어들고 한전의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전의 연결재무제표에는 발전공기업의 실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변동이 없다.

정산조정계수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제도로 국내 전력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일종의 '도깨비 방망이'이다. 이 계수가 유지되는한 특정 자회사가 과도한 수익을 내거나 적자를 낼 일은 없다. 일종의 안정장치이다. 그러다보니 경영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없게 되는데, 민간발전을 제외한 국내 전력시장의 약 80~85%가 이 같은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

◇ 전력시장 운영규칙에 환경단체 반발…기후솔루션 등 가처분 신청

전력당국의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에 환경단체들은 반반하고 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전기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과 공동으로 전기위원회의 전력시장운영 규칙 개정안에 대한 심의금지 가처분신청을 지난 24일 제출했다.

기후솔루션 등은 "전력거래소가 올해 상반기 한전 발전자회사들에게 적용했던 정산조정계수를 소급적용해 전력거래대금을 추가 보상해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이는 다른 발전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고 석탄발전원에 대한 특혜로 반시장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정산조정계수를 소급 조정하면 발전자회사에 지급하는 에너지정산금 규모가 늘어나 한전이 전력거래소에 지급해야 할 전력구매대금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앞으로 전기소비자가 지불해야할 전기요금 상승요인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제공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