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8년부터 고등학교 교과에 ‘통합사회’가 공통 과목으로 신설됐다. 

‘통합사회’는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9개의 핵심 개념인 행복, 자연환경, 생활공간, 인권, 시장, 정의, 문화, 세계화, 지속 가능한 삶을 다양한 관점으로 통합해 학습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초·중·고교 통합사회·과학 교과서 / 뉴시스
지난해 9월 공개된 초·중·고교 통합사회·과학 교과서 / 뉴시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융합적 사고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교과별로 나눠 가르치던 기존의 사회과 교육과는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보니, 교사나 학생 모두 학교 현장에서 다소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된 2015년 이후 중등학교(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지리를 가르치는 교사들과 대학과 연구소에서 지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여 ‘공간적 관점으로 읽는 우리 사회’에 대해 3년여 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며 통합사회를 가르치고 배우는 바람직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통합사회를 위한 첫걸음-공간의 눈으로 사회를 읽다>는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이 책은 통합사회의 네 가지 관점 중에서도 개념적으로 가장 생소한 ‘공간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과 문화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통합사회 과목의 참고서라기보다는 시각의 전환과 융합적 사고를 유도하는 대안 교과서의 성격에 가깝다. 

통합사회를 가르쳐야 할 선생님 입장에서는 ‘공간적 관점’으로 9개의 핵심 개념들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배울 수 있고, 학생 입장에서는 통합사회의 개념들을 보다 폭 넓게 이해하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다. 

아직까지도 지리나 공간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인식이 팽배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간’을 ‘아무것도 없는 빈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지리는 지형이나 지질을 분석하는 학문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통합사회를 위한 첫걸음」 박배균 지음(폭스코너)
「통합사회를 위한 첫걸음」 박배균 지음(폭스코너)

공간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사건이나 사물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의 행복, 경제, 윤리, 정치, 문화, 공동체, 환경, 에너지 등 우리 사회의 모든 관계와 문제들이 펼쳐지는 장이 바로 공간이다. 

공간은 사회적 관계를 반영할 뿐 아니라 그런 사회적 관계를 적극적으로 매개하고 재생산하기도 한다. 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보면 다양한 관계와 차이, 우리 사회의 역학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통합사회에서 추구하는 ‘공간적 관점’이란, 바로 그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를 읽는 시각을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공간을 읽는 시각이 생기면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가늠해볼 수 있게 된다. 또 기후변화, 난민, 청년들의 주거문제, 미세먼지 발생, 사드 배치, 탈원전, 먹방의 유행 등 당장 ‘나와 우리의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안들을 이해하는 틀을 형성할 수 있다. 

이 책은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삶,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어떻게 바꾸어나가야 할까?” “세계화 시대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세계 시민인 나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 고민해야 할 지구촌 문제들은 뭐가 있을까” 등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지금 묻고 답해야 할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에 통합사회를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 현장의 교사와 학생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 현안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일반인에게도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를 보는 창의적인 시선을 습득하는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