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고액연봉의 비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 下

현대자동차는 꿈의 직장이다. 노사협상 결과에 따라 2011년부터 사실상 정년 60세(59세 + 계약직 1년)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에 공무원, 교사, 공기업 직원 못지않게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한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 4월 대학생과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을 물어본 결과, 현대차(14.4%)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선호도 1위를 달렸던 삼성전자(14.1%)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현대차를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연봉’ 때문이다. 2015년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9594만원, 각종 복리후생비를 더하면 1억 210만원이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300인 이상 제조업 종사자의 평균연봉은 6684만원으로 현대차 생산직 초봉(5894만원)과 겨우 790만원 차이였다.

2016년 1/4분기 현재 산업별로 최고 임금을 받는 업종은 금융 및 보험업으로 월평균 591만 4천원이다. 그래봐야 연봉으로는 겨우 7097만원이다. 총 근로시간이 639.7시간이었으니 단순하게 계산(×3)하더라도 연간 근로시간은 1919시간이 될 것이다. 여기에 150시간의 시간외근로를 더해 지난해 현대차 수준의 근로시간(2065시간)을 맞춘다 해도 초과급여는 겨우 555만원, 연봉합계는 7652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리해고와 부도의 위험이 없어서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은 신의 직장이다. 지난 4월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16년 전체 공무원 기준보수월액은 491만원. 여기에 직급보조비와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 시간외수당 등을 모두 합산해도 연봉 평균은 6000만원 남짓이다. 따라서 이상 세 가지 예만 놓고 봐도 현대차 직원의 임금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공무원의 경우, 2016년 봉급표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3급 최고호봉쯤 돼야 비로소 억대연봉 반열을 바라볼 수 있다. 경찰은 경무관, 소방관은 소방준감, 군인은 준장이 이에 해당하는 계급이다. 2013년 공무원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9급으로 출발한 일반직 국가공무원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더라도 평균 31.7년이 지나야 3급으로 승진한다. 그것도 8명 가운데 단 1명만 이 행운을 움켜쥐는데 그치고 있으며, 지방직은 대부분 6급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형편이다.

현재 강력한 노동조합을 배경으로 하는 제조업 분야 대기업 생산직은 호봉제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직위 승진이 없더라도 매년 자동 호봉승급(1년에 2호봉)과 노사협상에 의해 예외 없이 적용되는 기본급, 통상급 등 인상과 성과급이 동시에 적용되는 임금구조로 갈수록 고액연봉자가 속출한다. 호봉제는 시급으로 하는 생산직과 정비직은 2006년에, 기타 직군은 이듬해에 도입되었다. 현대차 노조가 발간한 ‘2016년 단체교섭 요구안 해설서’를 보면 생산·정비직의 84%인 27,470명은 28호봉 이상이다. 이들은 지난 4월 1일자로 이미 평균 25,024원의 자동 호봉인상이 적용된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4월 29일, 2015년 말 현재 조합원 평균급여를 공개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본급 월액은 약 210만원이다. 통상수당(603,826원)과 정기상여금 월분할액(1,904,993원), 그리고 현금성 복리후생비 월분할액(250,000원)을 모두 합하면 월 4,859,089원(연봉 약 5830만원)이다.

또한 단체협상을 통한 성과급 400%, 타결일시금 420만원, 주식 20주(계좌입고 당시 종가기준 가격 267만원) 등을 받았으므로 약 1900만원(19.8%)이 추가된다. 따라서 직원 평균연봉(9594만원)과의 차액인 약 1860만원(19.4%)은 시간외수당(휴일특근)과 기타급여(연월차수당 등)이다. 이처럼 시간외근로를 전혀 하지 않고서도 최소한 7730만원의 연봉을 챙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가 그동안 엄청난(?) 장시간 근로를 통해 생활임금을 확보해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조사’를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할 수가 있다. 2015년 당시 5인 이상 상용직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약 4186만원이었는데 무려 78.8%가 정액급여인 3297만원이었다. 정액급여는 ‘기본급 + 통상수당’과 ‘정기적인 비통상수당’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현대차의 경우에는 약 3545만원+α(연월차·가족수당 등)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액급여만을 놓고 보면 현대차 연봉은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정기상여금+α인 ‘특별급여’와 연평균 1500만원 안팎인 ‘초과급여’가 현대차 고액연봉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현대차 박유기 노조위원장이 임금협상을 위해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2014년 3월 21일 기준 생산직 평균연봉은 9944만원이었다. 매년 노사협상에 의해 정하는 성과급·일시금이 기본급과 같은 2380만원이다. 시간외(휴일특근)수당은 1437만원이므로 변동급만 무려 3817만원, 고정급은 6126만원(61.6%)이다. 참고로 그는 조합원 평균 근속연수가 19년, 평균연령은 44.5세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현대차는 기본급과 호봉인상이 4월 1일 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연봉은 2013년 4월 1일 ~ 2014년 3월 31일 사이에 적용된다. 이때는 주간 2연속(‘8 + 9’시간) 교대제 시행 첫해여서 연간 근로시간이 2220시간으로 대폭 단축돼 시간당 임금은 무려 44,792원이 된다. 시간외근로가 전혀 없었다고 가정해도 평균연봉은 상상 이상인 8506만원이다.

현대차는 2007년 처음으로 연봉 6000만원(6659만원) 시대를 열었다. 이후 5년만인 2012년에 다시 9000만원(9466만원)을 넘어섰다. 고액연봉은 장시간 근로를 통한 초과급여 외에도 500% 성과급과 960만원의 타결 일시금(상품권 포함), 그리고 기본급 인상 등이 단단히 한몫을 했다.

성과급은 1992년에 처음 도입되었는데 2001년부터 300%+α로 사실상 정착되었다. 노조의 성과급 요구기준은 전년도 회사 당기순이익의 30%이다. 노조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를 내걸었다. 지난 10년간(2006~15년) 성과급 지급현황을 보면 평균 365%, 타결 일시금은 평균 597만원 + 상품권 평균 7만원 + 주식 평균 15.5주이다.

2008년 12월 금속노조와 노동사회연구소가 공동 발간한 ‘금속산업의 임금구조와 임금체계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현대차 고액연봉에 얽힌 내막을 좀 더 상세하게 살필 수 있다.

임금협상 시기만 돌아오면 노조는 낮은 기본급 또는 통상급을 핑계로 기본급 인상과 함께 통상임금 인정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표 4>에서 알 수 있듯이 직군별로 이미 최저 54.1%(영업직)에서 최고 86.1%(연구직)까지가 고정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산직(17.5년)이 정비직(16.6년)보다 평균 근속연수에서 별 차이가 없으면서도 월 임금총액이 97만원 더 많은 것은 시간외수당 때문이다.

고정상여금은 2007년 750%로 인상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지급 기준은 ‘통상임금 + 기타 비통상임금’이다. 성과금과 일시금 등 변동상여금은 개인별, 부서별로 차등지급 없이 균등 적용된다. 따라서 생산직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고정급여는 58.9%에 이르며 연월차 수당 등 기타급여를 합산하면 60%를 훌쩍 넘는 것이다.

2008년 2월 말 현재 생산직 노조원(조합원의 67.4%)의 월평균 임금은 약 545만원, 연봉으로는 6540만원이다. 기본급과 호봉 인상의 기준이 매년 4월 1일이기 때문에 아직은 2007년도 통상임금 등을 적용받는다. 월평균 임금총액을 항목별로 나누어보면, 기본급이 약 1896만원으로 29%를 차지한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수당은 5.4%로 통상임금의 비중은 34.4%(2251만원)이다.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이 5.1%(333만원),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 시간외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21.4%(1400만원)를 차지한다. 또한 정기상여금(750%)과 변동상여금을 12개월에 걸쳐 골고루 나눈 비중이 각각 23.8%(1556만원)와 12.6%(824만원)로 36.4%에 달한다. 임금총액의 3분의 1 이상을 상여금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2013년 박유기 위원장의 블로그와 ‘2016년 단체교섭 요구안 해설서’를 보면 초과급여(시간외수당)의 비중은 근로시간 축소에 따라 오히려 10%대로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67년 설립된 현대자동차는 2000년 당시의 국내 생산설비능력(189만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 공장만 늘려왔다. 현대차는 2001년 151만대 생산 이후 10년 동안 평균 165만대 완성차를 생산하여 국내·외에 판매해왔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한때 160만대로 판매 대수가 급감하기도 했으나 2012년에는 190만대 생산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2013년부터 내리 180만대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187만대 생산에 그쳤다. 2000년 당시 직원수는 4만8천여명, 생산·정비직은 2만8천여명이었다. 14년이 흐른 지난해에는 직원수 6만5천여명에 생산·정비직은 3만4천여명이었다. 같은 기간 평균연봉은 4125만원에서 9594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울산은 고임금근로자의 천국이다. 국세통계를 살펴보면 울산지역에서 2014년도 연말정산을 실시한 근로자 3만2천여명(8.5%)이 연봉 1억원 이상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6.9%)보다 1.6%P 늘어난 수치이다. 2위 도시 서울(3.9%)과 비교해도 두 배를 훨씬 넘어선다. 그 대상을 연봉 6000만원(월 500만원) 초과로 확대할 경우 그 비율은 무려 23.2%로 크게 늘어난다. 현대차 임금자료를 분석해보면 생산직은 23년차 이상이면 억대 연봉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노조가 밝힌 자료를 보더라도 현재 생산·정비직 중 60%인 19,630명이 58호봉(1년 2호봉 승급) 이상이다. 따라서 울산지역 억대 연봉자의 상당수는 바로 이 현대차에서 배출됨을 알 수가 있다. 최근 발표된 2015년 중위연봉(임금근로자 100명 중 소득 상위 50번째 근로자의 연봉)은 겨우 2500만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6470원(월급 1,260,270원)으로 결정되었다. 시간외근로와 부가급여가 전혀 없다면 연봉은 약 1512만원이다. 그러니 일자리 나누기가 어찌 1% 재벌만의 몫이겠는가?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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