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증대 VS 상생금융’ 딜레마…내부통제 미흡 ‘옥에 티’
연체율 증가, PF부실 위험…IFRS17 도입, 인구절벽 속 연금개혁 답보

지난 11월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8개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모습. 금융위 제공.
지난 11월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8개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모습. 금융위 제공.

올 한 해 금융업계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은행과 보험업권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이익 속에 이자부담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마주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횡령, 배임 등 내부통제 문제로 따가운 질책을 받기도 했다. 당국으로부터 상생금융에 대한 숙제를 부여받은 채 경제 침체에 따른 차주 부실화와 부동산PF, 홍콩 ELS 원금손실가능성 제기 등 리스크관리 이슈는 커진 한 해였다. 고금리 시대 이후를 대비한 먹거리 찾기도 계속됐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올 한해 금융권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 주>


▲은행·보험 수익 확대…횡재세 논란 따른 ‘상생금융 요구’ 목소리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올해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회사들의 수익도 전년 대비 급증해 경기 침체와 고금리에 따른 일반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 당국으로부터 상생금융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특별한 노력없이 수익이 늘었으니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로 ‘횡재세 도입’ 입법화가 추진됐다.

야당에서 생각하는 횡재세는 대략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은행권이 2조원 규모의 상생안을 연말까지 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권에서도 생명보험사 5000억원, 손해보험사 5000억원 등 1조원 수준의 상생안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포퓰리즘 의혹이 있는 가운데, 취약차주 중심의 지원 방안,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전세계 최고 수준…금융권 잠재 부실 위협


국제금융협회(IIF)가 집계한 지난 3분기 기준 전세계 주요국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에서 한국은 100.2%로 모든 국가 중 유일하게 GDP보다 가계부채 총액이 많은 나라로 기록됐다. 그나마 전 분기 101.7%에서 1.5%p 내려온 수준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약 1883조원 수준이다.

지난 해 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며 가계대출이 주춤하는 듯 했으나 올들어 50년 주택담보대출이 등장하고 집값 하락이 진정되는 분위기를 보이자 다시 대출이 늘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이를 두고 은행권과 금융당국 사이에 책임 공방이 일기도 했다. 은행권에서는 올 들어 부실채권에 대한 매각과 상각을 지속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0.5% 수준까지 올라오며 우려를 낳고 있다.


▲빈번한 금융권 사건·사고…내부통제 이슈 부각


은행과 보험의 수익이 증가한 반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개인들의 고통은 큰 가운데, 금융권의 배임, 횡령 등 각종 사건과 사고는 줄을 이어 원성이 높았던 한 해였다.

BNK경남은행에서 약 3000억원대 PF관련 횡령 사건이 나오는가 하면, 대구은행에서는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불법으로 1662개의 증권계좌를 임의로 개설했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은행권에서 허위비용 발생을 통한 횡령,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부당이득 등 다양한 유형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아, 검사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 체제 하에서 불명예스러운 검사실적이 높아져 얼굴을 뜨겁게 했다.


▲커지는 PF공포…'선택과 집중' 통한 부실 최소화 노력


지난해 이슈화 됐다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특히 올해 본격적인 부실이 노출되지 않으면서 금융사들이 이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내년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 수준으로 1분기(131조6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 증가했다. 동 기간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도 2.01%에서 2.17%로 상승했다. 그나마 제1금융권은 우량 사업장에 선순위 중심 투자가 이뤄져 문제가 덜 하지만, 수익성은 좋고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 등에 투자한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 만기 연장을 하면서 사업이 정상화되길 바라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따른 공사비와 인건비 증가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고, 경기 자체가 침체될 시 사업 자체를 포기할 사업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자칫 이자비용만 늘고 악성 부실 현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당국도 모든 사업장을 다 살리기 보다는 가능성 있는 사업장은 지원하되 사업성이 없는 곳은 경매와 공매를 통한 정리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보험업권 IFRS17 도입…수익 늘었지만 안정화 여부 관찰 필요


올해 보험사들의 수익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났다. 금리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운용수익이 늘어난 부분, 본업에서의 성장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IFRS17도입에 따른 회계제도 변경도 그 한 이유로 꼽힌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IFRS17은 보험사의 수익과 비용 인식을 보험료 수취 당시, 즉 원가 기준이 아닌 서비스 제공 시점으로 하는 제도다. 수년간 도입이 유예됐다 올해 대거 적용되기 시작한 IFRS9 영향으로 회계상 기타포괄순익으로 분류되던 수익증권을 당기손익으로 처리한 것이 수익 개선을 가능케 했다. 채권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들이 시중금리 하락(채권 평가이익 증대)에 따라 이를 실적에 반영한 부분도 크다.

다만 올해의 호실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전문가들 조차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 미래 발생 가능 이익의 현가인 보험계약마진(CSM) 산출에 있어 금융당국이 각 보험사에 자체적인 계리적 가정을 세워 산출토록 자율권을 준 것이 혼란을 키워 당국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을 겪었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결과 소폭 실적이 저하되는 효과가 있었으나 전체 실적의 우상향 그래프엔 영향을 주지 못했다. 특히 저축성 보험 대비 보험료 수입이 적은 보장성 상품으로의 영업 쏠림으로 현금유동성이 저하되지 않는지 보험업권 유동성 사정 등을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 금리동결 및 빨라지는 인하 전망


올해 한국은행은 1월 기준금리를 3.50%로 정한 이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7번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2023년 내내 금리가 3.50%를 기록하게 됐다. 미국 기준금리가 상단 기준 5.50%를 기록한 상황에서 한미 금리역전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했고, 금리를 통해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다는 한국은행 총재의 명확한 입장이 나왔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 연준도 7월 금리를 5.50%로 정한 이후 동결을 이어가며 12월 14일 마지막 결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연준의 매파적 발언과는 달리 시장에서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목소리는 작다. 오히려 최근 미 고용시장에서 구인 급감, 퇴직자 감소, 급여 인상 축소 등으로 노동시장이 냉각되는 모습이 나오고 인플레이션도 목표치인 2.0%를 향해 빠르게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자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등 미 은행 CEO들이 오히려 빠른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동결과는 별개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하자 채권가격이 급등하고, 비트코인과 금값이 치솟는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2100만원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7일 현재 6000만원을 돌파했고, 금 현물 시세도 온스당 2025.67달러를 기록하는 등 연일 상승 중이다.


▲ 인구감소 따른 국민연금 개혁 논의 난항


대한민국의 인구소멸을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걱정하는 상황에서 인구절벽을 감안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힘을 얻는 듯 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이 0.7명을 하회해 0.6명으로 내려갈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기간(15세~49세)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로, 0.6명이 된다면 5쌍(10명)이서 아이를 6명만 낳는다는 뜻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많이 걷고 적게 주는’ 방식으로의 국민연금 개혁은 매 정부마다 국정과제로 떠올랐지만 흐지부지 넘어갔었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위원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어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및 기금운용부문 개선사항 보고서 초안을 발표했지만, 연금보험료, 연금수급 시작 연령, 소득대체율 등에 대한 단일안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시민단체 등 반발만 사며 일단락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7일 노후 최소생활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5%p씩 올려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결혼 연령을 낮추고,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대통령이 입시와 관련해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없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올해 수능도 수험생들에게 어려웠던 ‘불수능’으로 평가되면서 킬러문항 배제와 사교육 의존도 사이의 상관관계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 현대카드 애플페이 도입…효과 불투명에 경쟁사 도입 지연


올해 3월 현대카드가 독점으로 애플페이를 국내에 도입했다.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아이폰 사용자가 늘고 있고,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애플페이를 한국만 허락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는 여론 등에 따라 감독당국이 도입을 승인했다.

도입 초기 신규 고객이 급증하며 그 과실을 현대카드가 독차지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은행계 카드사들을 중심으로 애플페이 도입이 하반기 검토됐으나 실제 도입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애플페이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만원대로 알려진 전용 단말기 보급을 현대카드 혼자 감당하기에 확산 속도가 더디고, 삼성페이 등 다른 결제수단의 편리함에 이미 익숙해진 상황에서 고객 신규 유입 효과가 급속히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지난 10월 국감에서 애플이 국내 이용자들을 무시해 가격 정책에서 차별을 둔다는 등 지적이 나오면서 일부에선 애플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지난 6일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여심금융협회포럼에서 카드업 전망에 나선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고객 유입 효과는 약 4~5개월 간만 지속되는 등 간편결제 확대가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며, “간편결제 확대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전했다.


▲ 홍콩ELS 대규모 손실 우려와 불완전판매 이슈


증권사들이 특정 주가지수나 주식 등을 기초자산으로 그 변동성의 폭에 따라 수익을 제공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중 홍콩시장에 상장된 중국 대표기업들로 이뤄진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홍콩ELS’가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확정 구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LS는 증권사가 판매하는 상품이지만, 은행들도 신탁 등을 통해 ELS를 편입시켜 판매해왔고, 그 과정에서 위험성이 높은 파생상품인 ELS의 투자위험성에 대해 판매사가 제대로 설명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 감독당국이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판매량이 8조원을 넘고 손실구간에 진입한 물량이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만약 H지수가 단기간내 급등하지 않으면 대규모 손실확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금융사들이 투자성향분석, 투자동의 녹취, 숙려기간 등의 제도와 장치를 통해 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수의 고령 투자자들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거라는 당국의 추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제2의 사모펀드 사태가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금융업계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가정 하에 금융권에선 신수종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통해 대한민국의 앞선 IT기술을 수출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젊은 인구가 많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국가와 영미권을 비롯 선진국에도 진출하는 이원화(Two-Track)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삼성화재의 뒤를 쫓으며 손해보험업계 2위인 DB손해보험은 지난 해 업계 1위 등극을 선언한 이후 베트남 내에만 톱10 손해보험사 세 곳을 인수한 상태다. 지난 2015년 당시 5위였던 PTI를 인수해 3위로 끌어올리는가 하면, 지난 2월에 10위 VNI를 인수했고, 6월엔 다시 9위 BSH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합병한 KB라이프는 올해 1월 출범한 이후 빠르게 규모를 키우기 위해 관계사인 KB손해보험이 가지고 있던 요양시설사업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실버산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고유의 보험업 만으로는 인구가 급감하고 고령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다.

고금리 상황 지속에 따라 조달비용 문제로 고통받는 카드업계는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오태록 연구원은 “경기 하강 위험과 함께 신용판매 수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타 업권 대비 가맹점과 소비자 정보의 우위를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 기타


이 밖에도 KB금융그룹을 1등으로 키워낸 윤종규 회장이 9년간의 CEO생활을 마감하고 양종희 회장 체제를 시작하는가 하면,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임 은행연합회장에 당선돼 문제가 산적한 은행들의 지혜를 모으는 리더십을 발휘하게 됐다. 하나금융그룹은 주요 금융지주 중 올해 실적 성장률이 가장 높았고, 우리금융은 IB명가로의 귀환과 공격적인 해외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흑자 기조로 돌아서 안정성을 더했고, 당국의 은행 과점화 문제 제기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했지만 다양한 악재에 노출되며 그 실현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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