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금융 명가’ 천명 후 내세운 ‘자산관리 명가’
업계 홍콩ELS 내홍…이슈 비켜난 우리은행 자산관리 ‘진군가’

우리은행 광고 모델로 발탁돼 투체어스를 알리는 김희애 배우. 광고 메이킹 필름 캡처.
우리은행 광고 모델로 발탁돼 투체어스를 알리는 김희애 배우. 광고 메이킹 필름 캡처.

우리는 날마다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상업광고(CM, Commercial)에 무의식적으로 노출됩니다. 광고의 정의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의도적 유료 커뮤니케이션 활동’임을 상기할 때, 기업의 광고 활동에는 분명 목적이 있습니다. 잠재 고객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기업의 메시지를 잘 분석하면 역으로 각 기업들의 현재 상황과 향후 전략을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각 기업들의 광고를 분석하고 그 숨은 의미를 찾아봅니다. <편집자 주>

새해 들어 우리은행이 배우 김희애를 모델로 자산관리 브랜드 ‘투체어스(Two Chairs)’를 알리는 광고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투체어스’란 말 그대로 두개의 의자, 즉 자산관리 전문가인 우리은행의 의자 하나와 VIP고객만을 위한 또 하나의 의자를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모델은 “나는 의자에 앉아만 있으면 돼”라는 말로 알아서 해주는 맞춤형 자사관리 서비스를 알립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기업금융명가 재건을 일년 내내 강조했습니다. 1년 전 우리금융그룹 수장에 금융위원장 출신 임종룡 회장이 오르며 조직 정비에 나섰고, 기업금융 분야에서 강점을 가져온 우리은행이 ‘핵심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내세운 기치입니다. 타 금융그룹 대비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룹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은행장에 우리금융캐피탈을 맡은 지 반년도 안된 기업금융 부행장 출신 조병규 행장을 낙점한 이유도 맥을 같이합니다.

그런 우리은행이 새해엔 VIP자산관리라는 또 하나의 카드에 동력을 옮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PB(Private Banking)의 시초는 지금은 하나은행으로 합병된 보람은행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그 전까지는 은행 창구에 VIP와 일반(Mass) 고객이 번호표를 뽑고 똑같이 대기하다가 고객 자산상황과 니즈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그게 걸맞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0년대 초중반 공모형펀드가 대중화되고 그 최대 판매처로 은행이 나서게 되면서 VIP자산관리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납니다. 이른바 브랜드의 시대입니다. 국민은행 ‘KB골드앤와이즈(KB Gold&Wise)’, 삼성증권 아너스클럽(Honor’s Club), 기업은행 윈클래스(Win Class) 등등이 이때 나옵니다.

여기서 더 진화한 것이 후에 나오는 패밀리 오피스라는 개념입니다. 단순한 VIP센터를 넘어 가업승계와 관련한 세금, 부동산 등을 종합 컨설팅합니다.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한국투자증권 GWM패밀리오피스 등이 이런 개념입니다.

2월 12일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VIP점포를 연 우리은행. 우리은행 제공.
2월 12일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VIP점포를 연 우리은행.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서울 대치동과 청담동에 자산관리 특화 영업점 ‘투체어스W’(Two Chairs W)를 열고 지난 달 23일에는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서도 점포를 열었습니다.

지난 7일에는 이러한 VIP자산관리 강화라는 일련의 흐름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 자리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특화 서비스인 부동산 자산관리 강화를 위해 신설한 ‘부동산 리서치랩’ 소개가 있었습니다. 직방 빅데이터랩장 출신 스타 부동산 전문가인 함영진 랩장을 비롯, 증권사 이코노미스, 투자전략가 등을 대거 영입해 12명으로 구성된 부동산, 주식, 환율, 상품, 세무 전문가들로 진용을 짰습니다.

행사에서 송현주 부행장은 “신뢰라는 바탕이 있어야만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반드시 증명해 보이고 자산관리 전문은행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우리은행 VIP자산관리 서비스 투체어스 광고. 광고 동영상 캡처.
우리은행 VIP자산관리 서비스 투체어스 광고. 광고 동영상 캡처.

현재 금융권에서는 중국 증시의 급락 여파에 따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홍콩ELS 손실 배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입니다. 증권사 상품이지만 판매는 주로 은행권에서 일어났고, 각 은행별로 배상안이 어떻게 진행될 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다만 우리은행은 타 은행 대비 판매액이 미미해 표정관리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금리가 내려갈 것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비이자수익을 늘려야 하는데, 경쟁 은행들은 홍콩ELS 처리 문제로 전면에 자산관리를 강조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4대금융 중 유일하게 수익이 줄어든 우리금융에게 지금의 상황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기업금융 명가의 위상을 되찾고 여기에 자산관리까지 강화해 양날개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진행중인 증권사 인수 검토 마무리로 보조날개를 달 수 있을까요? 올 한해 우리금융에서 벌어질 많은 변화가 광고 너머로 기다려집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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