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페미렌즈] 나와 너의 독립을 위하여 
[편집자의 페미렌즈] 나와 너의 독립을 위하여 
  • 정정은(출판사 편집자) (webmaster@straightnews.co.kr)
  • 승인 2018.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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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열풍에 페미니즘이 전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페미니즘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싶다. 사전을 찾아보면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한 말이다.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 알들 모를듯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한 페미니즘은 과연 무엇일까. 스트레이트뉴스는 페미니즘 이해를 돕는 책을 연이어 추천한다.
서울에 위치한 한 대학교의 리마인드 졸업식 모습. 리마인드 졸업식은 과거 졸업식에 참석 못한 졸업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하는 행사로, 고유의 사정으로 학위수여식을 찾지 못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 뉴시스
서울에 위치한 한 대학교의 리마인드 졸업식 모습. 리마인드 졸업식은 과거 졸업식에 참석 못한 졸업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하는 행사로, 고유의 사정으로 학위수여식을 찾지 못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 뉴시스

평일에는 늦은 귀가, 주말이면 조기축구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느라 늘 바쁜 남편은 아내만을 덩그라니 시댁에 남겨둔 채, ‘사실상 있어도 없는’ 존재였다.

결국 아내는 독립을 위해 돈을 모은다. 그리고 '사표' 쓰기 1년 5개월 전,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한다. 충격을 받은 남편은 이혼을 만류하고, 아내는 이 과정에서 ‘세 가지 제안’이 담긴 서약서를 남편에게 받아낸다. 바로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아내는 어떤 역할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겠다 ▲부부 상담을 받는다는 것이다.  

23년째 꿈쩍도 하지 않던 남편은 이 모든 제안을 받아들이고, 실제 행동으로 노력하기 시작한다. 점차 시작이 흐르면서 서로를 이해할 줄 아는 관계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며느리 사표>는 우리 옆집에 사는 이웃 여성의 생생한 이야기와 같다. 워킹맘과 전업주부를 불문하고, 지금도 많은 여성들은 가사노동을 전담하며, 명절 때면 수많은 손님을 맞이하며, 가족의 눈치를 보며 자기 삶을 챙기지 못하는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평등한 동반자가 되리라 믿었던 남편은 부당한 의무만을 던져놓고 사라지기 일쑤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불평등한 문화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이에 맞서 자신을 되찾은 ‘영주 씨’의 실제 이야기다.

대가족 장남의 아내로 결혼 생활을 시댁에서 시작한 ‘영주 씨’는 지난 23년간 의무감으로만 가득 찼던 삶을 숨김없이 묘사하면서, 며느리 사표를 쓰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삶까지 5년여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자신처럼 어떤 역할에 매몰돼 스스로를 잃어버린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펜을 든 것이다. 

“임대보증금과 6개월 치 월세는 보조해줄 테니, 생활비는 각자 일을 해서 살아야 하고. 월세 6개월을 내주는 것은 너희들이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연습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거란다.” 

영주 씨는 대학을 졸업한 딸, 아들에게도 독립을 권유한다.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살아갈 힘을 주기 위해서다.

「며느리 사표」 영주 지음(사이행성·2018)
「며느리 사표」 영주 지음(사이행성·2018)

가족 모두가 평등하고 당당한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 자기 삶은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일인분의 삶’을 살아야 함을, 누구보다 그녀는 자기 삶을 통해 깨달았던 것이다.

딸과 아들이 ‘어른 연습’을 통해 성장하기를, 그래서 자신과 달리 훗날 독립적이고 행복한 삶, 결혼을 이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딸은 독립 이후 이런 말을 전해왔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삶 모두를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서 너무 힘이 드는데, 신기하게도 살고 싶은 애착이 생겨. 아니, 잘 살아가고 싶어.” 

순응적이고 착하기만 했던 ‘영주 씨’가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꿈 작업’ 때문이었다. 남편의 외도로 방황하며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적도, 종교 생활과 심리 공부에 빠져본 적도 있지만 여전히 마음속은 공허하고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2007년 ‘꿈 작업’에 참여했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꿈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무의식과 대면하고 ‘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신 안의 ‘몹쓸 것’들을 만나야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꿈 상자 열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그 안에 남아 있는 희망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꿈을 기록한 노트만 40권일 정도로 자신을 들여다보고자 노력했고, 그것은 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지금은 ‘가족꿈심리작업소’를 운영하고 있고, 꿈 작업 강의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한국을 찾은 꿈 작업가 제러미 테일러 선생님의 “당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야 한다”는 권유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아내, 며느리, 엄마로부터의 통쾌한 탈주를 담은 이 성공적인 독립 선언기는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은 해피엔딩 드라마이자, 저마다의 독립을 응원가이다.

이 책은 한 여성이 부당한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저마다의 독립과 성장의 의미를 반추해볼 수 있는 일종의 자아 성장서이기도 하다.

저자 스스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거울 작업’ 설문에 답을 하다보면, 깊숙이 숨겨뒀던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깊은 깨달음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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