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차주 자금공급·상생금융 과제 이행해야”
여신금융협회 포럼…”내년 수익성·건전성 개선 불투명”

6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여신금융협회 포럼에 참석한 인사들. 앞줄 오른쪽 네번째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여신금융협회 제공.
6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여신금융협회 포럼에 참석한 인사들. 앞줄 오른쪽 네번째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여신금융협회 제공.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은 6일 “여신전문금융사(이하 여전사)들은 자금조달계획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취약 부문을 점검하는 등 긴장감을 가지고 위기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금리의 상당기간 이어져 여전사들의 조달부담 지속, 부동산PF 본격화에 따른 건전성 악화 등에 대비해 안전띠를 매라는 뜻이다. 이와는 별개로 취약차주에 대한 자금 공급과 상생금융이라는 과제도 잊지 말 것을 주문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여신금융협회 주최로 열린 '2024년 여신금융업 현황 및 전망' 제12회 여신금융포럼에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 글로벌 긴축 기조 유지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여전사들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위험분산에 힘쓰고 해외 진출을 통한 신시장 개척과 고객중심의 혁신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라”고 독려했다.

특히 현 상황을 ‘충격에 보다 취약해진 세계’(a more shock-prone world)라고 말한 IMF총재의 말을 인용하며 ‘신뢰 확보를 위한 내부통제 재정비’를 부탁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자비용과 대손비용 부담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됐고 자산건전성 또한 안심할 수 없지만 여신금융업계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왔고, 그 기회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왔다”고 강조했다.

축사에 나선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위원도 “전쟁이 자본, 식량, 에너지 공급을 막아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나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선 혼자 잘하기 어렵고, 부실, 마진, 조달비용 문제로 여신금융업계가 힘들 거라 생각한다”며, “다만 언젠가는 끝날 것이 확실시되는 한시적 악재인 만큼 잘 버티는 것도 중요하고, VC(벤처캐피탈)도 어려운데 양질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카드업, 캐피탈업, VC 업계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내년도 전망을 하는 세션으로 구성됐다. 고금리에 따른 조달 부담과 자산건전성 악화가 여전사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카드업 전망에 나선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상황에 대해 “이용액 관점에서 3분기까지 구매이용액은 증가하고, 대출이용액은 감소했다”며 “DSR규제에 카드론이 편입되면서 카드론 잔액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당기순이익은 감소하고 연체율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내려갈 거라는 기대와 달리 오 연구위원은 내년도 카드업계 조달 및 차환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를 “2022년 이전 발행된 장기채 부채 비중이 높은 가운데 만기 도래시 차환하는 과정에서 내년도 여전채 평균 조달금리(이자비용/여전채발행액)가 올해보다 더 높아지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다만 “카드사들의 단기화된 조달구조로 발행-만기 스프레드(차환비용)는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달과 함께 본업인 결제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가맹점수수료 수익률이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에 그쳐 하락하는 가운데 할부카드수수료 수익은 동 기간 38.4% 증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가맹점수수료 재산정 이슈가 걸림돌이다. 여전법 제18조의3에 의거, 적격비용 원칙과 우대수수료 체계 동시 추구에 한계가 있어 카드사 수익성 축소와 자영업자 애로 가중이 동반된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카드사는 가맹점과 가맹수수료율을 공정하게 정하면서도 영세 중소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 다만 고금리 상황에서 수수료 동결과 재산정 주기 연장의 영향이 카드사를 한계 상황으로 몰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내년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영업비용의 효과적 절감 여부에 달렸다는 것이 오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한편 간편결제사 등과의 제휴 확대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오 위원은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올해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를 언급하며 “신규고객 유입 효과는 약 4~5개월 간만 지속되는 등 간편결제 확대가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며, “간편결제 확대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3월 국내 카드사 중 최초이자 단독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초기 고객 유치 효과를 보였다. 이에 긴장한 은행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추가 도입을 검토했지만 실효성 부문에서 명쾌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단말기 부족, 교통카드 기능 미도입 등 이용자들의 아쉬움도 동시에 커지는 상황이다.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전용 단말기 보급이 필수적이나 현대카드 혼자서 대당 10만원이 넘는 단말기를 모든 가맹점에 보급하는데 비용적 한계가 제기된 바 있다.

오 위원은 “애플페이 도입 효과는 좀더 중장기적으로 볼 사안으로 도입 전후의 매출을 비교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애플페이를 통한 해외매출 효과도 있지만 그를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고 고객도 어떻게 반응할 지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는 카드사 자체 페이에 대해 “네트워크 효과는 작용하는데 현재 점유율이 떨어진다”며, “플랫폼이 살아남는 것은 몇 개 대형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위원은 이날 대출부문에 대해 “차주 상환 능력 악화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면서도 “올해 당국의 지도 하에 관리가 잘 돼 향후 이 부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차주 부실화 이슈 속에 1금융권에서 밀려난 고객들에 대한 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 대출금리 상단으로 묶인 20%를 좀더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그럴 경우 카드사 부실 우려로 인해 결국 다시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게 돼 차주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을 감독당국이 경계하고 있어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

이어 캐피탈업계 전망 발표에 나선 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캐피탈업계는 현재 예상보다 더딘 부동산금융 부실인식으로 향후 부동산금융 부실규모 확대가 예상된다”며, “상환안정성이 열위한 브릿지론, 중후순위 투자건과 지방 투자건의 비중이 높아 부실화 위험이 내재돼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운용수익률 확대를 위한 자산포트폴리오 변경이 필요하다”며 “개인대출 및 개인사업자대출, 투자금융 부문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건전성 측면에서 캐피탈업계의 저하세는 피할 수 없고, 금리변동성 확대와 물가인상 등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부동산 금융 전체 시장 붕괴가 아닌 부분적 선별 과정이 있을 것이고 이는 PF시장 정상화 및 연착륙을 위한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캐피탈사들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이익 누적으로 자기자본이 커져 자본적정성이 대체로 양호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자금시장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 렌탈 자산 유동화 등으로 대체자금 조달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마지막 VC업계 전망에는 자본시장연구원 박용린 선임연구위원이 나섰다.

박 연구위원은 “과거를 볼 때, 외생적 변수에 의한 시장 경색은 빠르게 회복돼왔지만 자생적인 문제로 인한 시장 경색 회복은 오래 걸린다”며, “닷컴버블 해소에 7년, 금융위기 극복에 5.5년이 걸렸는데 이번에도 수년간은 회복을 기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4월 정부가 벤처, 창억기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고, 8월에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 대책을 내놓는 등 정책적인 지원을 내놓은 것에 기대를 걸 수 있고, 기업형 벤처캐피탈(CVC)가 4차례에 걸친 CVC 웨이브를 통해 글로벌 VC 생태계에서 지속력을 갖춘 투자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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