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플랫폼 혁신'을 이끌었던 카카오가 흔들리고 있다. 문어발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범, 해외 진출 없이 국내에만 머무르는 서비스 등으로 혁신 DNA를 잃었다는 이야기마저 들려온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던 카카오를 분석하면서 현 문제점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를 살펴본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연합뉴스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57)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잇단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 준법 감시 기구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도입해 외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카카오가 자율 경영 체계로 빠른 성장에 성공했지만 위기관리에서 약점을 노출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부 통제 시스템이 마련되더라도 충분한 권한이 없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카카오가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카카오 2인자'로 꼽히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됐고 김 센터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까지 검찰 송치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공개적으로 카카오의 택시 사업을 '독점적 업체의 약탈적 가격'으로 명명해 비판하면서 정치권과 사정기관의 카카오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카카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쏟아지자 김 센터장이 꺼낸 카드는 '외부 통제 시스템'였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준법감시기구를 마련해 경영진의 불법 행위를 사전에 막겠다는 목적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아지트에서 공동체 경영 회의를 열고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준법 감시를 위해 앞으로 외부 통제까지 받아들이는 방안이 논의됐다. 신사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영 회의도 정례화해 매주 월요일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외부에서 발발된 위기뿐만 아니라 카카오 경영진을 비롯한 내부 문제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내부 직원의 미공개 정보 유출, 류영진 전 카카오페이 대표와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의 주식 차액 먹튀, 스타트업 기술 탈취 등 각종 논란이 거듭됐다.

내부 조직만으로 감시와 감독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외부인을 통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미다. 이는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와 유사한 형태로 예상된다. 삼성 준감위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삼성화재 등 7개 주요 계열사의 준법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학계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삼성 준감위는 그간 삼성그룹 무노조 경영 폐기와 4세 경영 승계 포기 등의 성과를 냈다.

카카오는 삼성그룹의 준감위와 유사한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도입하면서 위원장으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김 전 대법관은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을 수석 합격해 서울지법,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심의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대법관에 임명돼 2018년까지 임기를 마쳤다. 역대 4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여성 첫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인물이다.

김소영 전 대법관. 연합뉴스
김소영 전 대법관. 연합뉴스

 

카카오에 따르면 준법과 신뢰 위원회는 카카오와 독립된 외부 조직으로 설립된다. 운영 규정에 따라 카카오 관계사의 주요 위험 요인 선정 및 그에 대한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단계에서부터 관여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 카카오가 사회적으로 지적받은 여러 문제들에 대한 관리 감독과 조사 권한을 갖는다. 위원회는 개별 관계사의 준법감시 및 내부통제 체계를 일신할 수 있는 집행기구 역할을 하게 되며 추가 외부 인사 영입 등 조직을 갖춰 연내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준법과 신뢰 위원회의 강력한 권한을 예고했으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준법과 신뢰 위원회가 제안하는 정책이 카카오 그룹과 계열사에 이행을 강제할 수 있을 만큼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김 센터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거대한 상황에서 준법과 신뢰 위원회가 그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기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는 "카카오가 최근 수년간 수익성과 성장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이전의 혁신을 잃은 듯하다"며 "급성장 과정에서 내부 조직의 도덕적 해이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준법과 신뢰 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야만 한다"고 했다.

이어 "폭넓은 권한과 책임을 질 수 있는 준법과 신뢰 위원회가 제대로 마련돼야만 쇄신 의지를 제대로 피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정도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준법감시기구보다 더욱 강력한 쇄신안이 마련돼야만 한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는 그룹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CA 협의체'를 통해 사업을 영위하고 산하의 공동체준법경영실이 내부 통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재무 담당 부사장급 임원이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는 등의 논란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다. 이에 내부 조직의 역할과 기능 등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함께 카카오 계열사가 지난 8월 기준 총 144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막기 위한 계열사 정리 문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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