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이 정답이다

울산은 고소득자들의 천국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울산의 1인당 개인소득은 1956만원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으뜸이다. 이는 꼴찌 전남과 대비하면 541만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1인당 민간소비 역시 1526만원으로 서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역시 바닥인 전남과 228만원 차이였다.

이처럼 울산시민의 지갑을 두둑이 채우는 건 일찍부터 제조업이 발달한 생산도시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현재 울산지역 취업자는 36.6%가 제조업에 종사한다. 이는 전국 평균(16.9%)의 두 배 이상일 뿐만 아니라 조선소와 기계공단 등이 밀집한 경남(24%)과 황해권 경제 중심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충남(22.9%)조차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비율이다.

울산은 자동차의 도시이다. 다섯 명 가운데 한 사람 이상이 자동차(23.2%)와 직접 연관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이는 2014년 대비 1만명이 늘어난 숫자다.

울산은 정규직의 세상이다. 46만여명 임금근로자 가운데 72% 남짓이 정규직 신분이다. 이는 전국 꼴찌를 다투는 전남(59%)과 비교하면 무려 13% 가량이 높다. 울산과 전남의 1인당 개인소득 순위를 가른 건 바로 이 정규직 비율 때문이다.

중화학공업도시인 울산은 뜻밖에 여성 천국이다. 울산은 경남, 경북, 충남과 함께 생산 가능인구(15세 이상) 중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지역이다. 그러나 8분기(2년) 평균 고용률은 58.3%로 전국 평균(60.3%)보다 낮고 특히 여성(41.6%)이 전국 평균(49.9%)보다 크게 낮아 꼴찌를 기록했다. 일자리가 많은 생산도시 울산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즉 정부가 권장하는 일·가정 양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가구주인 남성이 그만큼 많이 일하고(고용률 74%, 전국 평균 71%) 그만큼 소득이 높기 때문이다.

울산은 장시간 노동의 천국이다. 고용노동부의 2015년 4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서 울산지역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시간은 월 195.1시간으로 충북(195.5시간)에 이어 2위였다. 같은 조사에서 울산은 월 평균임금(423만원)이 유일하게 400만원을 넘겼지만 이는 장시간 근로가 바탕(시간당 21,681원)이다. 이와 반면에 15시간을 적게 일하면서도 시급(20,600원)은 엇비슷한 서울시민은 비록 월급이 48만원 적지만 최저 근로시간(180시간)으로 다소 여유를 누렸다.

현대자동차가 금융감독원 전자시스템에 공시한 지난해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9594만원(월 799만원)이다. 이들은 평균 근속연수가 17.2년이므로 19.6년인 기아자동차의 평균연봉 9701만원과 비교해도 완성차업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는 상상 이상의 복리후생비가 빠져있다. 경조사 및 휴양시설 지원은 기본이고 8~30%에 이르는 차량구매 가격할인이 가장 큰 혜택이다. 차량수리비도 최대 30%를 할인받고 연간 20만원까지 각 사업장 자가 정비코너도 이용할 수 있다. 자녀학자금은 대학생까지 전액 무상지원이다. 의료비는 종합검진지원과 부속병원 운영 이외에도 입원진료비는 본인·가족 합산 연 2000만원 한도까지 지원해준다. 직원의 주거안정을 위해 독신자숙소·사택·임대아파트 운영 및 별도로 회사 대출제도를 실시한다. 주요 사업장별 직원 및 가족대상 문화회관 및 주말농장 등 다양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장기 근속자에게는 해외여행 특전을 주는 등 복지혜택은 헤아릴 수 없다. 그 결과 2015년에 정규직에만 지출한 복리후생비가 약 4092억원, 개인당 650만원이다. 따라서 1인당 실제 투입되는 인건비는 연간 1억 210만원(계약직 포함)이다.

현대차의 고액연봉은 장시간 근로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왔다. 지난해 12월 28일 타결된 임금·단체협약에서 현대차 직원의 평균기본급은 8만 5000원(호봉승급분 제외)이 오른 월 210만 269원(연 2520만원)이 되었다. 기본급은 시간외수당, 연·월차수당 등을 정하는 기준이다. 여기에 통상수당과 명절 귀향비, 휴가비, 생필품 보조비 등이 10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정기상여금 연 750%(2285만원)는 고정이다. 이렇게 해서 고정급만 5830만원이고 나머지 3000만원 이상을 휴일 특근수당과 성과상여금 등으로 메꾸면 평균연봉은 9000만원 이상이 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10시간 + 10시간’ 주야 2교대 방식을 유지해온 대표적인 장시간근로 사업장이었다. 고용노동부가 2011년 9~10월 사이 실시한 완성차업체 근로실태점검 결과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GM대우·르노삼성 등 완성차 4개사는 주중 상시 주야 2교대를 실시하면서 최소 3시간 20분 ~ 최대 10시간 50분씩 연장근로를 시켜왔다. 휴일의 경우 현대차가 전 공장에서 주 1회씩 8시간 넘게 빈번히 특근을 시켰으며, 특히 울산공장은 주야 모두 12시간 25분씩 휴일특근 근무를 실시했다. 이런 방식으로 주당 평균 55시간을 근무했는데, 이는 당시 정규직 평균 41.7시간을 13시간 이상 초과한 것이다.

2005년 현대차는 단체협상에서 주간연속 2교대 방식으로 합의를 했으나 노사는 각각 임금과 생산량 감소를 우려해 그 시행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가 드디어 2013년 3월 4일부터 ‘8시간 + 9시간’의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해 밤샘 근무를 없앴다. 이론적으로는 1일 잔업·철야 4시간에서 잔업 1시간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2011년 한때 1인당 연간 2678시간까지 치솟은 근로시간이 2012년에는 2443시간, 2013년에는 2220시간까지 감소했다. 그나마 금년 1월부터 주간2조 잔업 1시간도 폐지해버렸고 노조는 지난해 근로시간이 2065시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대차 직원들이 이렇게 장시간 근로를 바탕으로 해서 2011년 받은 1인당 연봉은 8934만원이니 시간당 33,360원 꼴이다. 시간당 임금은 철야근무를 두 달밖에 실시하지 않은 2013년 처음으로 40,000원대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46,459원까지 치솟았다. 시간당 임금은 4년 사이 39.3%가 올랐다. 참고로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같은 기간 중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의 시간당 임금은 23,229원에서 28,918원으로 24.5% 상승하는데 그쳤다.

2004년 당시 성과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한 도요타 자동차는 오히려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전통의 호봉제를 완전 폐지하고 숙련급과 생산성급을 추가하자 오히려 평균연봉은 2012년부터 현대차와 역전되기 시작했다. 성과급 규모를 정확히 밝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도요타의 실제 연봉은 현대차와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1인당 매출액이나 1인당 생산대수를 보면 생산성은 현격하게 차이가 났다. 근로시간(2011년 기준)도 역시 도요타는 1850시간으로 현대차가 연간 828시간이나 많이 일했다. 도요타와 비교해 봐도 현대차의 고액연봉은 바로 이 장시간 근로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니 생산성 향상을 요구하는 회사 측의 논리를 무조건 나무랄 일은 아니다.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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