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47%)코스닥(2.55%) 급락….윤 대통령 "ISA 비과세 한도 상향 추진"
중국, 생산·소비·부동산 붕괴…금리인하 기대 축소 및 지정학적 위기까지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중인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중인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17일 또다시 급락하며 61.69pt(-2.47%) 하락한 2435.90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833.05까지 밀리며 21.78pt(-2.55%)하락해 동반 급락했다. 코스피 하락은 올 들어 11거래일 중 9일동안 진행됐다. 한국증시는 글로벌 증시 중 최고수준의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위기가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기대했던 금리인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실망감도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일 한국거래소를 방문,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소득 비과세 기준을 100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놨지만 머쓱하게 됐다.

글로벌 증시가 새해 들어 전반적인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지수 하락은 유독 눈에 띈다. 지난해 2655.28로 마친 코스피는 17일 종가 기준 2435.90을 기록, 보름 만에 8.26% 하락하며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장기간의 침체를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는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연일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 더욱 대비된다. 가뜩이나 연초 홍콩ELS(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 투자자들이 손실 확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시장의 미래가 어두운 데서 오는 위기다.

방향성이 달라진 한중일 주가 차이.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2018년 이후 주가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 팬데믹 이후 니케이와 한국 및 중국 증시가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제공.
방향성이 달라진 한중일 주가 차이.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2018년 이후 주가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 팬데믹 이후 니케이와 한국 및 중국 증시가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제공.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이날 ‘중국 리스크의 국내 전이 위험 커져’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향후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이 리스크가 국내로 퍼지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4분기 GDP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5.2%를 기록하고 연간으로도 5.2% 성장을 보이며 정부 목표를 달성했으나 큰 의미 부여가 어렵다”며, “경기 정상화 관련 핵심 지표 개선 신호가 없었고, 부동산 장기 침체는 현실화됐으며, 금융시장의 불안 장기화도 차이나리스크를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의 암울한 그림자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내수와 수출의 장기 동반 부진에 따른 ‘생산자물가의 장기 하락’, 예금 잔액 증가 속 ‘소비 경기 회복세 지연’, 부동산 투자, 착공면적, 판매증가율 등의 동반역성장세에 따른 ‘부동산 경기 회복 요원’ 등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리를 위축시켜 지갑을 닫게 하다 보니 내수에 더욱 부담을 주는 모양새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및 홍콩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내수 및 수출부진이라는 쌍절벽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 3기 체제의 정책인 국가자본주의, 즉 모든 생산요소(토지, 자본, 인력 및 데이터)를 국가 통제 하에 두려는 정책은 경기 정상화와 금융시장 불안 지속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문제는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다. 중국 경제와 동조화 현상이 완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중국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 11~12월 국내 수출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경기회복 가능성에 불씨를 당겼지만 중국 경기가 올해에도 정상화되지 못하다면 국내 경기회복세 역시 지연될 리스크가 크다”며, “더욱이 달러-원 환율 불안에도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중국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시장과 경기가 연초 부진을 털고 재차 반등하기 위해서는 미 연준발 불확실성 완화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발 각종 불확실성 완화”라고 강조했다.

기대했던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지 않을 거란 전망도 시장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지시간 16일 미 연방준비제도(Fed) 내 대표적인 매파적(Hawkish) 인사인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미국 워싱턴 DC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그는 "지난 몇 달 간 경제지표는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를 가능케 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의 추세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고,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변화가 신중하게 조절되고 또한 서둘러서 이뤄지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다시 강경 모드로 선회한 입장을 비췄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점도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상상인 증권 황준호 연구원은 17일 “중동내 후티 반군의 공습으로 인한 홍해 무역리스크, 북한의 연속적인 도발, 대만 선거에서의 친미반중 성향의 후보 당선에 따른 양안갈등 증대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점도 증시 전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 2024년 개장식에 이어 또 다시 거래소를 찾아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서 발생한 배당 및 이자소득의 비과세 한도를 서민형(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 3800만원 이하) 기준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비과세 한도 확대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자산형성을 돕고 증시를 활성화해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안정적으로 함과 동시에 우리 증시의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날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 구체화, 비상장법인 물적분할시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거래소에서 이어진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과연 우리 정부가 계속 이렇게 할 것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국민과 약속하면 무조건 한다.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는 신속히 강구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하필 윤대통령이 거래소를 방문하며 전격적인 조치들을 방문한 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모두 급락해 정책 추진 선언이 빛을 바랬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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