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은 안정적인 경영환경이 갖춰지면서 항공업 살리기에 나서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전략’(PMI)을 마련해 산업은행에 제출함에 따라 양사 합병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산은이 대한항공과 수정·보완 협의를 한 뒤 최종 PMI가 확정된 이후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결과가 나오면 올해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1월 14일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미국, EU, 중국, 일본, 터키 등 기업결합심사가 필수인 9개 경쟁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고, 터키에서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대한항공이 이번에 산은에 제출한 PMI에는 고용유지 및 단체협약 승계 방안,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방안, 운송지원 자회사 효율화 방안,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위반 해소 방안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발표 직후 노조가 우려하는 고용 유지에 대한 세부적인 실행 방안이 PMI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산은은 인수 이후 구조조정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무가 중복되는 직원의 인사이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산은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과 체결한 투자합의서에 명시된 고용 유지 방안이 PMI에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 자금 8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의 주요 주주가 됐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사업 통폐합과 LCC 통합 계획도 명시됐을 것으로 거론된다. 업무가 겹치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자매사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는 합병 이후 통폐합되는 것이다. 

항공기 수하물과 화물 상·하역을 담당하는 지상조업사인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국공항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는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 예약·발권 시스템과 호텔·렌터카 예약 등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아시아나세이버와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시아나IDT는 각각 한진칼의 자회사인 토파스여행정보와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정보통신과 업무가 중복된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두 대형항공사(FSC)의 통합으로 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역시 1개의 LCC로 재탄생한다. 통합 LCC의 브랜드나 본사 이전 등의 내용은 최종 통합까지 2년 정도 지나야하는 만큼 PMI에는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산은의 이번 PMI 검토는 약 1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다음달 최종 PMI가 확정되면 후속 절차도 속도가 붙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산은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한항공 경영평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평가위는 앞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계획 이행과 경영 전반을 평가하게 되며, 확정된 PMI 계획과 대한항공 사업계획 등을 반영해 상반기 중 경영평가 목표를 부여할 예정이다. 산은은 평가위를 통해 양대 항공사 통합 작업과 대한항공의 경영 성과를 매해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은 산은의 주주제안에 따라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규정을 정관에 신설한다.

앞서 산은이 요구한 주주제안은 모두 주총 안건으로 채택됐다. 한진칼은 '이사회의 의장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 중 1명을 이사회 결의로 선임한다',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정관에 신설할 예정이다.

이사회 내에 설치할 수 있는 위원회로 ESG경영위원회와 보상위원회도 정관에 명시된다. 한진칼은 이미 지난해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김석동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었다. 지난해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이사회에 여성 이사도 포함된 상태다.

한진칼은 3명의 사외이사 선임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사외이사 후보 3인은 최방길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김효권 법무법인 퍼스트 대표변호사 등이다.

한진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인인 총수 이름에 오를 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양호 전회장의 차기 동일인 명단에 오르는 조 회장은 상속세 부담으로 그룹의 보유지분 등이 미확정 상태다.
한진그룹 총수인 조원태 한진칼 회장

 

대한항공도 3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3명을 이사로 재선임한다. 대한항공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김세진 한국펀드평가 대표, 장용성 한양대 경영대학 특임교수,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신규 선임되는 이사는 산은이 한진칼 투자 후속 조치를 위해 출범한 통합위원회의 심의 이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 주도의 이러한 움직임은 경영진 교체·해임 등의 조치를 하는 등 대한항공과 통합 항공사의 건전 경영을 면밀히 살피고 경쟁력 강화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