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현장에선 혁신 실감이 적다더라"
총리,혁신 회의 연기 건의→대통령 수용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현장에서는 규제가 혁신되고 있다는 실감이 적다"며 "관계부처들은 결과를 더 많이 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 관계부처가 타성과 싸우고 규정과 씨름하며, 이해관계자와 대화하고 가치의 충돌을 조정하느라 애쓰셨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기업경영자나 창업희망자가 보시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자리 문제 등을 논의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자리 문제 등을 논의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전날 회의 연기와 관련해 "관계부처의 악전고투와는 별도로, 현장에서는 규제가 혁신되고 있다는 실감이 적다"며 "그래서 훨씬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보완 방향으로 "결과를 더 많이 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흔히 보고는 무엇을 했다는 결과와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으로 구성되고, 관계부처로부터 받은 사전보고에도 결과와 계획이 함께 포함돼 있었다"며 "그 가운데서 결과가 훨씬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늘 비슷비슷해 보이는 계획에 치중하면 국민의 실감은 갈수록 낮아질 수도 있다. 결과를 더 늘려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더 치열하게 규정과 씨름하고 타성과 싸워야 하며, 이해관계자와도 더 많이 대화하고 가치의 충돌을 더 깊게 조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법률이 금지하지 않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거나 하위 규정을 정비하는 노력도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총리는 또 "정부가 이미 국회에 제출한 규제 샌드박스 법안 4건과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포함한 규제혁신 5법은 물론, 국회에 장기간 계류돼 있는 규제관련 법안이 있다"며 국회에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국회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의원들로 구성되기에 상이한 가치관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지혜를 내고 정치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이 바뀌지 않으면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혁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 협력을 거듭 간청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 ▲물관리 일원화에 따르는 준비상황 ▲여름철 적조와 고수온 대책 등 3개 안건을 놓고 진행됐다. 일자리 문제 논의를 위해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도 참석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전날 회의 시작 2시간 여를 앞두고 전격 취소된 데에서 정부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6개월만에 다시 열기로 한 회의임에도 준비 미흡을 이유로 부득이하게 당일 취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은 어떤 식으로든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부처별 자료 취합을 주도적으로 맡아왔던 이 총리가 관련 부처의 준비 미흡을 이유로 문 대통령에게 회의 연기의 필요성을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회의를 연기했다는 것이 국무조정실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통령 주재의 회의를 시작 2시간 전에 총리 판단으로 취소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준비 미흡으로 회의를 열 수 없었다는 해명은 더더욱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문 대통령이 "답답하다"할 정도로 회의 준비의 더딘 진척을 질타할 수준이라면 관련부처의 보고를 종합해 온 국무조정실이 1차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대통령에게 올라갈 보고임을 주지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자료를 요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회의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 전적으로 관련 부처의 준비 미흡 탓으로 돌리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앞서 예정된 우드레 아줄레 유네스코(UNESCO) 사무총장 접견 일정도 갑자기 취소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아줄레 총장을 비롯해 한국을 찾은 유네스코 인사와 접견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 마저도 갑자기 취소됐다. 대통령의 외교 일정을 당일 취소한다는 것도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타당한 보충설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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