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달 2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달 2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딸의 계약직 지원서를 KT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 논란인 가운데, 김 의원 딸의 '부정 채용' 지시를 거부했던 KT 인사 담당자가 상급자로부터 욕설과 함께 강한 질책을 들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6일 진행된 KT 부정채용 사건의 두 번째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나선 2012년 당시 인재경영실 상무보 김모씨는 "김성태 의원 딸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법이 없다고 하자 당시 권모 경영지원실장(전무)이 전화로 다짜고짜 욕부터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 실장에게서 '서유열 사장 지시인데 네가 뭔데 안 된다고 하느냐'는 질책을 들었다"며 "이런 상황을 세세하게 기억할 수 있는 건 크게 야단맞은 일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상무보는 김성태 의원의 딸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법이 있느냐는 스포츠단 부단장 질의에 '그런 제도는 없다.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가 이와 같은 일을 당했다며 "입사 지원서도 접수하지 않았는데 채용에 합류한 사례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이 김성태 의원을 뇌물수수죄로, 이석채 전 KT 회장을 뇌물공여죄로 최근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과 공판 증언 등을 종합하면, 김 의원은 2011년 3월께 평소 알고 지내던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에게 딸의 이력서가 담긴 봉투를 건넸다. 그러면서 "딸이 체육 스포츠 학과를 나왔는데 KT 스포츠단에서 일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며 사실상 취업을 청탁했다.

검찰은 청탁을 받은 서 전 사장은 KT 스포츠단장에게 이력서를 전했고, 결과적으로 KT는 인력 파견업체에 파견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김성태 의원 딸을 취업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 당시 급여도 (비정규직 급여보다)올렸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김성태 의원 딸은 이런 식으로 2011년 계약직으로 KT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2012년 진행된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이듬해 1월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김성태 의원의 딸이 2012년 KT 공개채용 서류 접수가 모두 마무리된 지 약 한 달 뒤에야 지원서를 접수한 사실도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등에 대한 KT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이 피의자 신분 조사를 마친 후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등에 대한 KT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이 피의자 신분 조사를 마친 후 지난 4월 26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12년 당시 공개채용 서류접수는 2012년 9월 1∼17일 진행됐으나 김 의원 딸이 지원서를 낸 것은 같은 해 10월 19일이었다. 김성태 의원 딸은 특히 10월 15일 인사 담당 직원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는 이미 끝났는데 인성검사는 꼭 봐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다음 날 인성검사를 온라인으로 뒤늦게 응시하는 특혜도 받았다. 입사 지원서는 인성검사를 본 뒤 사흘 뒤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김성태 의원 딸의 온라인 인성검사 결과가 불합격으로 나왔으나 합격으로 조작해 이듬해 1월 3일 김 의원 딸을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의원 딸의 부정 채용이 이석채 전 KT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날 재판에선 KT가 계약직 신분이던 김성태 의원 딸을 'VVIP'로 관리했으며, 이 명단이 이석채 회장에게 보고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2년 당시 인사운영팀장의 노트북에 저장돼 있던 'VVIP 명단' 엑셀파일에는 스포츠단 사무국의 파견계약직이던 '김모씨'를 김성태 의원의 딸로 명시했다. 이 파일에는 김 의원의 딸 외에도 허범도 전 국회의원의 딸 등도 VVIP로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상무보는 "당시 회장 비서실을 통해 일부 VVIP 자제인 직원이 회사 생활에 대한 불만 민원을 제기했던 것 같다"면서 "이에 따라 VVIP 대상자들을 면담해 식사 등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물었던 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석채 회장 비서실을 통해 VVIP 현황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이런 명단을 작성했다"며 "전무를 통해 회장에게 명단이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성태 의원이 이석채 전 회장의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 증인채택을 '방어'했다고 평가한 KT의 내부 보고서도 공개돼 논란이 됐다. 당시 여당 간사였던 김성태 의원은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에 반대했는데, 그 대가로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을 부정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서 전 사장에게 "김성태 의원이 우리 KT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돕고 있는데 딸이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보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딸의 취업 기회를 제공받는 것을 '재산상 이득'으로 규정하고 김성태 의원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한 것이다.

실제로 국감 종료 후 이석채 회장에게 전달된 이메일 내용을 보면 KT의 대외지원 담당은 "국회 환노위에서 우려됐던 KT의 노동 관련 이슈는 김성태 의원님 등의 도움으로 원만히 방어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검찰은 증인 채택을 무마하기 위한 조건으로 KT가 김성태 의원에게 '딸 부정취업' 형태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김성태 의원은 최근 국회 기자회견에서 "딸 아이가 KT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과정에 부당하고 불공정한 절차가 진행된 부분에 대해 아비로서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재판을 통해 검찰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면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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