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 김상현·쇼핑 정준호·롯데온 나영호 입지 '흔들'
영입 '외부인사' 성과 미흡.. 신유열 유통 등판 가능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제공

롯데그룹이 빠르면 이달 말께 정기 임원인사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그룹 유통 부문이 부진한 실적을 지속하면서 '경영진 대폭 교체' 등 고강도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16일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유통 맞수' 신세계그룹이 지난달 대표이사의 40%를 대거 물갈이하면서 롯데도 인적쇄신 성격의 연말인사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통상적으로 11월 말 연말인사를 발표했다. 

올해 롯데그룹의 상황은 악화됐다. 롯데쇼핑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줄어든 3조 6222억원, 영업이익은 30.8% 감소한 515억원이다. 롯데쇼핑의 주력 부문인 백화점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와 홈쇼핑 부문도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인사 시점을 알 수 없다는 게 그룹 측의 입장이지만 부진한 실적을 근거로 예년보다 빠르게 인사를 발표하면서 고강도 쇄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주요 사업군인 유통·화학·식품 HQ장은 유임하면서 대신 계열사 사장단을 10명을 교체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대표들이 물갈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특히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 등이 쇄신 대상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그룹 모태인 유통부문 만큼은 내부인사를 주로 기용해왔으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1년 11월 인사에서 '순혈주의 타파'에 나서며 외부인사를 적극 기용하며 조직에 '충격 요법'을 가했다. 그렇게 등용된 인물이 김 부회장과 정 대표, 나 대표 세 사람이다. 이들은 롯데그룹 유통 부문의 핵심 분야를 이끌어 왔지만 실적 면에서는 아쉬움을 보인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 P&G에서 30년동안 재임했고 홈플러스에서도 2년간 대표를 맡았다. 2015년 홈플러스에 부임해 2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부회장직을 맡았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영입된 김 부회장은 롯데쇼핑 역사상 처음으로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이후 유통군 내 계열사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강화와 온라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8년부터 3년동안 이어진 롯데쇼핑의 부진을 끊어내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기대됐던 롯데백화점 체질 변화, 롯데온 반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못했다. 이에 김 부회장은 롯데쇼핑을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관련된 6대 핵심 전략을 내놨으나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정준호 롯대백화점 대표이사. 롯데쇼핑 제공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정준호 롯대백화점 대표이사. 롯데쇼핑 제공

20년 이상 신세계에서 근무했던 정 대표는 영입 후 신세계백화점에 맞서 입지를 다지며 롯데백화점의 보수적인 색채를 덜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 내 점포 수가 가장 많은 롯데백화점은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개별 점포에서는 약세를 보인다. 개별 점포 매출에서는 2017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1위 자리를 뺏긴 후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매장을 비교적 소형화하고 대신 점포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펴왔다. 반면 신세계는 매장을 대형화하고 고급 이미지의 입점 브랜드를 유치해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런 롯데의 전략은 출점이 자유롭던 과거에는 적합했으나 출점이 제한적으로 이뤄진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점포 출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신세계처럼 점포 대형화와 고급화 전략이 시장에 유효해 점포수 대비 효율로 따지면 롯데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에 비해 높지 않다. 

롯데온은 나 대표 체제를 맞아 약 2년 반 동안 조직 문화 개선과 관련해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적 반등은 요원하다. 2020년 4월 출범한 롯데온은 롯데의 다양한 유통 채널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으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의 이커머스 전문가인 나 대표가 영입됐다. 

그러나 실적 부문에서 2021년 롯데온의 영업손실은 1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늘었다. 매출액도 1082억원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2022년에도 영업손실은 1560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액만 전년보다 4.5% 증가하는데 그쳤다.

나 대표는 실적 반등을 위해 마진율이 높은 명품·뷰티 등을 플랫폼 전면에 내세우고 고객 생활 패턴에 따른 개인화 추천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롯데온은 자체의 조직적인 문제까지 해결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롯데쇼핑 내 백화점·마트·롭스의 온라인사업을 떼어왔지만 홈쇼핑과 하이마트는 별도의 온라인몰을 운영 중이다.

게다가 롯데쇼핑 내 사업부들은 여전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각 사업부간 이해관계가 얽혀 롯데온 중심의 사업전략을 구상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 다른 롯데쇼핑 부문 계열사 사장단의 교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표 자리에 앉은지 1년도 안된 사장단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신 조직개편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용론'이 커진 롯데그룹 HQ체제가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롯데그룹은 이완신 HQ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가 취임 7개월만에 사임하면서 호텔군HQ 조직을 축소했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유통 업무까지 맡을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의 모태가 유통 부문이라는 점에서 후계자인 신 상무의 유통 사업 이해도는 필수적이다. 롯데그룹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재계 순위 10위였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등 대형 유통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재계순위를 5위권 안팎으로 올렸다. 

게다가 신 회장은 신 상무를 국내외 주요 석상에 동석시키며 ‘후계자’라는 입지를 널리 알리면서 경영승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 상무는 올해 초 열린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에 처음 참여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또 롯데케미칼 소속 임원이지만 지난해부터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여러 행사에도 모습을 비추고 있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지난달 22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식에서 신 상무가 유통 부문 경영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신 회장은 신 상무가 유통 등으로 보폭을 확대할 지 여부에 대해 "앞으로도 (보폭확대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도 신 상무가 유통을 포함해 국내외 사업 현장을 전반적으로 살피면서 경영 관여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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