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플랫폼 혁신'을 이끌었던 카카오가 흔들리고 있다. 문어발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범, 해외 진출 없이 국내에만 머무르는 서비스 등으로 혁신 DNA를 잃었다는 이야기마저 들려온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던 카카오를 분석하면서 현 문제점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를 살펴본다.

카카오와 창업주 김범수(57)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에 대한 정치권과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김 센터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와 창업주 김범수(57)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에 대한 정치권과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김 센터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와 창업주 김범수(57)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에 대한 정치권과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카카오의 택시 사업을 '독과점의 부도덕한 행태'라며 직접 비판하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카카오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 택시의 독점적 지위를 비판하자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특정 업체를 직접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의 택시사업에 대해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해 경쟁자를 없애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유인을 다 시켜놓고 가격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이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카오의)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된다"면서 국무위원들에게는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가 앱 호출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통해 여러 논란을 야기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사업 형태를 문제삼고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T가 가맹점 택시를 위주로 콜 서비스를 몰아주고 있다고 보고 과징금 257억원(잠정)을 부과했다. 택시 호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점 택시를 우대했다는 판단이다. 또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비가맹 택시 ‘콜 차단’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하면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보냈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사 이중 계약에 의한 매출 부풀리기와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로열티(가맹금) 명목으로 받고 있다. 대신 가맹 회원사 중 업무제휴 계약을 맺은 사업자가 차량 운행 데이터를 제공하고 광고·마케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통상적으로 매출 15~17% 수준의 제휴 비용을 지급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이중구조 계약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중계약을 체결해 매출 약 3000억원을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을 앞두고 몸값 부풀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택시업계도 카카오T 호출 수수료(매출의 20%)가 과도하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또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 기사가 길거리에서 승객을 태우는 배회 영업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20%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불공정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전방위적 압박이 강화되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전면적인 수수료 체계 개편을 위해 택시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고 이른 시일 안에 주요 택시 단체 등과 일정을 조율해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한 때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사업의 혁신을 이끌었지만 현재는 대통령과 사정기관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 카카오도 이제는 '계륵'이 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매각 카드를 꺼냈지만 내부 반발로 철회했다.

이미 카카오와 김 센터장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논란은 치명적이다. 카카오는 내수에만 의존한다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해외사업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SM엔터를 인수했지만 이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논란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달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 투자전략실장 강모 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분장 이모 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영진이 위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검찰에 넘겨졌다.

특사경에 따르면 배 투자총괄대표 등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또 특사경은 이번 사건 관련 피의자 18명 중 5명을 우선 송치한 것이라며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추가 송치를 예고했다. 이에 지난달 23일 관련 혐의로 소환 조사를 받은 김 센터장도 사법처리될 위기에 놓였다.

현재 배 투자총괄대표와 김 전 의장, 카카오의 위법 논란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법원에서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 유죄가 확정되면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27.17%) 중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해야 한다. 

게다가 주식 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마저도 카카오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보유 지분 변경 사항을 공시하며 주식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지난 1일 바꿨다. 일반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 배당 제안, 정관 변경 등 적극적인 주주 활동에 나서는 형태다. 

이전부터 국민연금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수탁자책임활동을 결정하는 경우에 일반투자에 나선다고 밝혀왔다. 국민연금이 카카오에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며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잇따른 악재에 카카오의 전망도 어둡다. 카카오의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해 김 센터장과 카카오는 해외 사업을 키우기로 했으나 사법리스크에 부딪쳐 사업확장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카카오를 둘러싼 잇단 논란에 두문불출했던 결국 김 센터장이 직접 나섰다. 김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주요 공동체 CEO들과 경영 회의를 개최해 현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선포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김 센터장은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카카오와 김 센터장은 최근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준법 감시를 위해 향후 외부 통제까지 받아들이는 방안이 논의됐다. 신사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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