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가까이 '총수 부재'를 겪어온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로 다시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뜸했던 기업 인수 합병(M&A)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행보도 다시 재가동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지난해 2월 17일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시작된 '삼성 총수 부재' 사태는 353일 만에 일단락됐다. 물론 삼성 입장에선 이 부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한 부분이 아쉬울 수 있으나, '총수 부재 장기화'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굵직한 글로벌 M&A(인수합병)를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인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공룡들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 주도권 싸움에서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았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진행된 M&A는 인수 가격이 5000만 달러 미만으로 알려진 그리스 음성기술업체 '이노틱스'을 포함해 2건뿐이었다. 작년 11월 50억원 안팎으로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플런티'는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왔던 국내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게감이 떨어졌다.

이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분위기와 상반된다. 지난 2016년 삼성은 미래먹거리인 '자율주행차'를 위해 전 세계 1위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 인수합병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삼성은 하만을 국내기업 사상 최대규모인 80억 달러(약 9조3760억원)에 인수, 글로벌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이 총수 역할을 맡고 있는 동안 삼성이 진행한 M&A는 하만을 포함해 14건에 달한다. 2016년에는 한 해 동안에만 1000억원 이상의 M&A만 6건을 성사시켰다.  

물론 이 부회장이 복역 중인 상황에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50조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총수의 부재는 "졸면 죽는다" 말이 나올 정도로 급변하는 IT(정보기술) 및 전자업계에선 그 자체로 큰 리스크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이 같은 우려를 한 시름 놓게 됐다. 글로벌 M&A는 물론 대규모 투자 등 미래먹거리 확보와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핵심적 경영 활동이 이 부회장의 복귀로 정상 궤도를 찾아갈 것이란 기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리더의 역할은 막중하다. 최근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융복합되는 글로벌 시장 상황은 리더가 신속하게 기술흐름을 읽어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해외 네트워크 형성에 공을 들여야 할 시점이다. 

다만 삼성이 총수 공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부분은 이 부회장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적어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다, 우리나라 경제에도 이바지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재계 역시 기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삼성에도 4차 산업혁명 등 경영에 필요한 여러 의사 결정 사안들이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결정을 통해 미래 신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도 "삼성은 이번 재판 과정을 무겁게 받아들여 투자, 일자리 확대 등 사회적 역할에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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