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가도 밝히는 길은 ‘중도개혁’에서 ‘중도’를 버리고 ‘개혁’을 택하는 것뿐

「두루뭉술한 정치적 가치와 모호한 비전, 제3지대에 어울리지 않아」
「정치공학적 접근 외에 새로운 야성으로 나아가야 할 때」

게재 순서
① 반기문,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망론의 선두주자
② 문재인, 친정체제 구축으로 단단해진 노란풍선의 귀환
③ 안철수, 더 이상 내놓을 것 없는 새정치의 좌장
④ 박원순, 청년으로 도전장 내민 협상의 달인
⑤ 김무성, 가뭄의 끝에서 서성이는 이념의 패장
⑥ 손학규, 기지개 켜는 야권 재편의 키맨key man

▲ 지난 3월 기자회견 이후 당사를 나서는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뉴시스

2017년 대선을 1년 4개월여 남겨둔 현재, 대선 국면을 진두지휘할 여야의 진용이 꾸려지면서 차기 대선후보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돌직구뉴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원씨앤아이와 리얼미터의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바탕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 6인을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분류, 집중분석을 실시하였다.

▲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리얼미터, 조원씨앤아이) ⓒ돌직구뉴스

○리얼미터 여론조사: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8월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518명(무선 8, 유선 2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9.8%, 표집오차 95%, 신뢰수준 ±2.5%p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시사전문 돌직구뉴스와 공동으로 8월 17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000명(유선+휴대전화 RDD방식)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3.0%, 표집오차 95%, 신뢰수준 ±3.1%p


광주에서 던진 대권 출사표

“저는 다음 대선이 양극단 대 합리적 개혁세력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대선 때처럼 양극단 중 한쪽이 정권을 잡게 되면, 절반도 안 되는 국민을 데리고 나라를 분열시키면서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문계 압승으로 막을 내렸던 지난 27일, 전남 광양커뮤니티센터 강연 도중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한 발언이다.

이어 지난 28일, 무등산 산행 후 광주에서 가진 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그는 대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먼저 간담회 발언 중 일부를 살펴보자.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고 시대를 바꾸라는 명령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저희는 문호를 활짝 개방할 것입니다. 스스로 시험대를 만들고 끊임없이 돌파해 최종적인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의 발언은 크게 ▲낡은 시대 청산 ▲국민의당 중심 정권교체 ▲합리적 중도세력 결집을 위한 문호개방 등으로 요약된다.

그는 대선 유력 주자들을 국민의당으로 불러들여서 스스로 시험대를 만든 다음 최종 승리를 거머쥐고 대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또 한 사람의 박찬종 또는 문국현에 머물면서 국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갈까?


새정치를 향한 시대적 요청, 안풍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2011년, 정치경력이 전무한 기업가 겸 과학자 안철수는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고 정치판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는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고작 10여 분가량 면담한 후에 “길고 지루한 단일화 과정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며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혹자에게는 충격이었고 혹자에게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감동이 더 컸던 것일까, 이후 2012년 대선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안 전 대표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그해 9월 그는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후보 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여망에 밀려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사실상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로의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 2012년 야권 단일화 이후 문재인과 안철수 ⓒ뉴시스

이후 2013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노원병 무소속으로 출마해 60.5%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여의도에 입성했고,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광주에서 던진 그의 대권 출사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박근혜 후보를 누르고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두루뭉술한 정치적 가치와 모호한 비전 제시

지난 28일에 던진 출사표를 살펴보면 그가 가진 정치적 가치와 비전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격차해소와 평화통일, 그리고 미래 대비라고 봅니다. (중략)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기회가 열리는 격차 없는 세상, 금수저의 기득권도 흙수저의 절망도 없는 공정한 세상...”

“남북이 총과 핵무기, 미사일을 겨누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무기를 내려놓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평화적 시대... (중략) 지금의 격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 벌어지는 끔찍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 지금보다 더 공생할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시대정신입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냥 바꾸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제대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람만 바뀌는 게 아니라 국민의 삶이 바뀌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어디 한 군데 나무랄 곳 없이 바른 말이지만, 어디 한 군데 추상적이지 않은 곳도 없다. 물론 고작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이 미주알고주알 읊어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위 발언들이 안 전 대표가 주요 사안들에 대해 그간 보였던 행보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시대정신 중 하나로 모두에게 기회가 열리는 격차해소를 말하고 있지만, ‘기득권도 절망도 없는 공정한 세상’만 외칠 뿐, 법인세율이나 환류세, 양극화 등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통일 분야에 대해서도, 한반도 사드 배치를 당론으로 정했을 뿐, 햇볕정책도 아니고 비핵개방3000도 아니고 한반도신뢰프로세스도 아닌 그 무언가가 없다. 복지 분야 역시 ‘중부담 중혜택’이라는 구호성 중간자적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교육이나 의료서비스, 핵발전소 등 여러 사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주요 정치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대답은 “국민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 또는 “국민들께 여쭤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그의 정치적 가치는 두루뭉술하고 제시하는 비전은 모호하다. 이러한 행보는 그가 서 있는 정치전략적 입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일한 선택지, 제3지대

“백년 가는 정당을 만들어서 새정치를 구현하겠다”고 했던 안 전 대표, 그는 그동안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모두 싸잡아 구태정치라고 비난해왔다. 그가 밝힌 새정치는 양당의 구태정치와 다른 ‘그 무엇’이다. 그러나 현재 양당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 뿐, 그 무엇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치전략적 설명은 없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지난 새누리당 및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를 대하는 시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 상견례를 나누는 이정현 대표와 추미애 대표 ⓒ뉴시스

안 전 대표에게 새롭게 들어선 친박계 이정현 대표체제는 달갑지 않다. 만일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했다면 친박과 비박의 힘겨루기 와중에 속칭 ‘이삭줍기’가 가능했을 테고, 그렇다면 그의 대선 행보 중심축이 어느 정도 새누리당 쪽으로 이동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친문계 추미애 대표체제 역시 안 전 대표에게는 거의 최악 수준이다. 비문계가 당권을 장악했다면 친문과 비문의 알력을 타고 자신의 대선 행보 중심축을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1당과 제2당의 전당대회가 주류 측의 건재만 과시한 채 끝난 가운데,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스탠스는 결국 나머지 대권주자들을 불러 모아 흥행을 통해 주가를 올리는 방법, 즉 제3지대론뿐이다.

“문호를 활짝 개방할 것이며, 스스로 시험대를 만들고 끊임없이 돌파해 최종적인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그래서 다른 어딘가가 아닌 국민의당이라는 제3지대에서 경선을 통해 대선주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제3지대로 초청될 주자들, 그리고 손학규 전 대표

물론 초청장 같은 건 없다. 그러나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여권 소장파들이나 정운찬 전 총리, 김부겸 의원을 포함한 야권 소장파들 중 누구라도 올 경우 흥행대박이다. 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김무성 전 대표, 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라도 온다면 그야말로 초초대박이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왜냐하면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제3지대로 초청하는 이유가 안 전 대표의 ‘스파링 파트너’를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국민의당 및 안 전 대표의 요구에 딱 맞아떨어지는 유력주자가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다.

▲ 지난 6월 목포의 한 식당에서 회동한 손학규와 박지원 ⓒ뉴시스

손 전 대표 이미 더불어민주당의 패권주의에 패배의 쓴잔을 맛본 바 있다. 그간 합리적 개혁과 중도를 표방해왔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는 국민의당에 가깝다.

정계에서는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친정체제를 구축한 이상, 손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으로 갈 경우에도 문재인 전 대표의 스파링 파트너로 전락할 공산이 크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국민의당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공학 이외에 안 전 대표가 가야할 길은?

안 전 대표는 최근 서울과 경기, 충청, 전남의 지역위원장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대선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30일에는 고향인 부산을 방문해 강연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호남 일부 외에 고정 지지세가 없고 안 전 대표에 대한 컨벤션 효과도 거의 사라진 마당이라, 이번 대권 레이스에서는 제3지대로 나선 지난 4・13총선 때만큼의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더라도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등 3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안 전 대표가 획득할 수 있는 표는 10% 내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공학적 대선가도가 안개에 싸여 있다. 불투명하다. 그러나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공학 외에, 그가 자신의 길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두루뭉술한 정치적 가치를 날카롭게 벼리고 그동안 견지했던 모호한 비전 대신 급진적이고도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표방해온 ‘중도개혁세력’ 중 ‘중도’에 치중했던 그간의 행보를 버리고 ‘개혁’에 방점을 찍는 강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제3당도 야당이니까 말이다. 그 길이 오히려 야권의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첩경이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는 새정치의 좌장 안철수, 그는 이번 대권 레이스에서 새로운 2011년을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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