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S 등 앞선 IT기술 내세워 아시아권 브로커리지 공략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시장 성숙도 따라 전략 차별화

2023년 이익이 급감한 증권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성장하는 아시아 국가로 영토를 넓히겠다는 생각이다. 진출 국가별 시장 상황에 맞춘 침투 전략도 각각 다르다.

지난해 1월 인도 뭄바이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자산운용 현지법인 설립 15주년 행사에 참석해 세미나를 듣고 있는 박현주 회장. 글로벌 투자전략가(GSO) 타이틀로 해외 진출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래에셋 제공.
지난해 1월 인도 뭄바이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자산운용 현지법인 설립 15주년 행사에 참석해 세미나를 듣고 있는 박현주 회장. 글로벌 투자전략가(GSO) 타이틀로 해외 진출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래에셋 제공.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7일 인도법인 리테일 고객 계좌수가 100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2022년 4월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 ‘m.Stock’을 출시한지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룬 성과다.

미래에셋 측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현재 약 7400억원의 고객자산과 1800억원 규모의 신용잔고를 통해 1월 기준 온라인 증권사 8위, 현지 증권업 전체 16위로 올라섰다. 2018년 인도에 진출한 미래에셋증권은 중국을 넘어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 된 인도에서 지난해 5월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약 6000억원으로 높이며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이러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그룹의 엔진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증권보다 12년 앞선 2006년 진출, 지난해 기준 56개의 펀드를 운용하며 인도 내 9위이자 독립 외국계 운용사 유일의 톱10 운용사로 성장하며 시장 진출에 대한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언제나 움직임이 좀더 신속하고 용이한 자산운용사가 해당 국가에 진출해 펀드를 운용하며 시장을 탐색하고 뒤이어 시스템 투자가 필요한 증권사가 따라가 과실을 챙기는 전략을 써왔다”며 “금융위기 때도 철수하지 않고 중국 시장에 가려져 관심권에 멀어져 있었던 인도의 성장세에 베팅한 것이 빛을 발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2월 인도 현지 증권사 Sharekhan Limited 인수를 위해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하고 인수 작업을 진행중이다. 한화 약 4800억원을 투입하는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임직원수 3500여명, 계좌수 약 300만의 현지 톱10 증권사를 품에 안게 된다.

무엇보다 인도 전역에 130여개 지점과 4000명의 기업 고객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5년 내 톱5 증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래에셋은 인도 당국으로부터 운용지주 체제로의 전환을 승인 받아 운용, 증권을 넘어 비은행금융과 벤처캐피탈 업무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이행 중이다.

정영채(오른쪽에서 세번째) NH투자증권 사장이 베트남 현지법인 직원들과 26일(현지시간)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MTS 론칭행사에 참석한 모습. NH투자증권 제공.
정영채(오른쪽에서 세번째) NH투자증권 사장이 베트남 현지법인 직원들과 26일(현지시간)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MTS 론칭행사에 참석한 모습. NH투자증권 제공.

지난 26일(현지시간) NH투자증권은 베트남시장에서 신규 MTS(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 ‘NHSV Pro’를 출시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베트남 지형상 오프라인 지점으로 고객 접근성을 넓히기가 어려운 점에 착안 비대면 계좌개설 기능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30대 초반의 평균 연령을 가진 젊은 나라인 만큼 모바일 중심의 투자문화를 통해 디지털 선도 증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MTS를 활용하겠다는 것이 NH투자증권 입장이다.

지난 2009년 현지 증권사 CVB증권과 합작 형태로 베트남에 진출한 NH투자증권은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9년 뒤인 2018년 100% 지분 인수를 통해 NH Securities Vietnam(NHSV)를 출범시켰다. 바로 이듬해인 2019년 흑자 전환에 이어 지난해 28억원의 경상이익을 신고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베트남 현지로 직접 날아가 MTS 서비스 오픈에 이어 29일 진행될 호치민 지점 확장 이전식까지 챙기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도 NH투자증권은 본사 사업부와 유기적인 협업(Matrix체계)을 통해 발전해온 홍콩법인을 통해 IB(투자은행), 해외채권 사업을 더욱 확대하며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지는 중이다. 미래 성장성 확보를 위한 해외주식 중개, 대 중국 사업 강화 등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성장하는 해외주식 중개사업을 위시해 뉴욕법인은 중개 인프라 및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각종 신사업 추진으로 중장기 성장 기반도 구축 중이다. 그룹 시너지 차원에서 NH아문디운용 싱가포르와 동남아 핀테크 펀드를 설립해 운용하는 한편, 인도 자산운용사와의 협업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잠재력 높은 디지털 중개 시장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고객 접점에 있는 IT인프라를 강화하고 대고객 서비스 확대로 현지 고객 기반을 확대해 디지털 플랫폼사 및 금융사들과 협업을 확대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B증권도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증권은 베트남 현지법인을 통해 22년 12월 초보자용 MTS(KB Buddy)와 이듬해 11월 숙련자용 MTS(KB Buddy Pro)를 선보이고 이를 기반으로 대 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22년 2월 인수해 IT 시스템 안정화 작업을 거쳐 23년 3월 신규 MTS(KB ARA) 서비스를 시작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확대된 리테일을 기반으로 23년에는 IB 조직을 셋업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에게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놓칠 수 없는 카드다.

베트남 현지법인은 타 한국계 경쟁사와 달리 IB 비즈니스를 먼저 시작해 DCM(채권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상대적으로 주식시장(ECM)이 덜 성숙했다는 판단 하에 따른 전략이다.

이후 2~3년 전부터는 리테일 비즈니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급자용 트레이딩 앱 '신한베트남 알파'와 입문자용 주식 커뮤니티 앱 'San Xin Ha'을 활용한 이원화(Two-Track) 채널을 통해 온라인 브로커리지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올해는 본사 DX부문과 협업해 MTS 고도화로 현지 외국계 증권사 톱3 안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 GDP 성장율 5% 이상을 기록 중인 인도네시아에서는 IPO(기업공개) 시장과 DCM(채권자본시장)이 동시에 커지는 가운데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ECM(주식자본시장) 리그테이블 순위에서 2021년 47위를 기록했지만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18위로 상승하며 빠른 성장을 기록 중이다.

한국 본사에서도 이런 현지 분위기를 간파, 지난해 하반기 약 2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때마침 금융당국이 현지화를 독려하는 상황과도 발을 맞춘 결과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향후 확충된 자본을 기반으로 크로스보더(국가간) IB 추진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이 밀집된 서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설치, VC투자 확대를 위해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주요 금융사와 연계한 딜소싱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자본시장의 심장인 뉴욕 본부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정체됐던 M&A 시장 회복에 맞춰 인수금융 추진 등 신용(Credit)비즈니스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했던 증권사들의 해외진출 시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며, “기업들의 성장이 성숙 단계에 이르며 자본시장의 역할도 축소되고 투자자들의 시야도 해외로 향하는 만큼 새로운 성장을 위해 해외진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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