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금액 어떻게 쓸 것인가'…허영인 증여 이후 행보 관심
SPC삼립, 지난해 영업익 대폭 감소로 내실 다져야 할 시점
업계 "내부거래 비중 조율·대리점 상생 등 개선방향 내놔야"

허영인 SPC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SPC삼립 주식 일부를 증여하자 일각에서 주가하락을 틈탄 '꼼수 증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SPC그룹 전체가 전력을 쏟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실적에 더 신경써야 할 오너 일가들은 본인들의 경영권 구도를 다지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그 동안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영업이익 손실, 대리점 상생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SPC그룹이 오너 일가가 절세로 얻은 차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있는 그룹 전체의 영업력 확장이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진다면 그나마 도덕적인 비난 수위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주가 하락을 틈탄 증여에 그친다면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가맹점주들에게 씻을 수 없는 또다른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영인 회장은 지난 8일 허진수 부사장에게 SPC삼립의 보통주 40만주를 증여했다. 이를 8일 종가 기준 금액으로 환산하면 265억원이다.

이 같은 주식 증여들 두고 허영인 회장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 증여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오갔다. 주가가 낮아진 시점에 주식을 증여하면 세금으로 납부할 금액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주식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개월 동안의 주식 종가 평균을 기초로 산출된다. 여기에서 관련 공제 등을 제외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즉 SPC삼립의 경우 지난 2월 9일부터 오는 6월 8일까지의 종가 평균액이 증여가액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실제 증여가 이뤄진 지난 8일 SPC삼립의 주가는 6만6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말 기준 SPC삼립 주가는 8만7200원이다. 약 4개월 만에 23.97%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절세 이후 오너 일가의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단순히 절세를 위한 증여인지 아니면 절세로 아낀 금액을 내실 다지기에 투자할 것인지로 갈리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절세를 했다는 상황 자체보다 아낀 금액을 어떻게 쓸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SPC삼립 내부에서는 손실난 영업이익을 회복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 SPC삼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 줄어든 470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57% 떨어졌다.

이에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황종현 SPC삼립 대표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내실을 강화하겠다"며 "특히 적자사업 구조조정 및 손익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실된 영업이익 회복을 위해서는 그룹 내 매출 구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SPC그룹은 계열사끼리 일감을 주고받는 내부거래 비중이 90%가 넘는다. 타사 제품보다 가격이나 품질 부분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대리점들이 어쩔 수 없이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본사만 이득을 보는 구조다.

실제로 SPC삼립의 빵 제조업체 샤니는 지난 2018년 기준 매출액 2152억6000만원 가운데 99.64%에 달하는 2144억9906만원이 내부거래로 채워졌다. 호남샤니의 지난 2018년 매출액 637억9366만원에서도 99.99%인 637억2668만원이 내부거래로 이뤄졌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SPC그룹에 부당 내부거래 관련 혐의점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상태다.

SPC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심리가 침체되면서 가맹점 매출 성장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가맹점 매출 상황을 살펴보면 파리바게뜨의 경우 배달 주문이 10배 오른 덕에 전년과 비슷한 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던킨도너츠는 지난해보다 4% 하락했다.

SPC는 지난해 묵은 빵 밀어내기, 주문제품 미출하, 불합리한 장려금 지급문제 등과 관련해 한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벌이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가맹점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8년 파리바게뜨 가맹점 수는 3378개였지만 지난해 3366으로 줄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 동안 매출의 대부분이 내부거래로 이뤄졌던 만큼 체질 개선에도 힘을 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절세를 통한 효과가 회사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등의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주식 증여와 관련해 SPC그룹은 절세의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SPC 관계자는 "승계나 절세와는 무관할 수밖에 없다. 삼립은 상장사이지만 그룹 계열사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증여를 한 배경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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