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자금, 투자환경 위축 당분간 이어질 듯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 통장에 잠들어 있는 자금이 201조7,6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통화량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앙정부 예금을 제외하고, 10월 말 현재 시중은행,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 누적되어 있는 요구불 예금 잔액이 201조7,6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달 대비 6조7,600억 원, 2년 동안 무려 68조 원가량 늘어난 수치로, 통화량 통계 사상 최고치다.

▲ 보통예금 통장 ⓒ자료 제공 chunjae.co.kr

요구불 예금은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출금을 요구할 경우 즉시 지불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을 말하는데, 보통예금이나 당좌예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요구불 예금이 이처럼 급속히 늘어난 이유는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로 인해 가계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25%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시중에 자금은 많이 풀려 있는 상태이지만, 경제가 연 2%대 성장세를 가까스로 기록하고 있는 터라, 투자할 곳을 찾기가 어렵고, 그나마 수익성 있는 금융 상품들마저 사라져 이자수익조차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기업들이 불확실성 및 경기 부진 등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는 현실도 요구불 예금의 급증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지난 12일 실시한 ‘기업 설비투자 계획 조사’에 의하면, 2016년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0.8% 줄어든 179조4,0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지만, 한국은행은 물가인상 우려 등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그러나 해외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상존해 있어 한국은행이 마냥 금리 동결에 나설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 연준이 내년에도 최소 3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이 있을 예정이라고 이미 밝힌 터라, 한국은행 역시 조만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그럴 경우, 요구불 예금으로 통장에 잠들어 있던 201조7,600억 원은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투자처를 찾아 나서겠지만, 그 자금이 건설이나 부동산 부문 등으로 흘러들어간다면 ‘저성장-저금리-요구불 예금 급증’의 패턴은 다시 또 반복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건설부동산 경기 이외의 내수 진작 방안 및 일자리 창출에 보다 심도 있고 장기적인 경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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