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시장 도입 1년 지났지만 애플페이 활용 사례 드물어
유럽·미국 등 글로벌 시장선 반독점 이슈 확산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 애플페이가 처음 도입된 당시 소비자들은 소상공인 소매결제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기능까지 확장하는 등 국내 결제시장에 큰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부분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1년 전 애플페이 도입 당시 기대했던 점들과 현황을 비교 분석하고 향후 소비자와 카드사, 결제사 등 이해관계자가 상생하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제공.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를 중심으로 애플페이가 국내 결제시장에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애플페이 도입을 허락하며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결제 서비스의 개발·도입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반독점 이슈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급결제업계에선 큰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애플페이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1일 개인 소셜미디어에 “지난해 우리가 들여온 것은 애플페이가 아닌 EMV 결제 방식”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전 세계 80개국에서 국제표준처럼 쓰고 있는 컨텍트리스가 가능하고,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한 방식의 결제가 한국만 못 들어왔다”며 “국내는 보급 중이고 해외에선 보급이 대충 끝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령 일본 여행 중에 편의점에서 카드를 꽂아 결제하기가 더 힘들다”며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뿐만 아니라 모든 플라스틱 카드에도 EMV 방식이 심어졌다”고 덧붙였다. 

EMV란 1990년대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3사가 연합해 결성한 협의체로 결제 기술 국제 표준화 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애플페이는 EMV 결제망을 사용하며 NFC에 기반한 비접촉(Contactless) 결제를 지원한다. 이는 국내사가 애플페이를 서비스하기 위해 사용자의 결제정보가 국외로 빠져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에 어려움을 겪은 다양한 원인 중 하나도 내국인의 결제정보가 국외로 나갈 때 야기될 수 있는 소비자 개인정보(Privacy)를 보호하는 방안을 구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많은 논란에도 금융위는 지난해 2월 3일 “국내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 추진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향후 서비스 출시를 통해 일반 이용자들의 결제 편의성이 제고되고, NFC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결제 서비스의 개발·도입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카드업계에서 EMV 혹은 NFC와 관련한 혁신 활동 사례를 발견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애플페이 결제방식을 지원한 현대카드 역시 “EMV를 활용한 기타 서비스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편의점에 놓인 애플페이 결제 가능 안내판(사진=장석진 기자)
한 편의점에 놓인 애플페이 결제 가능 안내판(사진=장석진 기자)

애플페이를 통한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많은 기술과 정책이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페이는 오히려 반독점 이슈를 겪고 있다. 가령 애플페이는 다른 iOS 금융 앱들이 NFC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구글과 삼성은 모든 은행과 카드 회사 앱이 NFC 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반면, 애플은 보안을 이유로 NFC 칩 접근을 애플페이에 한정하고 수수료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6월 애플의 애플페이 독과점 관행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EU 집행위는 2년 후인 2022년 5월 “애플이 iOS 기기의 애플페이와 월렛으로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잠정의견을 낸 바 있다.

애플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바일 장치로 비접촉 결제에 사용되는 NFC에 대해 타 개발자 및 사업자의 접근을 제한하면서 iOS 운영체제의 모바일 결제 시장 경쟁을 차단하고 독점적 권리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애플 대변인은 “EU 지역 사용자가 애플페이 혹은 월렛을 사용하지 않고도 아이폰과 iOS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다른 비접촉식 결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제3자 개발자 접근을 허용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이번달 미국 연방 법무부도 제3자 비접촉식 결제 서비스 차단을 이유로 애플페이를 반독점 소송 조사 대상에 추가했다. 

지난해 3월 말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애플페이의 반독점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 이슈를 지적했다. 당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를 진행 중이고 밝힐 수 있는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급결제업계에선 애플페이의 반독점 이슈를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EMV 및 NFC 결제 혁신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지급결제업계 관계자는 “반독점 이슈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초 금융위가 기대한 결제시장 혁신을 실현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급결제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시장법(DMA) 등으로 글로벌 공룡 기업을 강력히 규제하는 EU 조차도 애플페이 반독점 이슈를 해소하는데 약 4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공정위가 애플에 반독점 이슈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추진을 하더라도 관행개선까지 이어지기는 장기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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