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V 단말기 부족, 교통카드 연동 추진 지지부진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카드업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주요 카드사 실적은 한 자릿 수부터 많게는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조달금리 압박 장기화에 고물가에 따른 신용판매 위축, 대출 차주 부실화 등의 영향이다. 갑진년(甲辰年) 카드사들의 위기돌파 전략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제공.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제공.

정태영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카드가 지난해 국내 지급결제시장에 애플페이 도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반짝효과를 기록했지만, 올해도 이러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선 애플페이-교통카드 기능이 활성화되면 현대카드 가입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연내 도입 가능성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23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카드 이용실적은 37조8984억원으로 신한, KB국민, 삼성카드에 이어 업계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실적을 2022년 9월과 비교하면 3조7916억원 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카드업계에서 가장 많이 실적이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이용실적 규모가 타사들 보다 두드러지게 커진 건 애플페이 도입 효과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초 국내 결제시장에선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었으나, 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가 도입 추진을 허용했고 3월 중순부터 현대카드가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페이 출시 첫날 토큰발행 100만명을 넘기며 단기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만 정태영 부회장은 자만심이 아닌 긴장감 유지를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우리 스스로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거나, 대단한 일을 했다고 자만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카드가 올해도 애플페이 특수를 누리지 않겠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의문이다. 

전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애플페이 결제 방식인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여전히 부족하고 특히 교통카드 지원 부분에 있어 이해당사자간 수수료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선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결제 수수료 구조를 지적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 계약은 독점계약이 아님에도 도입 약 1년이 되기까지 국내 카드사 중 애플페이를 제휴한 경쟁사가 없다”며 “일부 카드사들이 물밑에서 애플페이 제휴를 검토했으나 EMV 사용 댓가로 수수료 0.15%를 카드사가 지불해야 하는 등 인프라 투자 대비 수익성이 뚜렷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신규 고객 수 역시 애플페이 도입 직후인 지난해 3월 20만3000명을 기록하며 반짝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4월 16만6000명 ▲5월 14만5000명 ▲6월 12만5000명 ▲7월 12만명 ▲8월 11만 명 순을 기록하며 증가율이 꾸준히 떨어졌다. 

한편 올해 1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현대카드 신용등급과 전망치를 종전 ‘BBB(안정적)’에서 ‘BBB(긍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앞선 12월 나이스신용평가도 현대카드의 장기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긍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S&P는 “현대카드의 상업자 전용 신용카드(PLCC)가 현대차·기아의 신차 판매를 촉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며 “신용카드를 활용한 차량 내 결제(ICP)를 발전시켜 나가는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전략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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