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네 곳 ‘빌드업’ 중…현대해상 낀 U뱅크 눈길
신뢰할 만한 자본금 규모 및 컨소시엄 구성원 중요

지난해 말 CSO에 올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도전중인 정경선 전무. 현대해상 제공.
지난해 말 CSO에 올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도전중인 정경선 전무. 현대해상 제공.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속속 흑자로 돌아서고 전통의 시중은행들을 위협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뜻을 함께하는 컨소시엄 구성원들의 체력과 자본금 규모 등 인가에 필요한 외형적 요인을 충족시키기까지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제4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를 꿈꾸는 컨소시엄들이 속속 사업계획과 자본금, 구성원들을 공개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인가 도전을 선언한 컨소시엄은 U뱅크, 소소뱅크, KCD뱅크 등 세 곳이다. 여기에 비공식적으로 시중은행 한 곳이 지분관계가 있는 ICT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준비중이라는 이야기가 인터넷전문은행 종사자 사이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소소뱅크는 마지막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2019년 인가를 받을 당시 도전했던 컨소시엄이다. 자본금과 사업계획 등 금융위원회의 인가요건에 미치지 못해 예비인가를 얻지 못했다. 소소뱅크설립준비위원회는 이번엔 자본금을 1조원으로 늘려 3월 중 인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 대출 특화은행을 지향하는 KCD뱅크도 상반기 중 인가 신청을 노리고 있다.

가장 관심을 받는 컨소시엄은 현대해상이 참여하는 U뱅크다. P2P대출기업 ‘렌딧’,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의료 인공지능(AI)기업 ‘루닛’, 해외여행 결제플랫폼 ‘트레블월렛’ 등이 함께한다.

각각의 분야에서 이름있는 구성원들이지만 U뱅크가 가장 관심을 받는 것은 현대해상 때문이다.

현대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사는 짧지 않다.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이 최초로 도입될 때 아이뱅크컨소시엄에 인터파크 등과 함께했지만 예비인가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19년 토스뱅크 인가 당시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지만 당시 ‘챌린저뱅크’를 꿈꾸는 토스뱅크과 일반은행을 목표로 한 현대해상 간의 지향점 차이로 참여가 무산된 바 있다.

무엇보다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의 장남으로 CSO(전략총괄)를 맡고 있는 정경선 전무가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참여기업들의 규모가 크지 않아 현대해상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55년생인 정몽윤 회장의 나이를 감안할 때 정 전무가 경영 일선에 좀더 무게감있게 나설 때가 됐다”며, “기업 오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통과제의를 거쳐야 하는데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일군 사례나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기아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것 같은 업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오너 자질을 검증받기 위한 성공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대해상은 삼성화재에 이은 전통의 2위 보험사 타이틀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의 거센 도전 속에 신사업에 대한 갈증이 크다.

지난해 신회계제도인 IFRS17 도입,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개선된 손해율 등의 영향으로 재무상태가 건전화됐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금리 압박, 상생경영을 위한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의 부담으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보험사들이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까지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불과 몇 년만에 흑자전환을 넘어 기존 은행을 자극하는 메기역할을 하는 것이 현대해상으로선 도전의 명분을 갖게 하기 충분하다.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에 대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고위 관계자는 “아직은 개별 은행으로서 인식되기 보단 인터넷전문은행이 하나의 그룹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라며, “인뱅간 경쟁 보다는 검증된 플레이어가 추가로 등장하는 것은 인뱅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인뱅 관계자는 “은행업이라는건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최소 설립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을 갖춰야 한다”며, “현대해상도 이를 잘 알기에 다른 대형 사업자의 참여를 타진중인 것으로 안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현대해상이 진지하게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자본금 문제, 구체적인 컨소시엄 구성 등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뜻을 같이하는 의미 있는 파트너들을 찾고 당국이 내놓는 인가 기준에 맞출 수 있는 준비를 시간을 가지고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마지막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 당시 제시했던 인가요건인 자본금, 자금조달 방안, 주주구성 계획, 사업계획 외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인 ‘중금리대출 계획’, 신용이 부족한 우량 차주 발굴을 위한 ‘자체 신용평가모델’(CSS) 등을 인가 요건에 넣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세 곳의 컨소시엄 외에 기존 시중은행 중 한 곳이 참여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져 구체화 여부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여진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 제고는 1기 인뱅들이 예상외의 선전을 하는 가운데, 기존 은행들이 지분 참여를 통해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면서, “정부에서는 은행 과점화 근절을 위해 대구은행 시중은행화,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현 등을 유도하지만 규모가 정해진 시장에서 플레이어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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