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한덕을 기리며] 이 시대 경종으로 다가서는 ‘참의사’정신의 표상
불모지 한국 응급의료체계에 글로벌 스탠다드 접목 위해 노력
국민 생명 먼저 지키겠다는 숭고한 정신, 사회 울림으로 남아
버거운 삶 속 공동체의 가치 실현 중인 숨겨진 의인 '힐링의 표상'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National Emergency Medical Center, NEMC)장이 센터 홈페이지에 남긴 다짐 말.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National Emergency Medical Center, NEMC)장이 센터 홈페이지에 남긴 다짐 말.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국립중앙의료원(NMC)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센터장의 돌연사에 이국종 아주대 교수는 “어깻죽지가 떨어져 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는 응급의료계의 영웅이자 버팀목이었다”는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윤한덕 센터장은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었던 지난 2002년부터 응급의료 기획팀장으로 합류해 17년째 응급의료 전용 헬기와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를 도입하고 재난・응급의료상황실과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을 운영하는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해왔다.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시스템의 불모지인 한국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착시키기 위해 응급의료를 총괄하고 예산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무실을 집삼아 생활해왔다.

그런 그의 숭고하지만 안타까운 죽음에 각계의 찬사와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고인에게는 자신의 가족보다 응급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며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8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빈소 조문을 마친 뒤 자신의 SNS에 “오직 응급환자를 한 분이라도 더 살리고 싶으셨던, 참 좋은 의사”라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조문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사회의 의인이고 영웅이었다”고 적었다.

보건복지부와 국가보훈처는 고 윤한덕 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이 공공기관이 되면서 고 윤한덕 센터장은 민간인 신분이지만,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 중 ‘특별 공로 순직자’ 조항을 적용하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윤 센터장의 죽음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을 두고 용기와 실천적 희생, 공동체의 의미, 그리고 감동과 위로를 이 사회에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인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각박하고 힘겨운 이 공동체에 살아낼 가치를 보여준 의인이 적지 않다. 제2서해안고속도로 상에서 의식을 잃은 차량의 앞을 가로막았던 한영탁씨, 화재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구한 박재홍씨, 논으로 추락해 화재가 난 승용차에서 운전자를 구해낸 유동운씨, 피를 흘린 채 거리에 쓰러져 있던 시민을 구한 민세은, 황현희양이 그들이다.

지난 2001년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 승강장에서 선로로 추락한 일본인 취객을 구하고 사망한 고려대생 이수현씨도 빼놓을 수 없다.

갈수록 어려운 경제현실과 팍팍한 생계, 퇴보를 거듭하는 정치판에서도 대한민국이 살 만하고 앞날에 희망이 보이는 것은, 본인의 생명까지 던져가면서 공동체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고 윤한덕 센터장과 같은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본연의 사명에 충실한 고 윤한덕 센터장. 우리는 고인을 대한민국의 의인으로, 이 시대의 영웅으로 기꺼이 부르고자 한다. ‘따로 또 같이’를 몸소 실천하는 이웃, 고 윤한덕. 그는 우리 이웃 모두에게 은인이고 표상이다.

고 윤한덕 센터장은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이 시대에, 죽어가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를 이만큼이나 세워온 ‘참의사’다. 그의 돌연한 죽음은 함께 산다는 ‘공존(共存)’이 아닌 자신만 산다는 ‘생존(生存)’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개인의 시대에 경종과 질타로 다가선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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