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의료의 사유화를 노리는 사악한 집단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닭 쫓던 개"
어제 서울대병원장이 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국정농단 상황을 가리키는 중의적 표현으로 들렸다. 하지만 이 인터뷰는 jtbc 기자가 강남의 '최순실 성형단골' 의사인 김영재씨를 서울대병원강남센터의 외래교수로 위촉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 나온 이야기다.

정.관.청이 엇박자를 일으키며 13년전 참여 정부 때부터 삼성 재벌의 영리병원 의료산업, 영리병원 타령을 하더니, ‘최순실게이트’ 사건에 이르러서는 공적체계가 '재벌특혜' 시혜를 넘어서서 의료산업 부대사업, 병원해외진출, 부정인사 청탁 등 모든 공적 의료시스템이 이에 엮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최근 10년 넘게 의료의 사유화는 스멀스멀 의료계를 침투해 왔다. 청와대의 경제수석이 강남성형외과에서 고급 살롱병원 '차움', 최대 VIP 검진센터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까지 챙기기에 이르렀다.

모 전 복지부장관의 ‘썰전’ 시사프로그램 증언은 더욱 아연실색하게 한다. 안 수석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그 전임자인 조원동 수석은 유 씨가 복지부 장관일 때 재정기획부 국장이었고 '영리병원과 의료산업'에 대해 사안마다 강조를 해서 사사건건 부딪혔다고 한다.

이런 투철한 철학을 가진 관료는 승승장구하였으나 2014년 2월 한 민간 컨설팅 업체에 전화하여 이 병원의 해외 진출을 도우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는 등의 증언이 나왔다. 이후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고, 최순실의 '성형전담의사'를 못 챙겼다는 이유로 조 수석이 교체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사진=뉴시스>보건당국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성형외과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해당 성형외과 외부모습. 2016.11.11.

의료계를 들쑤실만 할 제2 제3의 증인이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이 모든 소설 같은 이야기는 국가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대통령의 무개념과 무지, 무식한 행동에서 나온다.

무식한 행동은 대통령이 나서서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다. 대리처방은 이해가 간다지만 최 두자매를 통해 '무기명 처방'을 대신 받아 의료행위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수반의 건강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적인 심부름으로 약 처방과 '정맥주사'시술을 받았다는 것은 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다. 이는 의료에 대한 개념과 원칙이 전무하다고 볼수 있다.

퇴임을 앞둔 오바마의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현재 상황과 나아갈 길" 단독저자로 JAMA에 투고하였던 사례를 들지 않고서라도, 나라의 수반이 원격진료와 의료산업화에 대한 허망한 외침을 각료회의 등에서 강조하였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창조경제니 규제 혁파니 하는 정책 방향이 모두 최 씨의 빨간펜을 거쳐 나오더니 복지부가 창조경제로 포장하고 추진해 온 의료산업 육성 정책도 이런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공공성의 원칙을 지키며 고령화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제도로 발전하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할 이때에 의료계 농단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기만 한다.

국가적인 뒷받침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시기다. 우리 의료계가 의료의 사유화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악한 집단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 이 와중에 악화되는 의료형평성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의료사유화'라는 사악한 닭을 쫓던 멍멍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홍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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