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유무에 상관없이 1인당 월 70여만 원 지급

핀란드가 소득에 관계없이 1인당 월 70여만 원의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지급하는 복지 실험에 들어간다.

▲ 기본소득제 정책을 발표 중인 유하 시필라(가운데) 핀란드 총리(2015.06.16) ⓒbasicincome.org

인디펜던트紙는 지난 27일 핀란드 정부가 내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보장제 도입을 위한 실험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실험은 전면 시행이 아니라 핀란드 거주 실업자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내년과 내후년 2년 동안 월 560유로(70여 만원)를 기본소득으로 제공하는 실험이다. 그러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제를 위한 시범 운용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시장경제체제(사회민주주의)의 발 빠른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험에 참여할 인원은 핀란드에 거주하는 25-28세 국민 중 현재 정부로부터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국민으로 제한되며, 기본소득에는 어떠한 납세 의무도 붙지 않는다.

핀란드가 기본소득제 실험에 들어간 배경에는 빈곤 및 소외계층 감소, 근로의식 고취를 위한 지속가능한 방식 모색 등 유하 시필라Juha Sipila 총리의 정책적 의지가 깔려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기본소득이 사회보장제 개혁의 방안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기본소득을 받는 국민의 근로의욕이 실업수당을 받는 국민의 근로의욕보다 높은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핀란드 정부는 2년간 시범 운용해 본 후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정책 수혜 대상을 단계적으로 대폭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핀란드가 기본소득제를 처음 실험하는 국가는 아니다. 2016년 6월, 스위스에서는 전 국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기본소득Revenu de Base Inconditionnel을 지급하는 안건을 두고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세계 경제사에 유례가 없는 이 국민투표의 내용은,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300여만 원)을, 미성년자에게는 매달 650스위스프랑(78만여 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 스위스의 기본소득제 국민투표 현장 ⓒqfmzambia.com

이런 생각을 한 국가는 스위스뿐이 아니다. 비록 소액이기는 하지만, 브라질과 나미비아가 이미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실험한 바 있다. 일본도 2016년 중반에 저소득층 2,200만 명에게 1인당 15,000엔(16만여 원), 총 7조 엔(약 75조8,000억 원)의 교부금을 일괄 지급하는 대규모 내수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의 교부금은 기본소득과 맥이 닿아 있다. 7조 엔의 교부금을 법으로 정하고 저소득층으로 한정된 수혜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 되니까 말이다. 그들이 7조 엔이라는 거금을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건설이나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에 쓰지 않고 그저 현금으로 나눠주려는 이유는 단 하나, 직접적인 가계 지원을 통해 소비를 확대하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함이다.

기본소득 실험은 우리나라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중위소득 60% 이하인 저소득 가구의 미취업자 중 활동할 의지를 가진 청년층 3,000명에게 최대 6개월 간 매월 50만 원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2020청년기본계획’, 그리고 19세 이상 24세 미만 청년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분기당 25만 원씩 연 100만 원을 지급하는 성남시의 ‘청년배당정책’이 그런 시도들이다.

수출과 내수는 한 나라의 경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라서, 경기침체로 디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되는 등 내수가 어려울 때는 수출로 활로를 뚫어야 하고, 수출이 어려울 때는 우선적으로 내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경기 변동에 덜 휘둘린다.

그런 점에서, 이제 시스템 전체,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안목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그 첫 걸음은 저소득층의 소비 증대이고, 그러려면 소득 또한 증대되어야 한다. 핀란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기본소득제 실험에 나서는 이유다.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 경기후퇴recession 이후,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국제경제기구들은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해 왔으며, 세계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수퍼-달러 현상 등으로 인해 지금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내년부터 실시될 핀란드의 기본소득제 실험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수정하는 체제인 사회적 시장경제(사회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가에서 실시된다. 자본주의를 채택한 일부 국가에서 기본소득제 시도가 있었고 지금도 시도되고 있지만,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 본격 시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핀란드의 기본소득제 실험이 세계 각국의 내수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인지, 또한 자본주의 폐해의 대표 격인 빈익빈부익부 현상, 매년 최저로 설정되는 최저임금 등의 난제를 해결할 방안이 될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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