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승수 기자]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풍차들이 줄서며 천천히 돌아가는 게 관광객에게 멋진 풍경일 수 있지요. 그들이야 기념 사진이나 한 장 찍고 돌아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나 어민들한테는 생계을 위협하는 거대한 괴물이에요”

28일 풍차해안도로로 유명한 제주도 신창리. 바다 가운데 수십 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삼각 날개를 바람결에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 찍기 바쁜 관광객들을 바라보는 어민들 주름살은 깊어간다.

바다에 생계를 걸고 있는 어업인들이 해상풍력발전소에 대해 집단 반발, 제주를 비롯해 전국단위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생산 비중을 높이려는 정부의 행보와 대치된다.

제주 수협소속 어민은 해상 풍력발전소가 어민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반발,  집단행동에 나서는 중이다.
제주 수협소속 어민은 해상 풍력발전소가 어민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반발, 집단행동에 나서는 중이다.

해상풍력발전이란 물속에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해 바람에 의해 전력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육지에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보상비 등의 문제로 넓은 땅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만, 국가 소유인 바다는 이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다.

또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후 상에 바람의 품질이나 풍속이 양호, 풍력발전은 향후 신재생에너지 국가전략에서 주요 전원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해상풍력발전소는 제주에 3개소가 가동 중이다. 현재 공사 중인 전북 서남해 해상풍력단지를 포함해 전국에 18개소가 건설 예정이다.

어업인 단체는 국내외 연구조사를 근거로 해상풍력발전소가 수산자원과 해양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전기 설치, 송전케이블 매설 등 건설 과정에서 해양환경파괴와 그에 따른 수산자원 서식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수협 관계자는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연구는 거의 전무한 상태고 해상풍력발전설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검토도 미흡함에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상풍력설비가 설치되면 주변 해역에서 어업활동이 불가능해 어민들의 조업구역이 축소되는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했다.

건설 후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전기 소음과 진동, 고전압 전력선에서 나오는 전자기장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도 우려했다.

수협 관계자는 “지구자기장을 감지해 이동하는 어류와 해양생물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해상풍력설비로 인해 발생하는 인위적인 자기장 교란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 군산과 부안, 고창, 김제 등 지역 어민들이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지난 20일 전북도청에서 열었다. @수협
전북 군산과 부안, 고창, 김제 등 지역 어민들이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지난 20일 전북도청에서 열었다. @수협

수협 관계자는 “해상풍력발전소가 친환경 에너지 발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광범위한 환경 파괴와 지속적인 악영향을 유발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무분별한 확대를 막기 위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고 말했다.

제주를 비롯해 서남해안권의 수협 소속 어민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상 풍력발전소건설을 정치쟁점화하겠다는 방침을 천명, 정부와 입법부가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정부, 3020 신재생에너지 전략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행 7%에서 20%로 끌러올릴 계획이다. 이른바 '3020'계획이다. 원자력과 화력 등 현행 주력 에너지 비중은 낮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가 절대적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현재 7%에 불과, 향후 20여 년간 3배를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정부는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지구 오염을 야기하는 화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는 유럽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주목, 재생에너지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의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 수립 중이다. 향후 20년의 에너지기본계획은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이 계획안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가 오는 2030년 전체의 20%를 차지하도록 하는 데 110조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부문의 총 발전량은 48.7GW로서 최신 원자력발전소 35기 규모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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