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미국과 유럽 독점해소 압박·중국 시장 부진 등 악재 겹쳐
삼성, 첫 AI폰 호평.. AI기능 이전 기종 확대·가전 연결성 등 전략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1위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1위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애플이 미국과 유럽 당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중국 시장에서도 부진을 겪으면서 주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1위 재탈환을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유럽 당국이 '빅테크 갑질'과 관련해 애플을 강하게 압박하는 중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앱스토어에 부과된 의무와 관련해 시행한 조치가 '디지털시장법(DMA)'을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 디지털 서비스가 있을 경우 애플은 연간 세계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내야하는 처지가 된다. 앞서 이미 폐쇄적인 디지털 생태계로 소비자들이 애플페이 등 자체 앱 이외의 앱 사용을 제한한 점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당한 상태다.

미국 법무부는 16개 주 법무장관과 공동으로 애플의 '애플 생태계' 조성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냈다. 소비자가 아이폰을 중심으로 맥북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를 비롯한 자사 제품과 서비스만을 사용하도록 유도한 정책이 경쟁을 저하한다는 이유다.

특히 미국 법무부는 애플이 '애플 생태계'에서만 앱을 허용하고 타사 기기와 호환은 제한한 점을 크게 지적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애플은 자사 제품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품을 악화시킴으로써 독점을 공고히 하고 있다"며 "이런 불법적인 독점으로 아마존과 MS, HTC, LG전자 같은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애플은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악재를 맞았다. 중국은 전반적으로 소비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애국 소비'가 대두되면서 자국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 첫 6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화웨이 스마트폰의 판매는 64% 급증했다. 이에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19%)보다 줄어든 15.7%로 집계됐다.

미국과 유럽의 압박이 거세지고 중국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등 연이은 악재에 애플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92.53달러를 기록했던 주가가 3월 28일 현재 171.48달러까지 밀리며 약 11%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 삼성전자가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다. 애플보다 앞선 AI(인공지능) 기술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올해 초 선보인 첫 AI폰 '갤럭시 S24' 시리즈가 출시 이후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초반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애플의 안방인 북미시장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지난달 기준 북미 시장에서 3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출시한 '갤럭시 S7' 시리즈 이후 역대 최고 성적이다.

첫 AI폰의 성공과 함께 삼성전자는 가전 전 영역에 AI 도입을 확대하고 이를 스마트폰과 함께 시너지를 내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발판으로 모바일과 가전을 연결해 삼성전자의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1일 스마트싱스 업데이트를 통해 '공간 AI(Spatial AI)' 기술을 활용한 맵뷰 자동 생성과 3차원 보기 기능을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0일 주주총회에서 "스마트폰, 폴더블, 액세서리, XR 등 갤럭시 전제품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차세대 스크린 경험을 위해 AI 기반 화질·음질 고도화, 한 차원 높은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등을 전개해 나가며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통해 일반 가전제품을 지능형 홈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스마트싱스는 아이폰에서도 이용이 가능하긴 하나 다른 회사인 만큼 호환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강력한 삼성전자 스마트폰-가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 외에도 AI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이전 기종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실시한다. 지난 28일부터 ▲갤럭시 S23 시리즈(S23·S23+·S23 울트라) ▲갤럭시 S23 FE ▲갤럭시 Z 플립5·Z 폴드5 ▲갤럭시 탭 S9 시리즈(S9·S9+·S9 울트라) 등 총 9개 모델 대상으로 '갤럭시 AI'를 지원하는 One UI 6.1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삼성전자 갤럭시 AI 생태계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AI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나아가 글로벌 AI 패권까지 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경쟁사인 애플은 AI 개발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체 AI 기술력 대신 구글과 중국 바이두 등 AI 강자들의 기능을 아이폰에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AI 기능이 삼성전자 선전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유력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의 최신 스마트폰 평가에서 갤럭시 S24 울트라 모델은 애플의 아이폰 15 프로 맥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리서치포인트는 전 세계 생성형 AI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올해 1억대를 시작으로 연평균 83%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5억2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8%에서 40%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AI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 삼성전자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7% 늘어난 2억4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AI용 고용량 저전력메모리(LLW)를 비롯해 자체 AP(엑시노스2400)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고 NPU 생산에 필요한 파운드리 생산능력도 확대하고 있으며 세트(스마트폰, PC, 가전)를 통해 AI 구현이 가능한 최적의 온디바이스 AI 사업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올해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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