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감정가 부풀려 100억대 불법대출 농협 직원은 불구속 입건
농협, 이익공유제 타깃 지목 속 성과급 잔치에 복지 확대
연이어 불거진 리스크 불감증… 이익 공유 반대 목소리 힘 잃어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작년 예상 밖 호실적에 따라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에서 곳간을 후하게 열었던 NH농협은행이 연초 불거진 임직원들의 잇단 도덕적 해이로 이익 공유제 압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힘을 잃게 됐다.

24일 울산지방법원 형사 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농협은행 지점장 A씨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에 따라 징역 4년과 벌금 5400만원을, 부당 대출을 청탁한 부동산 개발업자 B씨에게는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신용불량자 B씨가 며느리와 지인 등을 동원해 이들 명의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신청한 것을 알면서도 12차례에 걸쳐 총 77억4천만원 가량을 대출해 준 혐의를 받아왔다.

지점장 A씨는 대출을 위한 담보 부동산에 대해 정확한 가치산정 없이 실제 가치를 초과하는 금액을 대출해 줬다. 뿐만 아니라 B씨의 청탁으로 B씨의 지인에게도 22억7천만원 가량을 대출해줬다. 총 100억원이 넘는 불법 대출을 위해 A지점장이 받은 대가는 고작 2600만원에 불과했다.

농협은행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0월 부동산 감정가를 부풀려 100억원대 불법 대출로 은행에 피해를 준 농협 직원 C씨를 업무상 배임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불법 대출을 공모하기 위해 거짓 감정을 해준 감정평가사 D씨도 입건했다. 이들 일당은 지난 2016년 감정가를 조작한 상가와 대지 등을 담보로 농협에서 무려 10여차례에 걸쳐 100억원 이상의 대출을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팀장은 “금액의 규모나 횟수의 빈번함을 감안할 때 본사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으로 보여진다”며, “농협은행 특성상 지역 주민들과의 네트워크가 끈끈한 부분이 부작용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대출 관련 리스크관리의 허점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때마침 임단협을 마친 농협은행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게 됐다. 코로나19에도 불고, 전년 역대급 실적을 올려 임직원들에게 임금인상 1.8%, 성과급 200%, 특수근무지 수당 대상 확대, 국내 여비 개선 등 임금, 성과급, 복지 3종세트를 모두 후하게 베풀어 곳간을 활짝 연 것에 대해 역풍이 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성과급 200%는 전년과 같은 수준이고, 임금인상 1.8%는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합의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어서 다른 은행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익공유제 시행을 위한 재원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정치권이 뜻밖의 이익을 낸 은행권을 그 주체로 지목하면서 난색을 표해왔던 상황에서 농협은행이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반대의 명분을 잃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농협중앙회 김용식 조합감사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2021년 조합감사위원회 업무보고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제공=농협)
농협중앙회 김용식 조합감사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2021년 조합감사위원회 업무보고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제공=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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