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 간접금융 플랫폼시너지 VS 카카오뱅크·페이 IPO 후유증
규모 확대 위해 중국, 중동 자금 유치…'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설립 뒷북

지난 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는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제공.
지난 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는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제공.

'IT 플랫폼 혁신'을 이끌었던 카카오가 흔들리고 있다. 문어발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범, 해외 진출 없이 국내에만 머무르는 서비스 등으로 혁신 DNA를 잃었다는 이야기마저 들려온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던 카카오를 분석하면서 현 문제점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이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한 카카오의 부도덕한 행태를 ‘직격’하면서, 금융업에 직접 진출한 카카오와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한 우회 진출로 금융업을 측면 지원하는 네이버의 선택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플랫폼’이라는 시스템이 이용자를 많이 모아 이 힘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측면에서 윤 대통령이 지적한 독과점적 병폐가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와 함께 네이버와 카카오의 미래를 보는 눈이 달랐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CFO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증권업계의 관심이던 2015년 당시 미래에셋, 키움증권, 이베스트증권 등 온라인에 강점이 있던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7~8개 증권사가 TF를 만들어 인터넷은행 진출을 타진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증권도 상당히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고 오너인 박현주 회장(현 GISO)과 네이버 이해진 의장(현 GIO)과 사이에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상당한 의견 일치를 보았으나, 이해진 의장이 검토결과 ‘자신들의 비즈니스와 은행업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돌연 고사해 없던 일로 됐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독립 투자전문그룹으로서 기업문화 차이에 상업은행 진출을 생각하지 않았으나, 인터넷은행이라는 새로운 금융의 도래에 검토를 했던 것은 맞다”면서, “당시 은산분리 이슈로 여러 증권사가 동시에 참여하는 모양새였고, 특정 증권사가 은행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견제심리 때문에 대신, 대우(현 미래에셋 합병), 유안타, 신한금투(현 신한투자) 등 대형증권사들의 관심도 컸지만 플랫폼 비즈니스와 은행업의 결합은 궁극적으로 네이버의 철학과 맞지 않다는 게 이해진 의장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네이버는 인터넷은행 대신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와 협업을 이어가다 2019년 말경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한다. 미래에셋은 네이버와 5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전략적 제휴를 이어가며 네이버통장, 스마트스토어 사업 등에서 시너지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공격적으로 직접 금융 진출을 선택했다.

2015년 말 은행업 예비인가를 시작으로 2017년 본인가를 받아 같은 해 7월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개시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모바일 중심 은행의 출현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입자와 이용자가 늘고, 기존 은행의 ‘메기’로 떠오르며 영업 시작 3년만인 2021년 8월 코스피에 상장한다. 같은 해 관계사인 카카오페이도 유가증권신고서를 거래소에 제출했지만 신고서를 수정, 보완하는 ‘재수’ 끝에 가까스로 동년 11월 상장에 성공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과 카카오페이 상장은 상당한 논란과 후유증을 남겼다.

먼저 상장 당시 비교대상이 없었던 두 기업이 공모가 산정을 위해 벤치마크 대상으로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을 끌어들인 점이다. 당시 페이팔, 스퀘어 등 핀테크업계 스타 기업들과 비교해 공모가를 산정하는가 하면, 브라질 핀테크 기업 ‘페그세구로’라는 기업 등과 비교해 무리한 상장가치를 주장했다.

한 증권사 IB관계자는 “딱히 비교 대상이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아직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 기업들의 가치를 카카오라는 플랫폼 모기업만 믿고 지나친 멀티플(기업가치)을 준 것은 되새겨볼 문제”라며,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카카오 가치가 올라가는 것에 흥분한 시장이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결과 투자자 모두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긴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언급한 독점적 지위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과도했고, 실제로 카카오라는 모기업이 상장돼 있는 상황에서 그 플랫폼 가치가 핵심 경쟁력인 초대형 금융 자회사 두 곳을 거의 동시에 상장시킨 것은 더불 카운팅(가치 중복) 이슈가 있는데 거래소가 이 두 기업을 동시 상장시킨 근거에 대해 평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경우 2대주주 앤트파이낸셜의 실질적 소유자는 중국 마윈으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에 대한 경고음도 나왔었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글로벌 페이사업을 하는데 있어 상호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대표이사였던 류영준 대표를 비롯 주요 임원진이 상장하자마자 스톡옵션을 행사해 큰 차익을 남기는 가운데 고점에서 물린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보는가 하면, 내부 임직원들도 억대의 투자 손실을 보며 근로의욕이 저하되는 등 후유증을 남겼다.

카카오페이 출신 한 금융인은 “카카오 문화 자체가 그룹에서 통제를 받기 보다는 스타트업 문화를 존중하는 분위기여서 류영준 대표가 김범수 의장과 계열사 대표들이 있는 자리에서 ‘형’이라고 부르는 일도 있었다”며, “능력있고 열정적인 구성원들이 있는 것은 맞지만 기업가치를 장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골몰하기 보다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칭이야 뭐라든 상관없지만 자율과 방종 사이에 구분이 모호해지다보니 금융회사로서 중시되는 엄격한 규율과 내부통제에 대한 의식이 희미할 수 밖에 없는 점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으며 카카오뱅크의 가치가 급락하고 자칫 대주주적격성 이슈로 2대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이 1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마저 제기돼 지분구조의 앞날이 불투명해지자 일찌감치 카카오뱅크와 손절에 나선 KB금융의 안목도 재평가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8월 18일 보유중이던 카카오뱅크 지분 8.0%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4.9%로 낮췄다. 당시 공시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리면서 국민은행은 매도 이유를 ‘내부 자본 관리의 효율화’라고 밝혔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지분 취득은 당시 KB 윤종규 회장의 적극적인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새롭게 탄생하는 인터넷은행의 지분 취득으로 경쟁자가 될지 모르는 기업의 성장을 들여다보고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직간접적으로 국민은행의 디지털 전환에도 적지 않은 힌트를 얻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초기의 도전적인 모습과 달리 이후 카뱅이 기존 은행들이 해왔던 모습을 답습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지분 유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상장 당시 국민은행은 카뱅 지분을 장기 보유하겠다는 뜻을 비췄지만 상장 1년만에 지분율을 공시 의무가 없는 5% 밑으로 낮춤으로서 카뱅에 대한 KB의 평가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카카오뱅크는 수익성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공격적인 주택담보대출 시행에 나서며 말 그대로 플랫폼을 활용한 ‘땅집고 헤엄치기’ 영업으로 뭇매를 맞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매도 당시 2만8704원에 던졌던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이번 사태에서 지난 10월 31일 장중 1만7970원까지 빠져 국민은행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했다.

올 초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지분경쟁 중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한 사모펀드와 짜고 SM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렸다는 시세조정 혐의는 카카오의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 수준과 조급증을 드러내는 또 다른 단면이다.

이미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 채 주요 임원들이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고, 김범수 의장의 금감원 조사,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 검찰 송치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상장을 준비해온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가치 상승을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필요했고,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 초 사우디 국부펀드 및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부터 1조 이상 수혈을 받은 것은 또 다른 국부 유출의 빌미 제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펀드들은 절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며, “카카오가 급전 수혈로 기업가치를 노려 IPO에 성공하겠다는 전제 하에 이들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본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외국계 자본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일은 아니다”면서도 “카카오페이가 중국계 자본을 끌어들인 것에 이어 카카오엔터에도 외국계 자금을 받는 것은 그 상징성을 통해 기업가치를 또 한번 높여 돈이 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가뜩이나 금융업계가 각종 내부통제 이슈와 배임, 횡령 등으로 골머리를 썪고 사모펀드 사태가 아직 마무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의 도덕성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카카오가 금융 시장에 흙탕물을 만든 것을 치유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한편 카카오는 3일 회사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에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하는 등 뒤늦은 대처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지금 카카오는 기존 경영방식으로는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빠르게 점검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부터 준법과 신뢰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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