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봉급인상, 그들만의 잔치를 중단하라!

철 밥통들만 또 신났다. 정부가 내년 공무원 월급을 대폭 인상한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가 의결·발표한 ‘201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지난해(3.0%)보다 0.5%P 오르는 수준으로 결정됐다. 여기에 개인호봉 상승분까지 반영하면 금년 491만원인 기준소득월액(공무원연금 수령을 위한 기준 금액)은 사상 최초로 500만원을 돌파한다. 따라서 호봉 승급분을 포함한 최종 인상률도 지난해 수준(5.1%)과 비슷한 약 4.9%P가량으로 높아진다.

공무원 기준 소득월액은 2012년까지 415만원이었으니 박근혜 정부 5년 사이에 무려 100만원, 24.1%가 인상되는 셈이다. 여기에 정액급식비(월 13만원)와 교통보조비(직급별 월 12~20만원), 그리고 직급보조비(7급 기준 월 14만원) 및 시간외근무수당 등을 더하면 최소 월 570만원(7급 18호봉 기준·가장 숫자가 많은 공무원) 정도이다. 그리고 사실상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복지 포인트(연간으로 국가직 60만원 안팎, 지방직 100만원 안팎)를 더하면 실질적인 공무원 월급은 그 이상이다.

정부가 공무원 봉급인상의 기준으로 삼는 건 100인 이상 기업의 임금인상률이라고 말한다. 기획재정부는 “고용노동부를 통해 파악한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올해 임금인상률이 평균 4.0%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는데 지난해에도 기본급 3.0%와 개인호봉 상승분까지 포함하면 공무원 임금은 이미 5.1% 인상률을 보였다.

소비자 물가는 현 정부 들어서서 32개월 누적 상승률이 3.7%에 불과하다. 매월 물가상승률이 0~1% 또는 마이너스를 오가는 저물가 상태로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키우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분석하면, 경기불황으로 민간 기업들(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 기준)의 월평균임금은 2012년 상반기 294만 4천원에서 2016년 상반기 337만 5천원으로 14.6% 오르는데 그쳤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에도 419만 9천원에서 492만원으로 17.2% 올랐다. 그런데 같은 기간 공무원은 기준 소득월액만 이보다 높은 18.3%가 인상됐다.

2013년 3월부터 시작된 지독한 경제난은 고용노동부가 매달 발표하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현재 300인 이상 상용근로자가 종사하는 대기업 사업장의 1인당 월 평균임금총액이 462만 6천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 1천원(0.7%)이 하락한 금액이다. 대기업에서 6월말 기준 임금상승률이 감소한 건 지난 2009년 6월 이후 무려 7년 만의 일이다. 대기업조차 허리띠를 조르고 인건비를 줄이는 건 경제난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징표이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GDP성장률은 0.8%P로 1/4분기(0.5%)와 지난해 4/4분기(0.7%) 이후 3분기째 0%대 행진 중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성장률 8.8%에 그쳤으니 3년 6개월 성장률이 겨우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 월급은 경제성장률과 무관한 치외법권지역이다.

2014년 말 국민기초생활법 개정으로 ‘기준 중위소득’이 신설되었고 8월 1일까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위원장 복지부장관)가 다음해의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금년에도 지난 7월 13일 ‘중위소득’이 발표됐는데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 대비 1.73% 오른 446만 7380만원으로 결정됐다. 1인 가구 기준으로는 165만 2931원이며, 2인 가구는 281만 4449원, 3인 가구는 364만 915원이다. 한국은행이 2015년 국민대차대조표 작성을 위해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전국의 가구당 가구원수는 2.55명이다. 따라서 2017년 ‘기준 중위소득’의 평균값을 계산하면 326만 9000원이다. 그러니 2017년 공무원 예상월급은 국민의 대략 1.76배 정도가 된다.

경제난이 심화되면 우선 힘들어지는 건 서민들이다.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의 1인당 월 평균임금총액은 지난 4년 사이에 그래도 43만 1천원이 올랐고,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만 한정하면 72만 1천원이 인상됐으나 임시·일용직(비정규직)은 겨우 16만 3천원 오르는데 그쳤다. (표 2) 그러니 소득격차는 갈수록 더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달 5일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2017년 최저임금 월급은 135만 2230원이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결정한 1인 가구 중위소득에도 30만원이나 못 미치는 금액인데, 최소한 220만명에게 적용될 예정이다.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으로 2012년 95만 7220원부터 출발했으니 박근혜 정부에서 5년 동안 겨우 39만 5010원 인상되는 셈이다. 그러나 공무원 월급은 이보다 무려 4.22배나 많은 금액이 될 것이다.

한편 경제 빨간 신호등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4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4% 감소했다. 실질 국민총소득이 전 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2014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가계부채도 급속하게 증가하기 시작해 4년 사이에 무려 328조 7160억원이 늘어 1257조 2776억원이 되었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3월말을 기준으로 실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평균부채는 6181만원이었다. 이제 그 부채가 대략 6938만원쯤으로 늘어난 것이다. 최근 개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내수부진 장기화와 실업증가 등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였다.

기획재정부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재정적자는 내년에도 28조원 이상이 늘어나 5년 누적적자로만 총 152조 8천억원(관리재정수지 기준)이 예상된다. 재정적자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매울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도 총 682조 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7조 8000억원 증가한다. 즉 빚을 얻어서 공무원 월급을 올려주겠다는 계획이다. 돈은 되×이 먼저 챙기고 앞으로 곰이 재주를 부려 그 돈을 채워 넣어야 하는 셈이다.

현재 공무원 정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3만명 이상 늘어나 102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직업군인과 군무원, 그리고 비정규직 등을 합하면 140만명 이상이 될 것이다. 게다가 내년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해다. 그러니 가족들의 표심까지 고려된 선심예산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경제가 어려울 때 임금과 공직자들이 모범을 보였다. 현종 11년(1670년)~12년(1671년) 경신년(庚申年)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기근이었다. 영의정 정태화는 국가 차원의 재난대책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1670년 7월 23일 현종에게 관료들의 녹봉을 삭감하자고 건의했다. 7일 후 임금 주재로 재난대책회의가 열려 임금은 금주와 함께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문무백관은 봉급을 줄여서 굶주린 백성 구하기에 나섰다.

숙종 3년(1677년) 전국에 흉년이 들었다. 이에 대신들이 관리들의 녹봉을 줄여야 한다고 왕에게 건의했다. 왕이 “관리들도 어려운데 어떻게 삭감하느냐”고 반대하자 신하들은 그래도 계속해서 청했다. 하는 수없이 숙종은 정1품부터 정6품까지만 쌀1석씩 삭감하라고 지시했다.

영조 즉위 3년(1727년) 영남지방에, 4년 뒤는 호서지방에 큰 가뭄이 발생했다. 조정에서는 박문수를 어사로 파견하였는데, 그가 돌아와 임금에게 보고하기를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문무백관들의 녹봉을 삭감하자”고 했다. 이처럼 생산력이 크게 떨어졌던 조선시대 관리들의 백성 사랑하는 마음은 그 크기가 결코 작지 않았다.

공무원법에 의하면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한 청렴의 의무와 품위 유지의 의무를 가진다. 그러므로 공무원은 명예직이지 결코 치부의 수단이 아니다. 156억원이란 거액을 모은 현직 검사장이 구속 1호의 불명예를 기록하더니 1년 7개월 만에 현직 부장판사 또다시 구속돼 대법원이 공식 사죄했다. 이렇듯 지금 공무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온통 악취가 진동한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또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국민의 의견도 듣지 않은, 공무원끼리 진행한 셀프 결정이다.

국민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세금을 내고 있는데, 그 세금 헛되이 쓰지 말라. 공무원이 제 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월급을 동결하라. 고위 공직자 비리를 보면서도 세금 내주는 국민이 두렵지 아니한가?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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